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9다211324 판결
1.
판결의 요지
원고들이 가맹본부인 피고와 사이에 가맹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관련 법령상 해당 가맹점의 입지가 공장 종업원을 대상으로 할 수 있을 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판매시설로는 운영될 수 없는 곳이라는 사정에 대해 고지 받지 못한 채 가맹계약을 체결하였고, 이후 가맹점을 운영하면서 그와 같은 사정을 알게 되어 수익이 맞지 않아 가맹계약 해지를 통보한 후 손해배상 등을 구한 사안입니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사정은 가맹사업법이 규정하고 있는 정보제공의무 내지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다고 보아, 이와 달리 피고의 의무위반이 없다고 단정한 원심판결을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으로 파기환송하였습니다.
2.
적용법리
가. 가맹본부가 가맹희망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정보제공의무 내지 고지의무의 내용 및 그 효과
구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2013. 8. 13. 법률 제1209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가맹사업법’이라고 한다)은 가맹사업의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가 대등한 지위에서 상호보완적으로 균형 있게 발전할 것을 입법목적으로 한다(제1조). 가맹본부는 가맹점사업자로 하여금 가맹본부의 영업표지를 사용하여 상품 등을 판매하도록 함과 아울러 이에 따른 경영 및 영업활동 등에 대한 지원·교육과 통제를 하며(제2조 제1호), 가맹점사업자는 영업표지 사용의 대가 뿐 아니라, 위와 같은 지속적인 지원·교육을 받기 위하여 가맹본부에게 대가를 지급하여야 한다(제2조 제1호, 제6호). 가맹본부는 가맹사업의 성공을 위한 사업구상을 포함하여 상품 등의 품질관리와 공급은 물론 가맹점사업자의 경영, 영업활동에 대한 지속적인 조언과 지원을 할 의무가 있고(제5조 가맹본부의 준수사항), 가맹사업자는 가맹본부가 제공하는 상품 등을 제시하는 기준에 따라 판매할 의무 등을 부담한다(제6조 가맹사업자의 준수사항).
가맹사업법 제9조 제1항은 “가맹본부는 가맹희망자에게 정보를 제공함에 있어서 허위 또는 과장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중요사항을 누락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41조 제1항은 “제9조 제1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허위·과장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중요사항을 누락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나. 법률상 제한 내지 장애로 말미암아 가맹희망자가 가맹점을 개설·운영할 수 없는 사정이 정보제공의무 내지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적극)
이러한 가맹사업법의 내용을 종합하면, 가맹사업법 제9조 제1항의 중요사항을 누락한 경우라 함은 가맹계약의 체결과 유지 등 가맹희망자의 의사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실 또는 가맹희망자가 일정한 사정에 관하여 고지를 받았더라면 가맹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 그와 같은 사정 등을 가맹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상담하거나 협의하는 단계에서 가맹희망자에게 고지하지 아니한 경우를 의미한다. 가맹본부가 이러한 행위를 하면 가맹사업법 제9조 제1항에 따른 정보제공의무 내지 고지의무를 위반하게 되어, 가맹본부는 가맹희망자에 대하여 가맹사업법 제37조 제3항으로 준용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56조 제1항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2015. 4. 9. 선고 2014다84824, 84831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법률상 제한 내지 장애로 말미암아 가맹희망자가 가맹점을 개설·운영할 수 없는 사정이 존재하는 경우, 이 사정은 가맹희망자의 의사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실에 해당한다(거래관계에서 신의칙상 고지의무에 관한 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8다51120, 51137, 51144, 51151 판결 등의 취지 참조).
3.
법원의 판단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 2는 주식회사 해원산업(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으로부터 이 사건 점포를 임차하여 편의점을 운영하기로 하고, 2012. 6.경 가맹본부인 피고와 사이에 피고로부터 이 사건 점포에 관해 가맹점운영권을 부여받는 내용의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고, 그 무렵 피고에게 이 사건 계약에 기한 채무 이행 등을 담보하기 위하여 남편인 원고 1 소유의 토지에 관해 이 사건 근저당권등기를 마쳐주었으며, 이 사건 점포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편의점 영업을 시작하였다.
2)
그런데 이 사건 점포는 원칙적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편의점으로는 운영될 수 없는 곳이다. 이 사건 점포는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이하 ‘산업집적법’이라 한다)에 따라 소외 회사가 울산광역시장으로부터 공장설립 용도로 산업시설용지를 분양받아 그 지상에 신축한 공장 C동 지하에 위치하고 있는데, 소외 회사가 울산광역시장과 사이에 체결한 신일반산업단지 입주(분양)계약서 제12조 제2호, 제3호에 의하면 소외 회사는 울산광역시장의 동의 없이 분양용지에 대해 사용목적의 변경이나 수익행위 등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고, 제13조 제1항은 이를 위반할 시에는 울산광역시장이 환수, 변경부분의 환원, 대상물의 강제철거 등의 조치 또는 처분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산업집적법 제2조 제1호는 ‘공장’이란 ‘건축물 또는 공작물, 물품제조공정을 형성하는 기계․장치 등 제조시설과 그 부대시설을 갖추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제조업을 하기 위한 사업장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산업집적법 시행령 제2조 제2항, 산업집적법 시행규칙 제2조에 의하면 공장의 부대시설에는 종업원의 복지후생증진에 필요한 시설은 포함되나 원칙적으로 편의점 등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판매시설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3)
울산광역시는
2012. 7.경 이 사건 점포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편의점을 운영할 수 없다는 이유로 시정명령을 통보하였고, 이후에도 철거 등을 경고하였다. 결국 원고 2는 2013. 12.경 영업을 중단하고(이 사건 점포가 있는 곳은 상주인원이 3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2014. 1.경 피고에게 ‘가맹점개설에 관한 법률적 문제가 없다고 한 피고에게 귀책사유가 있다.’라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계약의 해지를 통보하였다.
4)
피고는 원심까지도 이 사건 점포는 공장 내부 종업원을 대상으로 하는 구내매점, 구내식당의 범위 안에서 영업이 가능하고, 실제 이 사건 점포와 같은 입지에서 구내매점으로 편의점을 운영하는 다수의 사례가 있다고 주장할 뿐이어서, 원고 2가 이 사건 계약 체결 과정에서 산업단지 내에 가맹점 운영 사례가 있는지 여부를 문의한 것에 대하여, 피고는 운영 중인 가맹점이 있다고만 하였을 뿐 위와 같은 법률적인 제한 등을 고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나. 이러한 사실 등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점포의 입지와 같은 경우 가맹점을 개설하여 운영하더라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통상적인 편의점 영업은 할 수 없고 공장 종업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제한적인 구내매점 형태의 영업을 할 수밖에 없다는 사정은 가맹계약의 체결과 유지 등 가맹희망자의 의사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실 또는 가맹희망자가 이러한 사정에 관하여 고지를 받았더라면 가맹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원고들 측에서 가맹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상담하거나 협의하는 과정에서 피고에게 이를 문의하였음에도 피고가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하지 아니하였다면 이러한 행위는 가맹사업법 제9조 제1항에서 정한 중요사항의 누락, 즉 정보제공의무 내지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할 것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의 존부, 손해배상책임 인정시 그 범위, 이 사건 근저당권등기의 피담보채무(정산 대상) 등은 위 법리에 따라 다시 산정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 사건 계약의 해지에 관한 주된 귀책사유 역시 위 정보제공의무 내지 고지의무 위반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원심은 피고가 가맹사업법 제9조 제1항에서 정한 정보제공의무 내지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원고 2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 등에 대하여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채, 이 사건 계약의 해지에 이르게 된 귀책사유가 피고에게 있지 않다고 단정하여 원고 2의 손해배상청구와 원고 1의 이 사건 근저당권등기의 말소청구를 모두 배척하였다. 원심의 판단에는 가맹사업법 제9조 제1항의 정보제공의무 내지 고지의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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