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6. 5. 8. 선고 2025다220329 임대차보증금
1. 판결의 요지
원고는 2020. 3. 27. A(이하 ‘망인’)와 그 소유의 이 사건 부동산을 차임 없이 임대차보증금 160,000,000원, 임대차기간 2020. 5. 11.부터 2022. 5. 10.까지로 정하여 임차하기로 하는 내용의 임대차계약(이하 ‘기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그 무렵 망인에게 위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하였습니다. 망인은 2020. 6. 4. 사망하였고, 그 상속인으로는 배우자인 B 및 자녀들인 피고 외 3인(이하 망인의 상속인들을 통틀어 ‘피고 등’)이 있었습니다. 피고는 2022. 5. 4. 서울가정법원에 상속한정승인 신고를 하였습니다.
원고는 2022. 5. 5. 피고 등과 이 사건 부동산을 차임 없이 임대차보증금 160,000,000원, 임대차기간 2022. 5. 11.부터 2024. 5. 10.까지로 하여 임차하기로 하는 내용의 임대차계약(이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특약사항에는 “6. 본계약은 2020년 3월 27일 계약의 2년 연장계약이며, 계약조건은 같다.”, “7. 본계약은 임대인 A의 사망으로 배우자와 자녀가 상속 임대인으로 전세보증금을 그대로 승계하고 기간을 연장한다.”, “8. 본계약 임대인들은 임차인의 전세대출 연장을 인지하고 협조한다.”라는 내용 등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서울가정법원은 2023. 4. 7. 피고의 망인에 대한 상속한정승인 신고를 수리하는 심판을 하였습니다. 원고가 피고 외 3인을 상대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기간 만료로 종료되었음을 이유로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자, 피고가 한정승인의 항변을 한 사안입니다.
원심은, 피고가 원고와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은 기존의 상속채무와 동일한 내용의 채무 내지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 따른 새로운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피고 자신의 고유채무로서 부담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서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에 해당하고, 그 결과 민법 제1026조 제1호에 따라 상속인인 피고는 상속의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한정승인 항변을 배척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①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망인의 공동상속인 전원이 공동임대인으로서 체결한 것으로 기존 임대차계약과 임대차목적물, 임대차보증금 및 차임이 모두 동일하고, 다만 임대차기간이 2년 연장되었을 뿐인 점(이 사건 임대차계약 특약사항 제6항은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기존 임대차계약의 ‘2년 연장계약’이며 ‘계약조건’이 같음을 명시하고 있고, 위 특약사항 제7항은 기존 임대차계약상 임대인이었던 망인의 사망으로 그 상속인인 피고 등이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그대로 승계’한다는 취지를 밝히고 있음), ②
원고는
2022. 4. 19. 피고에게 ‘피고 등이 기존 임대차계약의 기간 만료일에 원고에게 그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할 수 없다면, 원고가 받은 전세자금대출을 연장할 수 있도록 망인의 상속인인 피고 등을 공동임대인으로 하여 기존 임대차계약을 연장하는 내용의 계약서를 작성해달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실제로도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대위에 의해 상속등기가 마쳐진 관계로 전세자금대출 연장을 위해서는 대출은행의 요구대로 피고 등이 공동임대인으로 기재되어 있는 임대차계약서가 필요하였던 점(이 사건 임대차계약 특약사항 제8항 또한 피고 등이 임차인인 원고의 전세자금대출 연장을 인지하고 이에 협조한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체결 행위는 민법 제1026조 제1호의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가 아닌, 민법 제1022조에 의하여 상속인이 부담하는 상속재산 관리의무의 이행행위, 즉 관리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이 부분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2. 적용법리
가. 민법 제1026조 제1호의 입법 취지, 민법 제1026조 제1호의 적용범위 및 ‘처분행위’의 의미, 상속재산의 보존 및 관리행위가 민법 제1026조 제1호의 ‘처분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민법 제1026조는 “다음 각 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상속인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고 하면서 제1호로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때’를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민법 제1026조 제1호의 입법 취지는 상속재산 처분을 행하는 상속인은 통상 상속을 단순승인하는 의사를 가진다고 추인할 수 있는 점, 그 처분 후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허용하면 상속채권자나 공동 내지 차순위 상속인에게 불의의 손해를 미칠 우려가 있다는 점, 상속인의 처분행위를 믿은 제3자의 신뢰도 보호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에 있다(대법원 2012. 4. 16. 자 2011스191, 192 결정, 대법원 2023. 12. 28. 선고 2023다269399 판결 참조).
민법 제1026조 제1호는 상속인이 상속개시 후 자기를 위하여 상속이 개시된 사실을 알면서 한정승인 또는 상속포기의 신고를 수리하는 가정법원의 심판이 고지되기 이전에 상속재산을 처분한 때에 적용된다(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3다63586 판결, 대법원 2016. 12. 29. 선고 2013다73520 판결 참조). 하지만 여기서 ‘처분행위’는 재산의 현상 또는 그 성질을 변하게 하는 사실적 행위 및 재산의 변동을 생기게 하는 법률적 행위를 포함한다 할 것이나 상속재산의 보존 및 관리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5. 6. 23. 선고 2014다50913 판결 참조).
나.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 의하여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 법률행위의 해석 방법 및 특히 당사자 일방이 주장하는 계약 내용이 상대방에게 중대한 책임을 부과하게 되는 경우에는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법률행위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인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서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 의하여 그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과 그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법률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며, 특히 당사자 일방이 주장하는 계약의 내용이 상대방에게 중대한 책임을 부과하게 되는 경우에는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12. 27. 선고 2015다73098 판결 등 참조).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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