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2. 11. 10. 선고 2021도230 강제추행
1. 판결의 요지
피고인이 동호회에서 알게 된 피해자를 뒤에서 갑자기 껴안고, 강제로 키스를 하여 강제추행죄로 기소된 사안에서, 제1심은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 후 피고인을 유죄로 판단하였으나, 원심은 추가 증거조사 없이 제1회 공판기일에 변론을 종결하고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여 무죄로 판단하였는데, 대법원은 판시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고서,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 위반, 진술의 신빙성 판단에 관한 경험칙과 증거법칙 위반을 이유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2. 적용법리
성폭행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판단하는 방법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참조). 범행 후 피해자의 태도 중 ‘마땅히 그러한 반응을 보여야만 하는 피해자’로 보이지 않는 사정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할 수 없다(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9도4047 판결 등 참조).
피해자라도 본격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게 되기 전까지는 피해사실이 알려지기를 원하지 아니하고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적지 아니하며, 피해상황에서도 가해자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한편 누구든지 일정 수준의 신체접촉을 용인하였더라도 자신이 예상하거나 동의한 범위를 넘어서는 신체접촉을 거부할 수 있고, 피해상황에서 명확한 판단이나 즉각적인 대응을 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대법원 2022. 8. 19. 선고 2021도3451 판결 등 참조). 성추행 피해자가 추행 즉시 행위자에게 항의하지 않은 사정만으로 곧바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할 것이 아니고(대법원 2020. 9. 24. 선고 2020도7869 판결 참조), 피해자가 성추행 피해를 당하고서 즉시 항의하거나 반발하는 등의 거부의사를 밝히는 대신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강제추행죄의 성립이 부정된다고 볼 수도 없다(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9도15994 판결 참조).
범죄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범행 관련 증거를 확보하고, 언론사에 관련 제보를 하거나 가해자에게 합의금을 요구하는 등 자신의 피해를 변상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범죄 피해자로서 충분히 예상되는 행동이고 그 과정에서 통상적인 수준을 넘는 액수의 합의금을 요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수는 없는바, 원심이 든 사정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기는 어렵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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