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5.
8. 선고 2018가합573792 판결
1.
판결의 요지
(1)
‘펌핑’ 또는 ‘PUMPING’을 지정상품인 치약과 관련하여 볼 때 펌프를 눌러 용기 안에 있는 제품을 나오게 하는 형태의 ‘펌핑형’ 또는 ‘펌핑용기’의 치약을 의미한다고 쉽게 인식될 수 있으므로, 상품의 사용방법 등을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한 기술적 표장에 해당하고 요부라고 보기 어렵다.
(2)
‘펌핑’ 또는 ‘PUMPING’을 포함하는 원고의 등록상표들은 ‘◎◎◎’
등 원고의 식별력 있는 기존 상표와 결합하여 상표등록이 되었고 광고에도 기존 상표가 함께 사용된 점 등을 고려할 때, 기존 상표와 분리하여 ‘펌핑’ 또는 ‘PUMPING’ 부분이 사용에 의한 독자적인 식별력을 취득하게 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3)
피고 제품에 사용된 ‘펌핑’ 또는 ‘PUMPING’ 표장 역시 피고의 기존 상표 ‘○○○○’과 결합하여 사용되었고 용기 또는 제품의 사용방법을 설명하는 기능을 하고 있을 뿐이므로, 위와 같은 표장 사용만으로 타인의 상품과 혼동하게 하거나 공정한 상거래 관행 및 경쟁질서에 반하는 부정경쟁행위라 할 수 없다.
2.
사실관계
가. 원고 제품과 표장
원고는 치약, 화장품, 생활용품 등을 제조·판매하는 회사로서, 2013. 7.경 기존의 튜브형태와 달리 플라스틱 용기의 상단 부분에 펌프가 달려 있고 그 부분을 손으로 누르면 치약이 나오는 형태의 치약을 개발하고 ‘펌핑’, ‘PUMPING’을 포함하는 이름으로 판매하여 왔다(이하 이들 제품을 ‘원고 제품’이라 한다). 원고는 위와 같은 형태의 치약 제품에 관하여 7개의 상표들을 등록하였다.
나. 피고 제품과 표장
피고는 치약, 화장품, 생활용품 등을 제조·판매하는 회사로서, 2018. 7.경 플라스틱 용기를 위에서 아래로 누르면 치약이 나오는 형태의 치약을 출시하고 위 치약 제품에 ‘○○○○ 펌핑치약’,
‘○○○○ PUMPING TOOTHPASTE’의 표장을 사용하여 판매하고 있다(이하 이들 제품을 ‘피고 제품’이라 한다).
3.
상표권 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
가. ‘펌핑’ 또는 ‘PUMPING’ 부분이 원고 등록상표의 요부인지
1)
상표에서 요부는 다른 구성 부분과 상관없이 그 부분만으로 일반 수요자에게 두드러지게 인식되는 독자적인 식별력 때문에 다른 상표와 유사 여부를 판단할 때 대비의 대상이 되는 것이므로, 상표에서 요부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그 부분이 분리관찰이 되는지를 따질 필요 없이 요부만으로 대비함으로써 상표의 유사 여부를 판단할 수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상표의 구성 부분이 요부인지 여부는 그 부분이 주지·저명하거나 일반 수요자에게 강한 인상을 주는 부분인지, 전체 상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인지 등의 요소를 따져 보되, 여기에 다른 구성 부분과 비교한 상대적인 식별력 수준이나 그와의 결합상태와 정도, 지정상품과의 관계, 거래실정 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2. 9. 선고 2015후1690 판결 등 참조).
2)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 제품에 사용된 ‘펌핑’ 또는 ‘PUMPING’은 상품의 사용방법 등을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한 기술적 표장에 해당하고 요부라고 보기 어렵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펌핑’ 또는 ‘PUMPING’ 단어의 사전적 뜻은 ‘펌프 사용’, ‘펌프 작용’, ‘펌프의 손잡이를 상하로 되풀이하여 움직이는 일’, ‘펌프질’을 의미하고, ‘펌핑형’ 또는 ‘펌핑용기’라는 단어는 펌프가 달려 있어 펌프를 눌러 용기 안에 있는 제품을 나오게 하는 형태의 용기를 가리키는 말로 화장품이나 샴푸 등 욕실 제품에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다. 위와 같은 펌프 작용이 적용된 펌핑형 또는 펌핑용기는 액체, 거품 또는 젤 형태의 욕실 제품에는 널리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펌핑’ 또는 ‘PUMPING’ 단어를 ‘치약’과 관련짓는 경우에도,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들에게는 위와 같은 ‘펌핑형’ 또는 ‘펌핑용기’의 치약을 의미한다고 쉽게 인식될 수 있다.
② 원고는 ‘◎◎◎'라는 브랜드로 이미 수십 년 이상 치약 제품을 판매하여 왔다. 원고는 치약 제품의 상표에 ‘펌핑’ 또는 ‘PUMPING’ 단어를 사용하였으나, 이를 단독으로 사용하지는 않고 모두 ‘◎◎◎’
또는 ‘△△△△△ 46cm’, ‘△△△△△△
46cm’ 등 기존의 치약 상표에 결합하여 사용하였다. 즉, 원고는 펌프 작용에 의하여 치약이 나오게 하는 용기를 사용한 제품에 위와 같이 결합된 형태인 ‘◎◎◎ 펌핑’
또는 ‘△△△△△
46cm PUMPING’, ‘△△△△△△
46cm PUMPING’
등의 표장을 사용하였다. 따라서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들이 위와 같은 표장을 접할 경우 이미 주지·저명한 상표인 ‘◎◎◎’ 또는 ‘△△△△△ 46cm’, ‘△△△△△△
46cm’
등을 타인의 상품과 식별되는 부분으로 인식하고 ‘펌핑’ 또는 ‘PUMPING’은 해당 제품의 사용방법을 나타내는 것으로 인식할 뿐 이 부분을 독자적인 식별력이 있는 부분으로 인식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원고 역시 원고 제품에 대한 광고에서 위와 같은 사용방법을 강조하였고, 원고 제품을 소개하는 기사에서도 “힘들게 짜서 쓰고, 뚜껑을 잃어버리기 쉬운 일반 튜브 타입 치약과는 달리 한 번의 펌핑으로도 간편하게 양치질을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라고 소개하였다.
③ 원고는 원고 제품의 표장으로 사용한 ‘펌핑’ 또는 ‘PUMPING’은 일반 동사나 명사인 ‘펌프’ 또는 ‘PUMP’와 구별되어야 하고 ‘펌프’ 또는 ‘PUMP’가 기술적 표장인 반면 ‘펌핑’ 또는 ‘PUMPING’은 심장이 콩콩 뛰는 감성적 느낌을 강조한 암시적 표장으로 독자적인 식별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원고가 ‘◎◎◎ 펌핑’
또는 ‘△△△△△ 46cm PUMPING’, ‘△△△△△△ 46cm
PUMPING’ 치약 등의 광고 중 일부에 “당신을 보면 내 심장이 펌핑펌핑하지 말입니다.”라는 문구를 사용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는 배우 C를 광고 모델로 출연시킨 일부의 광고에서 사용하였을 뿐이고, 대부분의 광고에서는 앞서 본 제품용기의 사용방법을 강조하면서 ‘펌핑’이라는 용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한 사실이 인정된다. 따라서 원고가 ‘펌핑’ 또는 ‘PUMPING’을 위 주장과 같은 암시적 표장으로 개발하고 사용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앞서 본 것처럼 ‘펌핑’ 또는 ‘PUMPING’의 사전적 의미는 펌프 사용, 펌프 작용, 펌프의 손잡이를 상하로 되풀이하여 움직이는 일, 펌프질 등이므로 ‘펌프’ 또는 ‘PUMP’와는 명사, 동사, 형용사 또는 동사의 진행형 등 문법적 차이가 있을 뿐이고, 모두 통상적인 용례에 해당한다. 그 의미가 모두 사용방법을 설명하는 범위 내에 있으므로 위와 같은 정도의 차이로 인하여 식별력 유무가 좌우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④ 원고는 ‘PUMPING’만으로 이루어진 표장에 대하여 지정상품을 치약 등으로 하여 수차례 상표등록을 출원하였으나 상품의 사용방법에 해당하는 표지라는 이유로 상표등록이 거절되었다. 그 밖에 다른 출원인들이 ‘PUMPING FOAM’, ‘펌핑 에어마사지기 PUMPING AIR
MASSAGER’, ‘펌핑꿀’ 등의 표장으로 상표출원을 하였으나 모두 같은 이유로 거절되었다.
나. ‘펌핑’ 또는 ‘PUMPING’이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취득하였는지
1)
상표법 제33조 제2항에 따라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인정하는 취지는 원래 식별력이 없는 표장이어서 특정인에게 독점 사용시킬 수 없는 표장에 대세적·독점적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므로 그 기준은 엄격하게 해석·적용되어야 한다. 어떤 상표가 어느 정도 선전·광고된 사실이 있다거나 또는 외국에서 등록된 사실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상표가 수요자 사이에서 특정인의 상품에 관한 출처를 표시하는 것으로 식별할 수 있게 되었다고 볼 수 없고, 구체적으로 그 상표 자체가 수요자 사이에서 식별력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 증거에 의하여 명확하게 인정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식별력을 갖추었는지 여부는 상표의 사용방법, 사용기간, 사용횟수 및 사용의 계속성, 상품의 판매량, 광고의 방법, 기간, 내용, 상품의 종류와 특성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원고가
2013년부터 펌프 작용이 적용된 용기를 사용하는 치약을 판매하면서 ‘펌핑’ 또는 ‘PUMPING’ 표장을 사용하였고 원고가 위 제품의 홍보를 위하여 수년간 지속적으로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사용하여 상당한 홍보비를 지출하고 매출이 상당한 규모에 이른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사실만으로는 ‘펌핑’ 또는 ‘PUMPING’ 부분이 원고의 기존 치약 상표인 ‘◎◎◎’
또는 ‘△△△△△
46cm’, ‘△△△△△△ 46cm’ 등과 별도로 독립하여 수요자 사이에서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취득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① 원고는 지정상품을 치약 등으로 하여 ‘PUMPING’과 ‘◎◎◎ 펌핑’에 대하여 각 상표등록 출원을 하였는데, ‘PUMPING’은 2013. 12. 19. 기술적 표장에 불과하여 식별력이 없다는 이유로 등록이 거절된 반면 ‘◎◎◎ 펌핑’은 2014. 4. 3. 상표로 등록되었다. 원고는 ‘PUMPING'에 대한 위 거절결정에 불복하지 아니하고 2013. 12. 23. ’PUMPING‘에 원고의 기존 상표 ‘△△△△△ 46cm’를 추가한 ‘△△△△△ 46cm PUMPING'의 상표등록을 출원하였으며 2015. 1. 6. 위 상표가 등록되었다. 원고는 그 후 ’PUMPING'의 ‘PUMP'와 ’ING‘ 사이에 “’ ”를 삽입한 ’PUMP’ING'의 상표등록을 출원하였으나 2016. 7. 20. 위 상표 또한 식별력이 없다는 이유로 등록거절되었다. 위 거절결정에 대하여 원고가 이의를 제기하였으나 2017. 2. 9. 관련 분야의 제품에서 이러한 제품 용기 및 용도 등으로 다수가 사용하고 있는 실정 등을 고려할 때 지정상품의 성질표시에 해당하고, 어느 특정인에게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표장이라는 등의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② 원고 제품의 광고물에는 ‘펌핑’ 또는 ‘PUMPING’뿐만 아니라 ‘◎◎◎ 또는 ‘△△△△△ 46cm’, ‘△△△△△△ 46cm’ 등 원고의 식별력 있는 기존 상표가 함께 사용되었다. 또한 원고의 ‘히◍◍야 ○○솔트’ 치약 시리즈도 일반 튜브 용기에 담긴 제품을 “히◍◍야 ○○솔트 담은 치약”으로, 펌프 작용이 적용된 용기에 담긴 제품을 “히◍◍야 ○○솔트 펌핑치약”으로 광고하고 있다. 따라서 원고가 장기간 원고 제품에 관한 광고를 하였다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
등 기존의 식별력 있는 상표와 분리된 ‘펌핑’ 또는 ‘PUMPING’이 독자적인 식별력을 취득하게 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③ 한편 주식회사 D가 전국의 남녀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에는 대상자 전원이 ‘PUMPING'(펌핑) 치약을 알고 있었으며 그 중 71.5%가 ‘PUMPING'(펌핑) 치약을 원고의 상품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는 질문내용의 미묘한 변화에도 답변이 쉽게 유도될 수 있어 그 객관성 담보가 매우 중요한데, 위 설문조사의 구체적인 질문내용이나 조사방법, 조사기관의 공신력 등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나아가 특정인에게 대세적·독점적 권리를 부여할지 여부를 좌우하는 식별력 판단을 함에 있어, 표본 수 400명에 불과한 위 조사결과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국민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치약 제품’에 관한 일반 수요자의 인식을 대변하기에 부족하다.
④ 앞서 살펴본 것처럼 ‘펌핑’ 또는 ‘PUMPING’은 액체, 거품 또는 젤 형태의 욕실 제품 중 펌프 작용에 의하여 내용물이 나오게 하는 용기 제품을 의미하는 것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으므로, 일반 수요자가 위 단어를 치약과 관련지어 접하게 될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위와 같은 용기의 치약으로 인식할 것으로 보이고 특정인의 치약 제품에 관한 출처로 인식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4.
부정경쟁행위 여부에 대한 판단
앞서 살펴본 것처럼 ‘펌핑’ 또는 ‘PUMPING’은 사용방법을 설명하는 기술적 표장으로서 독자적인 식별력을 갖지 않고, 국내에 널리 인식된 상품 표지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피고는 ‘○○○○ 펌핑치약’
또는 ‘○○○○ PUMPING TOOTHPASTE'라는 표장을 사용하고 있을 뿐이고, 위 표장을 사용하는 피고 제품의 용기도 펌프 작용이 적용된 것으로 원고 제품의 용기와는 전혀 다른 형태이다. 피고의 위와 같은 표장사용 형태에 비추어 보면, 피고 제품에 사용된 ‘펌핑’ 또는 ‘PUMPING’ 표장 역시 용기 또는 제품의 사용방법을 설명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보인다. 따라서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의 위와 같은 표장 사용으로 인하여 피고 제품 또는 표장이 원고의 것과 혼동을 일으키고 있다거나 그러한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또한 위와 같은 사용이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이라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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