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2. 10. 14. 선고 2021도10046 의료법위반등
1. 판결의 요지
손해사정사 또는 그 보조인들이 보험가입자에게 후유장애진단서의 발급 의사를 소개하여 보험금 지급의 편의를 제공한 후 보험금 중 일부를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받은 혐의에 대하여, 의료법 제27조 제3항 위반죄는 성립하지 않으나,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한 원심의 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고 보아 상고를 기각한 판결입니다.
2. 적용법리
의료법 제27조 제3항의 ‘영리 목적’ 및 ‘대가’의 의미
의료법 제27조 제3항은「국민건강보험법」이나「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 금품 등을 제공하거나 불특정 다수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행위 등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ㆍ알선ㆍ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이 조항의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는 환자와 특정 의료기관․의료인 사이에 치료위임계약의 성립 또는 체결에 관한 중개․유도 또는 편의를 도모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대법원 1998. 5. 29. 선고 97도1126 판결, 대법원 2019. 4. 25. 선고 2018도20928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행위가 영리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금지ㆍ처벌하는 이 조항의 입법취지는 의료기관 주위에서 환자 유치를 둘러싸고 금품수수 등 비리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며 의료기관 사이의 불합리한 과당경쟁을 방지함에 있다(대법원 2004. 10. 27. 선고 2004도5724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의료법 제27조 제3항의 규정․내용․입법취지와 규율의 대상을 종합하여 보면, 위 조항에서 정한 ‘영리 목적’은 환자를 특정 의료기관․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에 대한 대가로 그에 따른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것으로, 이때의 ‘대가’는 간접적ㆍ경제적 이익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적어도 소개․알선․유인행위에 따른 의료행위와 관련하여 의료기관․의료인 측으로부터 취득한 이익을 분배받는 것을 전제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러므로 손해사정사가 보험금 청구ㆍ수령 등 보험처리에 필요한 후유장애 진단서 발급의 편의 등 목적으로 환자에게 특정 의료기관․의료인을 소개․알선․유인하면서 그에 필요한 비용을 대납하여 준 후 그 환자가 수령한 보험금에서 이에 대한 대가를 받은 경우, 이는 치료행위를 전후하여 이루어지는 진단서 발급 등 널리 의료행위 관련 계약의 성립 또는 체결과 관련한 행위이자 해당 환자에게 비용 대납 등 편의를 제공한 행위에 해당할 수는 있지만, 그와 관련한 금품수수 등은 환자의 소개․알선․유인에 대하여 의료기관․의료인 측이 지급하는 대가가 아니라 환자로부터 의뢰받은 후유장애 진단서 발급 및 이를 이용한 보험처리라는 결과ㆍ조건의 성취에 대하여 환자 측이 약정한 대가를 지급한 것에 불과하여, 의료법 제27조 제3항의 구성요건인 ‘영리 목적’이나 그 입법취지와도 무관하므로, 위 조항이 금지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변호사법 위반 부분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여 널리 법률사무를 행하는 것을 직무로 하므로 변호사법은 변호사의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고 직무의 성실ㆍ적정한 수행을 위해 필요한 규율에 따르도록 하는 등 제반의 조치를 강구하고 있는데, 그러한 자격이 없고 규율에 따르지 않는 사람이 처음부터 금품 기타 이익을 얻기 위해 타인의 법률사건에 개입하는 것을 방치하면 당사자 기타 이해관계인의 이익을 해하고 법률생활의 공정ㆍ원활한 운용을 방해하며 나아가 법질서를 문란케 할 우려가 있는바, 비변호사의 법률사무취급을 금지하는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는 변호사제도를 유지함으로써 그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취지의 규정이다. 이러한 입법취지와 같은 법 제3조에서 일반 법률사무를 변호사의 직무로 규정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같은 법 제109조 제1호가 규정한 '기타 일반의 법률사건'은 법률상의 권리ㆍ의무에 관하여 다툼 또는 의문이 있거나 새로운 권리의무관계의 발생에 관한 사건 일반을 말하는 것이므로(대법원 1998. 8. 21. 선고 96도2340 판결 등 참조), 법률적 지식이 없거나 부족한 보험가입자를 위하여 보험금 청구를 대리하거나 사실상 보험금 청구사건의 처리를 주도하는 것은 ‘기타 일반의 법률사건’에 관하여 법률사무를 취급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한편, 손해사정사는 손해발생 사실의 확인, 보험약관 및 관계 법규 적용의 적정 여부 판단, 손해액 및 보험금의 사정, 위 각 업무와 관련한 서류의 작성ㆍ제출의 대행, 위 각 업무의 수행과 관련한 보험회사에 대한 의견의 진술을 그 업무로 하는바(보험업법 제188조), 손해사정사가 그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보험회사에 손해사정보고서를 제출하고 보험회사의 요청에 따라 그 기재 내용에 관하여 근거를 밝히고 타당성 여부에 관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필요할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보험사고와 관련한 손해의 조사와 손해액의 사정이라는 본래의 업무와 관련한 것에 한하는 것일 뿐, 여기에서 나아가 금품을 받거나 보수를 받기로 하고 교통사고의 피해자측을 대리 또는 대행하여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거나 피해자측과 가해자가 가입한 자동차보험회사 등과 사이에서 이루어질 손해배상액의 결정에 관하여 중재나 화해를 하도록 주선하거나 편의를 도모하는 등으로 관여하는 것은 위와 같은 손해사정사의 업무범위에 속하는 손해사정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4. 11. 25. 선고 2004도6027 판결,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도6924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중 변호사법위반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손해사정사의 업무범위,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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