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15일 토요일

[부동산분쟁 임대차]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임대차 종료 후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에 관한 소멸시효 진행 여부가 문제된 사건에서 임대차 기간이 끝난 후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해 목적물을 점유하고 있는 경우 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본 판결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244224 판결

1. 판결의 요지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임대차계약에 따라 보증금을 지급하고 임차주택에 입주한 원고가 임대차기간이 끝난 후에 임대인인 피고로부터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해 임차주택을 계속하여 점유해오다가 임대차기간이 끝난 때로부터 14년이 경과한 시점에 피고를 상대로 보증금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한 사안에서, 원심은 임대차기간이 만료된 때부터 보증금반환채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보아 원고의 보증금반환채권은 사건 소제기 당시 이미 시효로 소멸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의 본소 청구(보증금반환청구) 기각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소멸시효 제도의 존재이유와 취지, 임대차기간이 끝난 보증금반환채권에 관계되는 당사자 사이의 이익형량, 주택임대차보호법 4 2항의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임대차에서 기간이 끝난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해 목적물을 점유하고 있는 경우 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소멸시효는 진행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는 법리를 판시하면서 사건 소제기 당시까지 임차주택에 대한 점유를 상실하지 않고 있던 원고의 보증금반환채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없다고 하여 원심판결의 본소 청구 부분을 파기 환송한 판결입니다.

2. 적용법리

소멸시효는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할 있는데도 일정한 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경우에 권리의 소멸이라는 법률효과가 발생하는 제도이다. 이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법률관계가 점점 불명확해지는 것에 대처하기 위한 제도로서, 일정 기간 계속된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곤란해지는 증거보전으로부터 채무자를 보호하며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사람을 법적 보호에서 제외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중점을 두고 있다.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권리의 불행사라는 사실상태가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되어야 한다. 채권을 일정한 기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하지만(민법 162, 163, 164), 채권을 계속 행사하고 있다고 있다면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 나아가 채권을 행사하는 방법에는 채무자에 대한 직접적인 이행청구 외에도 변제의 수령이나 상계, 소송상 청구 항변으로 채권을 주장하는 경우 채권이 가지는 다른 여러 가지 권능을 행사하는 것도 포함된다. 따라서 채권을 행사하여 실현하려는 행위를 하거나 이에 준하는 것으로 평가할 있는 객관적 행위 모습이 있으면 권리를 행사한다고 보는 것이 소멸시효 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

임대차가 종료함에 따라 발생한 임차인의 목적물 반환의무와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다(대법원 1977. 9. 28. 선고 771241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95. 7. 25. 선고 9514664, 14671 판결 참조). 임차인이 임대차 종료 동시이행항변권을 근거로 임차목적물을 계속 점유하는 것은 임대인에 대한 보증금반환채권에 기초한 권능을 행사한 것으로서 보증금을 반환받으려는 계속적인 권리행사의 모습이 분명하게 표시되었다고 있다. 따라서 임대차 종료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해 목적물을 점유하는 경우 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임차인이 임대인에 대하여 직접적인 이행청구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권리의 불행사라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없다.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과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임대인의 목적물 인도청구권은 소유권 물권에 기초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임대인이 적극적으로 권리를 행사하는지와 관계없이 권리가 시효로 소멸하는 경우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만일 임차인이 임대차 종료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해 목적물을 점유하여 적극적인 권리행사의 모습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보증금반환채권이 시효로 소멸한다고 보면, 임차인은 목적물반환의무를 그대로 부담하면서 임대인에 대한 보증금반환채권만 상실하게 된다. 이는 보증금반환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임대인이 목적물에 대한 자신의 권리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보증금반환채무만을 면할 있게 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 나아가 이러한 소멸시효 진행의 예외는 어디까지나 임차인이 임대차 종료 목적물을 적법하게 점유하는 기간으로 한정되고, 임차인이 목적물을 점유하지 않거나 동시이행항변권을 상실하여 정당한 점유권원을 갖지 않는 경우에 대해서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임대차 종료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해 목적물을 점유하는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보더라도 채권에 관계되는 당사자 사이의 이익 균형에 반하지 않는다.

주택임대차보호법 4 2항은임대차기간이 끝난 경우에도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는 임대차관계가 존속되는 것으로 본다.”라고 정하고 있다(2008. 3. 21. 법률 8923호로 개정되면서 표현이 바뀌었을 내용은 개정 전과 같다). 2001. 12. 29. 법률 6542호로 제정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도 같은 내용의 규정을 두고 있다(9 2). 이는 임대차기간이 끝난 후에도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는 임차인의 목적물에 대한 점유를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전과 마찬가지 정도로 강하게 보호함으로써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임대차기간이 끝난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임차인이 목적물을 점유하는 동안 규정에 따라 법정임대차관계가 유지되고 있는데도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은 그대로 시효가 진행하여 소멸할 있다고 한다면, 이는 규정의 입법취지를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어 부당하다

위와 같은 소멸시효 제도의 존재이유와 취지, 임대차기간이 끝난 보증금반환채권에 관계되는 당사자 사이의 이익형량, 주택임대차보호법 4 2항의 입법취지 등을 종합하면,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임대차에서 기간이 끝난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해 목적물을 점유하고 있는 경우 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소멸시효는 진행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3. 사실관계

(1) 소외 1 피고(반소원고, 이하피고 한다)로부터 임대권한을 위임받아 1998. 5. 31. 피고를 임대인으로 하여 사건 주택 102호를 원고에게 임대하였다. 원고는 무렵 피고에게 임대차보증금 2,500 원을 지급하고 사건 102호에 입주하였다.

(2) 사건 임대차계약에 따른 임대차기간이 끝날 무렵 피고는 원고에게 사건 102호를 인도해 달라고 요구하였으나 원고는 보증금의 반환을 요구하면서 인도를 거부하였고, 임대차기간이 만료된 2000. 5. 30. 이후에도 사건 102호에 계속 거주하였다.

(3) 원고는 2008 5월경 결혼을 하면서 사건 102호에 기본적인 가재도구를 남겨둔 2013 무렵까지 우편물 정리와 집기류 확인 등을 위해 원고의 모친 소외 2 등으로 하여금 사건 102호에 출입하게 하면서 점유하였다.

(4) 피고는 2014. 12. 14. 소외 3에게 사건 102호를 매도하고 2015. 6. 19. 소외 3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원고는 2015. 6. 23. 소외 3에게 사건 102호를 인도하였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위에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판단할 있다.

사건 임대차계약이 2000. 5. 30. 기간만료 등의 사유로 종료하였지만 원고는 이후에도 사건 102호를 점유하면서 피고에게 보증금의 반환을 요구해왔고, 2015. 6. 23. 이르러서야 사건 102호를 소외 3에게 인도하였다. 원고가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하여 사건 102호를 점유한 기간 동안에는 원고의 피고에 대한 보증금반환채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보증금의 반환을 구하는 사건 본소가 사건 102호에 대한 원고의 점유상실 전인 2014. 4. 22. 제기된 이상 원고의 보증금반환채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원고의 보증금반환채권은 사건 임대차가 종료한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하여 사건 본소가 제기될 무렵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임대차 종료 보증금반환채권의 소멸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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