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0. 7.
23. 선고 2017다224906 판결
1.
판결의 요지
피고가 외국판결에 대한 집행판결을 받아 부동산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는데 그 후 외국판결이 외국법원에서 취소된 경우 위 집행판결이 추완항소, 재심 등에 의하여 취소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집행판결의 소송물은 외국판결을 근거로 우리나라에서 집행력의 부여를 구하는 청구권이고 외국판결의 기초가 되는 실체적 청구권이 아니므로, 외국판결이 취소되었음을 이유로 하여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청구가 확정된 집행판결의 기판력에 반하지 않는다고 본 판결입니다.
2.
적용법리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그 판결의 주문에 포함된 것, 즉 소송물로 주장된 법률관계의 존부에 관한 판단의 결론 그 자체에만 생기는 것이고, 판결이유에 설시된 그 전제가 되는 법률관계의 존부에까지 미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기판력은 기판력 있는 전소 판결과 후소의 소송물이 동일한 경우 또는 후소의 소송물이 전소의 소송물과 동일하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전소의 소송물에 관한 판단이 후소의 선결문제가 되거나 모순관계에 있을 때에는 후소에서 전소 판결의 판단과 다른 주장을 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작용을 하는 것이므로, 이와 같이 소송물이 동일하거나 선결문제 또는 모순관계에 의하여 기판력이 미치는 객관적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후소에 전소 판결의 기판력이 미치지 않는다(대법원 2014. 10. 30. 선고 2013다53939 판결 등 참조).
민사집행법 제26조, 제27조에서 규정하는 집행판결은 외국판결의 옳고 그름을 조사하지 않은 채 민사소송법에서 정하는 승인․집행의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만을 심사하여 집행력을 부여하는 것으로서, 그 소송물은 외국판결을 근거로 우리나라에서 집행력의 부여를 구하는 청구권이고, 외국판결의 기초가 되는 실체적 청구권이 아니다.
미합중국 캘리포니아주 법원에서 2009. 7. 30. 선고된 외국판결에 대한 확정된 집행판결의 기판력은 위 외국판결을 국내에서 강제집행할 수 있다는 판단에 관하여만 발생하므로, 위 외국판결 중 재산분할 부분이 취소되었음을 이유로 하여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이 사건 청구가 위 집행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지 않는다.
3.
집행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는지 여부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미합중국 캘리포니아주 법원은 2009. 7. 30. 피고 1과 망 소외인(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은 이혼하고 이 사건 부동산은 피고 1의 소유로 한다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2)
이에 피고 1은 2010. 11. 12. 위 외국판결에 대한 집행판결을 받아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3)
그런데 위 캘리포니아주 법원은 2013. 5. 22. 피고 1이 허위의 송달증명서를 이용하였다는 이유로 위 외국판결을 취소하였고, 결국 2013. 10. 15. 당사자의 소송상 합의에 따라 위 외국판결 중 이혼 부분의 효력은 유지한 채 재산분할 부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하였다.
나.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미합중국 캘리포니아주 법원에서 2009. 7. 30. 선고된 외국판결에 대한 확정된 집행판결의 기판력은 위 외국판결을 국내에서 강제집행할 수 있다는 판단에 관하여만 발생하므로, 위 외국판결 중 재산분할 부분이 취소되었음을 이유로 하여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이 사건 청구가 위 집행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집행판결의 기판력 저촉 여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4.
피고 1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하는지 여부
가. 망인과 피고 1 사이의 증여계약 관련(피고들의 상고이유)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망인이 2007. 12. 20. 피고 1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증여하기로 하였으나, 2009. 9. 5. 위 당사자 사이에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권 귀속에 관하여 위 증여계약과는 달리 정하기로 하는 약정을 함으로써 위 증여계약은 합의해제되었고, 나아가 2009. 9. 5.자 약정이 망인의 강박에 의하여 체결되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증여계약의 효력에 관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나. 미합중국 캘리포니아주 법률 관련(피고 1의 상고이유)
원심은 캘리포니아주 상속법(Probate Code)에 의할 때 캘리포니아주 이외의 다른 지역에 소재한 부동산은 이를 혼인 중에 취득하였더라도 공동재산 또는 준공동재산이라고 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면서, 망인이 사망할 당시 피고 1은 이미 법률상 배우자가 아니었다는 점에서도 피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망인의 사망 당시 피고 1이 법률상 배우자가 아니므로 캘리포니아주 상속법에 따른 상속인이 아니어서 상속재산에 대한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고, 피고 1이 망인의 상속인이 아닌 이상 상속재산이 공동재산 또는 준공동재산인지 여부는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 부가적인 사항에 불과하다.
나아가 캘리포니아주 가족법(Family Code)에 의하더라도 캘리포니아주 법원은 이 사건 부동산을 특유재산으로 볼지 또는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공유재산으로 볼지 여부와 이를 공유재산으로 보더라도 분할의 방식을 결정할 재량을 가지고 있으므로, 당사자의 합의 또는 위 외국판결을 통하여 재산분할에 관한 구체적 내용이 정해지기 전까지는 피고 1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구체적인 권리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피고 1에게 실체적 권리가 인정된다는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고, 원심에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캘리포니아주 가족법에 따른 재산상 권리 귀속관계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으므로, 원심의 판단에 외국법률의 적용 및 실체관계에 부합하는 등기의 항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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