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조건은 법원이 매각 목적 부동산을 매수인에게 취득시키는 조건을 말하는데, 강제경매도 일종의 매매이나, 통상의 매매에서는 그 조건을 당사자가 임의로 정할 수 있는 반면, 강제경매는 소유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이루어지고 이해관계인도 많으므로 법은 매각조건을 획일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매각조건 법정주의라고 합니다. 다만, 법정매각조건 중에서 공공의 이익이나 경매의 본질과 관계가 없는 조건들은 관련되는 이해관계인 전원의 합의가 있거나 법원의 직권으로 이를 바꿀 수 있는데(법 제110조 제1항, 제111조 제1항), 이와 같이 바뀐 매각조건을 특별매각조건이라고 합니다.
강제경매에서는 미리 결정 공고된 최저매각가격 미만의 가격으로는 매각을 허가할 수 없는데, 이 조건은 이해관계인의 합의로는 바꿀 수 없습니다(법 제110조 제1항).
부동산의 물적부담의 소멸과 인수의 범위는 아래와 같습니다. 우선 목적 부동산의 물적부담을 매각으로 소멸시키는 원칙을 소멸주의라고 하고, 목적 부동산에 압류채권자의 채권에 우선하는 채권에 관한 부담이 있는 경우에 그 부담을 매수인이 인수하도록 하는 것을 인수주의라고 합니다. 그리고 경매 부동산의 매각대금으로 그 우선 부담과 경매비용을 변제하고도 남을 것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경매를 허용하고 압류채권자가 자기의 채권을 변제받을 가망이 없는 경매는 허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잉여주의라고 합니다.
민사집행법은 법적매각조건으로서 우선변제권이 있는 담보물권에 관하여 소멸주의를 취함과 동시에 잉여주의도 취하고 있습니다. 저당권과 가등기담보권은 매각으로 소멸하나(법 제91조 제2항, 가등기담보법 제15조), 압류채권자의 채권에 우선하는 채권에 관한 부동산의 부담을 매수인에게 인수하게 하거나 매각대금으로 그 부담을 변제하는 데 부족하지 아니하다는 것이 인정된 경우가 아니면 그 부동산을 매각하지 못한다(법 제91조 제1항).
용익권(지상권, 지역권, 전세권, 등기된 임차권)은 저당권, 압류채권, 가압류채권에 대항할 수 없는 경우에는 매각으로 소멸하나(법 제91조 제3항), 이에 대항할 수 있는 경우에는 소멸하지 않고 매수인에게 인수됩니다(법 제91조 제4항). 이와 같은 용익권은 매수인이 인수하는 것이 법정매각조건이 됩니다. 다만, 대항력 있는 전세권의 경우 전세권자가 배당요구를 한 경우에 소멸합니다(법 제91조 제4항 단서). 담보물권 중 우선변제권이 없는 유치권에 관하여는 인수주의를 취하고(법 제91조 제5항), 가압류등기는 매각으로 말소의 대상이 되나 압류채권자에 우선하는 최선순위의 가처분등기는 매각에 불구하고 그대로 남습니다.
소멸주의와 인수주의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1) 1순위로 근저당권, 2순위로 가처분등기, 3순위로 전세권, 4순위로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부동산에 관하여 매각이 이루어진 경우, 최선순위가 근저당권(언제나 매각으로 소멸)이므로, 최선순위의 근저당권 및 이에 두지는 가처분, 전세권 등 부담은 모두 소멸합니다. (2) 1순위 가처분, 2순위 근저당권, 3순위 전세권으로 설정되어 있는 경우, 근저당권이 최선순위가 아니므로 이에 앞서는 가처분은 매수인이 인수하여야 할 부담이 되고, 2순위 근저당권과 이후 전세권 등 부담은 매각으로 소멸합니다. (3) 1순위 가등기(담보), 2순위 가처분, 3순위 근저당권, 4순위 전세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 최선순위인 가등기가 담보가등기이므로 저당권과 마찬가지로 소멸하고 이에 뒤지는 가처분, 근저당권, 전세권 등 부담은 매각으로 소멸하나, 가등등기가 소유권이전을 위한 가등기인 경우에는 그 가등기와 근자당권에 앞서는 가처분은 매수인이 인수하여야 할 부담이 되고 근저당권과 전세권만 소멸합니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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