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6.
19. 선고 2019가합540744 판결
1.
판결의 요지
(1)
피고 회사가 업무상저작물을 주장하며 다투는 이상 원고들이 법적 불안을 제거할 필요는 인정된다. 다만,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을 모두 포함하는 저작권이 원고들에게 있다는 확인을 구하는 것만으로 현재의 법적 불안을 제거하기에 충분하고, 이와 별도로 저작자 확인을 구하는 부분은 확인의 이익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2)
저작권법 제2조 제31호, 제9조에 따라 법인·단체 그 밖의 사용자(이하 ‘법인 등’이라 한다)의 기획 하에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업무상 작성하는 업무상저작물이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되는 경우 계약 또는 근무규칙 등에 다른 정함이 없는 때에는 그 법인 등이 저작자가 된다. 그런데 피고 회사에서 원고 A의 담당업무는 영상 제작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이 사건 영상의 촬영이 원고 A의 근무시간 외의 시간에 이루어진 점, 원고 B는 피고 회사와 고용관계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영상은 피고 회사의 기획 하에 피고 회사의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 업무상 작성한 업무상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들이 이 사건 영상의 저작권을 가진다.
(3)
원고들은 피고 회사의 홍보를 위하여 유튜브 등에 게시할 것을 목적으로 이 사건 영상을 제작하였고, 피고 회사도 그러한 목적에서 제작을 승인하고 제작비를 지급하였으며, 원고들이 피고 회사에게 유튜브에 올리도록 이 사건 영상을 보내 준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원고들은 피고 회사에게 회사의 홍보를 위하여 이 사건 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하여 이용하는 것을 허락하였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저작재산권의 침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4)
원고들이 피고 회사에 보내 준 이 사건 영상에 원고들의 성명이 표시되어 있지 않았고, 원고들이 피고 회사에게 특별히 자신들의 성명을 표시해 줄 것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이 사건 영상의 성질이나 이용 목적, 형태, 전달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영상에 원고들의 성명을 표시하지 않을 것이 요구된다고 보인다. 따라서 저작인격권의 침해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2.
사실관계
가. 피고는 자동차 수리업, 자동차 디자인 및 제작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원고 A는 2019. 2. 25.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무렵부터 피고의 서울 영업소에서 근무하였다. 원고 B는 원고 A의 대학 동기로 ◎◎대학원 문화예술콘텐츠학과 석사과정 중에 있다.
나. 원고들은 2019. 4.
5. 피고가 제작하는 모○○ 차량의 홍보영상을 제작하는 내용의 미디어마케팅 제안서를 작성하여 같은 달 9. 피고 대표이사 D에게 제출하였다.
다. D가 위 제안을 수락하여 원고들은 홍보영상 촬영을 위한 콘티와 시나리오를 작성한 후 2019. 4. 20.부터 3일간 영상을 촬영하고, 2019. 4. 25. 1차 완성본 영상들을 피고에게 제출하였다. D는 원고 A에게 수정을 요구하였고, 원고들은 색보정 등 2차 편집을 거쳐 2017. 4. 27. 별지 목록 기재와 같은 최종 완성본(이하 ‘이 사건 영상’이라 한다)을 D에게 보냈다. 피고는 이 사건 영상 촬영을 위하여 원고들이 지출한 비용 478,100원을 원고 A에게 지급하였다. 피고는 2019. 4. 29. 이 사건 영상을 피고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게시하고 네이버 밴드와 네이버 블로그에 위 유튜브 게시물을 링크하였다.
3.
법원의 판단
가. 확인청구에 관한 판단
저작권법 제2조 제1호, 제10조에 따르면 저작물을 창작한 자가 저작자로서 그 창작한 때로부터 저작권을 갖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저작권법 제2조 제31호, 제9조에 따라 법인·단체 그 밖의 사용자(이하 ‘법인등’이라 한다)의 기획하에 법인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업무상 작성하는 업무상저작물이 법인등의 명의로 공표되는 경우 계약 또는 근무규칙 등에 다른 정함이 없는 때에는 그 법인등이 저작자가 된다.
원고들이 이 사건 영상을 촬영한 사실은 앞서 본 것과 같고 원고들이 피고에게 이 사건 영상의 저작권을 양도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들이 피고에게 인건비를 제외한 견적서를 제시한 사실, 피고가 원고들이 실제 지출한 비용만을 지급하고 원고 A에게 영상의 수정을 지시한 사실은 앞서 본 것과 같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에 따르면 원고 A가 피고와 체결한 근로계약에서 정한 담당업무는 피고 매장의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차량 제품을 소개, 판매 및 안내하는 것이고, 근무시간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18:00부터 다음날 02:00까지, 금요일은 18:00부터 다음날 06:00까지인 사실, 이 사건 영상의 촬영이 위 근무시간 외의 시간에 이루어진 사실, 이 사건 영상을 공동으로 제작한 원고 B는 피고와 고용관계가 없는 사실, D가 원고 A에게 영상의 수정을 지시하였으나 그 내용은 완성된 영상물의 색감, 로고 색상, 파일 형식, 랜더링 등 사항에 그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영상이 피고의 기획 하에 피고의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 업무상 작성한 업무상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고들이 이 사건 영상의 저작자이고, 저작권을 가진다.
피고가 업무상저작물을 주장하며 이를 다투고 있는 이상 원고들이 법적 불안을 제거할 필요는 인정된다. 다만, 저작인격권과 양도가 가능한 저작재산권을 모두 포함하는 저작권이 원고들에게 있다는 확인을 구하는 것만으로 현재의 법적 불안을 제거하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이와 별도로 저작자 확인을 청구하는 부분은 확인의 이익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소 중 저작자확인청구 부분은 부적법하다.
나. 저작재산권 침해로 인한 침해금지청구 및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앞서 본 것처럼 원고들은 피고 제품의 홍보를 위하여 유튜브 등에 게시할 것을 목적으로 이 사건 영상을 제작하였고, 피고도 그러한 목적에서 제작을 승인하고 제작비를 지급하였다. 또한 을 8호증의 기재에 따르면 D가 2019. 4. 27. 원고 A와 영상에 관하여 대화를 하던 위 원고에게 영상을 유튜브에 그냥 올리면 되냐고 질문하자 위 원고가 “네 그냥 업로드하시면 자동으로 호환됩니다.”라고 대답한 후 D에게 이 사건 영상을 보낸 사실이 인정된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원고들은 피고에게 회사의 홍보를 위하여 이 사건 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하여 이용하는 것을 허락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원고들은 위 마케팅 제안이 원고들의 영상팀 채용을 조건으로 하는 의사표시였는데 피고가 영상팀 채용을 거절하였고 원고들에게 인건비도 지급하지 않아 원고들이 위 의사표시를 철회하였으므로 이용허락 계약이 성립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갑 8, 11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영상팀의 신설 또는 그 업무 분장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정도의 언급을 넘어 원고들의 영상팀 채용을 구속력 있는 조건으로 삼아 이 사건 영상을 제작하고 피고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원고들에게 인건비를 지급하기로 하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달리 원고들이 이 사건 영상에 대한 이용허락의 의사표시를 적법하게 철회하였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
결국 피고가 이 사건 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한 행위는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약정에 따른 것으로 적법하다.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저작인격권 침해로 인한 침해금지청구 및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저작권법 제12조 제2항에 따르면 저작물을 이용하는 자는 그 저작자의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는 때에는 저작자가 그의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한 바에 따라 이를 표시하여야 하나, 저작물의 성질이나 그 이용의 목적 및 형태 등에 비추어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앞서 든 증거들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이 사건 영상은 유튜브 등에 게시하여 피고를 홍보하는 데 이용하기 위하여 제작되었고, 피고도 이를 위해 원고들에게 제작비를 지급하였다. 원고들은 이 사건 영상을 제작한 후 피고가 유튜브에 게시할 수 있도록 D에게 이 사건 영상을 보냈는데 그 영상에 원고들의 성명이 표시되어 있지 않았고, D는 원고들로부터 받은 영상을 그대로 유튜브에 게시하였다. 원고들이 D에게 특별히 자신들의 성명을 표시해줄 것을 요구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오히려 이 사건 영상의 성질이나 이용 목적, 형태, 위와 같은 전달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영상에 원고들의 성명을 표시하지 않을 것이 요구된다고 보인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가 원고들로부터 받은 이 사건 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하면서 원고들의 성명을 표시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영상을 게시한 행위는 원고들의 저작인격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라. 결론
이 사건 소 중 저작자확인청구 부분은 부적법하여 각하하고, 저작권확인청구는 이유있으므로 인용한다. 피고의 행위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것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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