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 2018. 8.
16. 선고 2017가단542556 판결
1. 사실관계
가. 원고는 자동차 공조시스템의 제조 및 판매 등을 주요사업으로 하는 회사이다. 피고는 2003. 1. 6. 원고 회사에 입사하여 연구개발본부 산하 공조설계실 컨트롤개발팀 등에서 근무하다가 2017. 2. 10. 퇴사하였다.
나. 피고는 퇴사 직전인 2017. 2. 6. 합의서와 보안서약서를 작성하여 원고에게 제출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합의서 등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전직금지약정(이하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이라 한다)이 포함되어 있다. 한편 피고는 원고로부터 퇴직위로금으로 87,904,100원을 지급받았다.
다. 피고는 2017. 3. 2. 동종업체인 C에 업사하였다가,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수원지방법원 2017카합10221호로 제기한 전직금지가처분 사건에서 2017. 11. 2. 일부인용 결정이 내려져 같은 날 퇴직하였다가 2018. 3. 6. 재입사하였다.
2. 법원의 판단
가.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이 사건 전직금지 약정에서 정한 위약벌 약정에 따라 위약벌로 퇴직위로금으로 수령한 87,904,1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피고의 주장
피고는, 원고의 공조시스템 기술과 C가 현재 개발 중인 기술이 전혀 다르고 전직 전후 피고가 담당하는 개발업무도 상이한 점, 전직금지의 대가도 없었던 점과 피고의 퇴직 전 지위와 퇴직 경위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은 피고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고 주장한다.
(2)
판단
(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전직금지약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만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전직금지약정의 유효성에 관한 판단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 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10. 17.자 2013마1434 결정, 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등 참조).
한편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라 함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 규정된 ‘영업비밀’ 뿐만 아니라 그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였더라도 당해 사용자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로서 근로자와 이를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이거나 고객관계나 영업상의 신용의 유지도 이에 해당한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참조).
(나) 이 사건 전직금지 약정을 통해 피고가 전직금지의무를 위반할 경우 원고에게 퇴직위로금 전액인 87,904,100원올 위약벌로 반환하기로 약정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이 약정은 일응 근로자인 피고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피고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이 민법 제103조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 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1)
원고는
1986년 D 주식회사라는 상호로 설렵한 후 약 30년 동안 자동차용 공조시스템을 개발해 온 중견기업으로서 국내시장 점유율 1위 (2014년 52%, 2015년 48%, 2016년 44%)이고, 자신이 개발제조한 공조시스템을 E, F자동차 등에 납품하고 있다. 피고는 2003. 1. 6. 원고 회사에 입사하여 2005년경까지 공조시스템 중 자동실내 온도제어장치 (FATC)의 개발과 성능육성업무를 함께 수행하다가 2006년경부터는 주로 성능육성업무를 수행해 오던 중 2017. 2. 10. 퇴사하였는데, 그 직후인 2017. 3. 2. C에 입사하여 공조시스템 연구개발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C는 자동차 모듈 및 부품제조사업 등을 주요사업으로 하는 E자동차그룹 계열회사이고, 최근 공조시스템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2016. 7. 외국회사와 기술제휴협약을 체결하였으며, 의장선행설계팀에서 공조시스템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위와 같이 피고는 원고 회사에서 약 14년간 공조시스템 중 자동실내온도 제어장치 (FATC)의 제어로직 알고리즘 개발 등 관련 업무를 수행하다가 전직 후 C에서는 공조시스템 연구개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바, 자동실내온도 제어장치 (FATC)는 공조시스템 전체의 작동을 제어·총괄하여 공조시스템의 여러 기능을 구현하는 역할을 하는 중요 구성부분으로서 공조시스템 전체를 설계하는데 근간이 되는 것으로 보여서, 피고가 원고 회사에서 담당했던 업무와 C에서 담당하고 있는 업무가 서로 무관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또한 피고가 담당하였던 자동실내온도 제어장치 (FATC) 제
어로직 알고리즘 개발 업무는 양산 단계뿐 아니라 개발 단계에서부터 필요한 업무이고, 실제 피고는 원고 회사 재직 당시 개발 단계에 있던 공조시스템의 제어로직 알고리즘 개발 업무도 담당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설령 피고가 원고 회사에서 담당했던 업무와 현재 C에서 담당하고 있는 업무 사이에 일부 차이가 있더라도 관련 부서 간 업무가 혼재되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향후 C가 공조시스템을 개발양산하는 과정에서 피고가 업무 전반에 관하여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게 될 여지도 상당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원고 회사 재직 기간 동안 자동차용 공조시스템에 관하여 취득한 전문적인 지식, 정보, 경험, 노하우 등은 보호할 가치 있는 원고의 이익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공연히 알려지지 않은 위와 갈은 기술정보를 후발업체인 C 등이 알게 된다면 유리한 출발 내지 시간절약이라는 부당한 이익을 취득할 위험이 있다고 보인다.
2)
피고는 원고 화사에서 약 14년간 재직하였다. 피고는 퇴직 당시 책임연구원이었는데, 이는 피고가 속한 컨트롤 개발팀 직원 32명 중 수석연구원 1명을 제외하고 두 번째로 높은 직급이다(책임연구원은 피고를 포함하여 5명이었다). 피고는 컨트롤 개발팀에 속한 핵심 인력으로서 자동실내온도 제어장치 (FATC)는 물론 공조시스템 전반에 관해서도 앞서 본 바와 같은 중요한 기술정보를 알 수 있었던 지위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3)
피고는
2016년 말경 희망퇴직을 산청하였으나 원고가 2017. 1. 19. 반려하자, 2017. 1. 20. 희망퇴직이 불가하면 의원사직이라도 하겠다고 원고에게 통보한 점, 이에 원고는 퇴사 후 기술유출 등을 우려하여 피고를 희망퇴직자로 인정하기로 하고 희망퇴직자에게 지급되는 퇴직위로금 87,904,100원을 피고에게 지급한 점, 피고가 퇴직시 작성한 2017. 2. 6. 합의서 제7조는 이 사건 전작금지약정을 위반할 경우 퇴직위로금을 위약벌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는 점, 피고는, 자신이 C로 전직한 사실이 원고에게 알려지자, 2017. 6. 13. 원고측 담당자에게 전화하여 퇴직위로금을 반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자발적으로 퇴사하였을 뿐 그 과정에 원고의 잘못이 있다거나 원고가 피고를 불리하게 처우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파고가 수령한 퇴직위로금 87,904,100원 전액 내지 그 일부는 전직금지에 대한 대가적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다. 소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약벌 87,904,100원을 반환할 책임이 있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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