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0. 7.
23. 선고 2019다289495 판결
1.
판결의 요지
원고(가맹점사업자)는 피고(가맹본부)와 가맹계약을 맺고 약 12년간(가맹사업법 내지 해당 가맹계약에서 정한 가맹계약 갱신요구권 행사기한인 10년을 도과함) 치킨 가맹점을 운영하였는데, 조리 매뉴얼을 위반(간장치킨 조리과정에서 붓이 아닌 분무기를 이용해 닭고기에 간장을 도포)하고 항의하였다는 이유로 피고로부터 가맹계약 갱신을 거절당하였고, 이에 원고가 가맹사업법 제12조 제1항 제3호에서 금지하는 ‘거래상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불이익의 부과’ 등을 이유로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건에서, 피고의 이 부분 조리 매뉴얼이 모호하여 원고가 이를 고의적으로 어기려고 한 행위가 아니라 나름 조리방법을 개선하기 위하여 한 행위로 보이고, 이후 피고의 지적을 따르겠다고 한 사정 등에 비추어 비록 원고의 가맹계약 갱신요구권 행사기한이 경과하였더라도 피고의 위와 같은 가맹계약 갱신거절은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음을 전제로, 피고에 대하여 가맹사업법이 금지하는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불이익을 부과하는 불공정거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이 인정된다고 본 원심을 수긍한 판결입니다.
2.
적용법리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3조 제2항 및 가맹계약에서 규정한 가맹점사업자의 가맹계약갱신요구권의 행사기한이 경과한 가맹점사업자에게 가맹본부의 가맹계약 갱신거절이 이루어진 경우, 가맹본부에 대하여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금지하는 불공정거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이 성립하기 위한 전제요건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가맹사업법’이라고 한다) 제13조 제2항은 “가맹점사업자의 계약갱신요구권은 최초 가맹계약기간을 포함한 전체 가맹계약기간이 10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계속적 계약관계에 해당하는 가맹점(프랜차이즈)계약관계에서 가맹사업법상의 위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이 경과하였고, 가맹점계약에서 계약의 갱신 또는 존속기간의 연장에 관하여 별도의 약정이 없거나 그 계약에 따라 약정된 가맹점사업자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마저 경과한 경우에는, 당사자가 새로이 계약의 갱신 등에 관하여 합의하여야 한다. 그 경우 가맹본부는 가맹점사업자의 갱신요청을 받아들여 갱신 등에 합의할 것인지 여부를 스스로 판단·결정할 자유를 가진다. 다만 가맹본부의 갱신거절이 당해 가맹점계약의 체결 경위·목적이나 내용, 그 계약관계의 전개 양상, 당사자의 이익 상황 및 가맹점계약 일반의 고유한 특성 등에 비추어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3.
사실관계
가. 피고는 ‘(상호명 생략)’이라는 상호로 닭고기 소매업 등을 하는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를 운영하는 자이고, 원고는 약 12년간 한 지역에서 ‘(상호명 생략)’ 가맹점을 운영하였던 자이다.
나. 원고와 피고 사이의 가맹점계약 제15조 제3항은 원고의 계약갱신요구권은 최초 가맹계약기간을 포함한 전체 가맹계약 기간이 10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가맹사업법 제13조 제2항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과 동일하다.
다. 원고가 위 가맹점에서 간장치킨 조리 시 조리용 붓을 사용하지 않고 분무기를 사용하여 간장소스를 치킨에 도포한 사실이 피고 직원에게 발견되었고, 이에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간장치킨 조리 시 분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가맹본부의 중요한 영업방침인 조리 매뉴얼을 위반한 것이므로 그 시정을 요구하면서 시정요구에 불응하거나 운영 매뉴얼 위반 등 가맹계약법 위반이 재적발될 경우 가맹계약 갱신을 거절하거나 가맹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의 1차 시정요구를 하였다.
라. 그러나 피고의 조리 매뉴얼에는 간장소스를 ‘붓을 이용해’ 바른다고 명시하고 있지 않는 등 간장소스 사용방법과 관련한 문언의 의미가 명확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원고가 간장치킨 조리 과정에서 분무기를 사용한 것은 피고의 조리 매뉴얼을 고의적으로 어기려고 한 행위로는 보이지 않고, 나름 조리방법을 개선하기 위하여 한 행위에 불과해 보인다.
마. 원고는 피고에게 조리 매뉴얼의 어느 부분을 위반한 것인지 정확히 제시할 것 등을 요구하였으나, 피고는 원고에게 다시 1차 시정요구와 유사한 취지의 2차 시정요구를 하였다.
바. 2차 시정요구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피고는 원고에게 시정요구에 불응하고, 프랜차이즈사업의 핵심인 통일성을 저해하였으며, 가맹본부가 정한 표준 매뉴얼을 준수하지 않아 가맹사업법 제13조 제1항 제2호 ’다른 가맹점사업자에게 통상적으로 적용되는 계약조건이나 영업방침을 가맹점사업자가 수락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여 가맹계약 갱신을 거절한다는 내용의 통지를 하였다.
사. 그러나 피고의 1차 시정요구 이후에 원고가 간장치킨 조리 시 조리용 붓이 아닌 분무기를 사용하였음을 인정할 사정은 기록상 나타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원고는 피고에게 1차 시정요구 무렵부터 피고의 요구대로 조리용 붓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1차 시정요구를 취소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하였다.
아. ‘(상호명 생략)’이라는 상호로 한 지역에서 약 12년에 걸쳐 영업을 해오던 원고는 피고의 위와 같은 계약갱신거절 행위로 인하여 상당한 재산상 손해를 입을 것으로 보이는 반면, 원고의 가맹계약이 갱신되더라도 피고가 손해를 입을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4.
법원의 판단
앞서 본 법리에 위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비추어 살펴보면, 비록 원고가 피고와 가맹점계약을 체결한 지 10년이 경과하여 가맹사업법상 계약갱신요구권 내지 가맹점계약상 계약갱신요구권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피고의 위와 같은 가맹계약 갱신거절에는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인다. 결국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가 우월한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여 부당하게 가맹계약 갱신을 거절하여 가맹점주에게 불이익을 부과하였다고 보아, 가맹사업법이 금지하는 불공정거래행위를 원인으로 판시 기재와 같은 손해배상을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가맹사업법상 가맹점주의 계약갱신요구권, 가맹본부의 불공정거래행위 및 손해배상액의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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