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6. 5. 29. 선고 2026도4423 강간
1. 판결의 요지
피고인이 2021. 8. 27. 피해자를 강간한 사실로 기소되었는데, 제1심에서 무죄 판결이 선고되자 검사는 원심에서 피해자가 당시 입었다는 바지를 증거로 제출하였으나 그 바지는 이 사건 발생 후 2년이 지난 2024. 1. 26.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제출한 것으로 그 동안의 보관 과정, 지연 제출 경위에 대해 심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바지에서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DNA 외에도 불상 남성의 DNA가 다수 검출된 사안입니다.
원심은, 위 바지에서 피고인의 DNA가 발견된 점에 비추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고 강간죄를 유죄로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원심이 피해자에 대한 추가 증인신문을 거쳐 그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함에 있어서 원심에서 추가로 제출되어 증거로 채택한 감정서의 증명력이 이를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가 된 경우라면, 이 사건 바지의 보관 및 제출 과정, 이에 관한 반대증거의 존재 등에 비추어, 검사로서는 채취․보관․분석 등 모든 과정에서 자료의 동일성이 인정되고 인위적인 조작․훼손․첨가가 없었음이 담보된다는 점에 대해 추가적으로 증명을 할 필요가 있고, 원심으로서도 이를 토대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심리, 판단하거나 혹은 위 감정서를 제외하고서도 원심에서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결과를 토대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닌지에 관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ㆍ환송하였습니다.
2. 적용법리
가. 형사소송에서 항소심이 제1심의 판단을 뒤집을 수 있는 경우
현행 형사소송법상 속심을 기반으로 하되 사후심적 요소도 상당 부분 들어 있는 이른바 사후심적 속심의 성격을 가지는 항소심에서 제1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러한 심급구조의 특성을 고려하여야 하므로 항소심이 제1심의 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한 경우이거나, 항소심의 심리과정에서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경우라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6. 12. 6. 선고 96도2461 판결, 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등 참조).
나.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방법의 증명력을 인정하기 위한 전제사실
한편,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방법은 전제로 하는 사실이 모두 진실임이 입증되고 추론의 방법이 과학적으로 정당하여 오류의 가능성이 전혀 없거나 무시할 정도로 극소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라야만 법관이 사실인정을 하는 데 상당한 정도로 구속력을 가진다. 이를 위해서는 그 증거방법이 전문적인 지식․기술․경험을 가진 감정인에 의하여 공인된 표준 검사기법으로 분석을 거쳐 법원에 제출된 것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채취․보관․분석 등 모든 과정에서 자료의 동일성이 인정되고 인위적인 조작․훼손․첨가가 없었음이 담보되어야 한다(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1도1902 판결 등 참조). 특히 그 증거방법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유일하거나 유력한 증거일수록 자칫 그 과학성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로 인해 형사소송의 요체인 엄격한 증명을 요하는 증명법칙이 훼손될 수 있으므로 더욱 그러하다.
정회목 변호사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