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6. 5. 8. 선고 2025도10476 업무상배임 등
1. 판결의 요지
제1심에서 피고인이 불출석하여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재판이 진행되었고, 이후 피고인의 상소권회복청구로 진행된 원심에서는 피고인이 출석하였으나 검사가 양형 의견을 법정에서 진술하지 않고 변론종결 후 이를 서면으로 제출하여, 피고인이 검사의 구형량을 법정에서 듣지 못한 사안입니다.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검사가 양형 의견을 법정에서 진술하지 아니하고 변론종결 후 서면으로 제출한 것은 공판중심주의에 비추어 바람직하지 않지만, 검사가 서면으로 밝힌 양형 의견은 제1심에서 검사가 진술한 양형 의견이나 제1심판결의 선고 형량과 다르지 아니하였고, 원심이 검사의 서면 구형 이후 변론을 재개하여 피고인으로서는 검사가 서면으로 밝힌 양형 의견에 대해 반박하거나 다툴 수 있었다고 보아, 원심에서 검사가 한 서면 구형으로 인해 피고인의 최후진술 절차에 관하여 공판중심주의가 형해화되었다거나 피고인의 방어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는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합니다.
2. 적용법리
검사가 양형에 관한 의견을 법정에서 진술하지 않고 변론종결 후 서면으로 제출한 것이 공판중심주의에 위배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형사소송법은 공판중심주의를 실현하고 이를 통하여 피고인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판결은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으면 구두변론을 거쳐서 하여야 하고(제37조 제1항), 공판정에서의 변론은 구두로 하여야 하며(제275조의3), 검사는 공소장에 의하여 공소사실ㆍ죄명 및 적용법조를 낭독하여야 하고(제285조), 피고인은 검사의 모두진술이 끝난 후에 공소사실의 인정 여부를 진술하여야 하며(제286조 제1항), 피고인 신문과 증거조사가 종료한 때에는 검사는 사실과 법률적용에 관하여 의견을 진술하여야 하고(제302조), 재판장은 검사의 의견을 들은 후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최종의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도록 하는 등의 규정을 두고 있고(제303조), 이러한 제1심 공판절차에 관한 규정은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항소심의 심판절차에 준용된다(제370조).
피고인 신문과 증거조사를 마친 후 이루어지는 ‘검사의 사실과 법률적용에 관한 의견 진술’의 절차에는 검사가 최종적으로 양형에 관한 의견을 진술하는 것이 포함된다. 이는 검사의 구형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으로서 법원에 대하여 검사가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양형을 주장하는 소송행위, 즉 ‘변론’에 해당한다. 따라서 검사의 양형 의견은 형사소송법이 채택하고 있는 공판중심주의와 구두변론주의를 명시한 형사소송법 제37조 제1항, 제275조의3에 따라 원칙적으로 공판정에서 구두로 진술되어야 한다.
한편 형사재판절차에서 피고인은 당사자로서 검사와 대등한 지위에서 자신의 정당한 이익을 방어할 권리를 갖고, 이러한 방어권의 대상이 되는 피고인의 이익에는 사건의 유무죄 등 실체에 관한 사항뿐만 아니라 양형에 관한 사항도 당연히 포함된다. 형사소송법 제303조가 피고인과 변호인의 최종의견 진술의 순서를 검사의 최종의견 진술 이후로 정한 것은 검사가 진술한 모든 최종의견에 대해 피고인과 변호인이 이를 반박하거나 다툴 수 있는 기회를 충실하게 보장하기 위함이다.
검사의 최종의견 진술과 피고인의 최후진술은 형사재판의 마지막 단계에서 사건의 유무죄와 양형에 관한 최종적인 의견을 밝히는 절차이다. 이 절차는 유무죄 등 실체에 관한 심리와 양형에 관한 심리를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지 않은 우리 형사소송절차에서 양형에 관한 심리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으므로, 검사가 양형에 관한 의견을 밝히는 절차에 있어서도 공판중심주의는 실질적인 지배원리로 충실히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피고인이 유죄임을 전제로 하는 검사의 구형은 양형에 관한 의견 진술에 불과하여 법원이 그 의견에 구속된다고 할 수 없고(대법원 2001. 11. 30. 선고 2001도5225 판결, 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4도659 판결 등 참조), 판결내용 자체가 아니고 공판기일의 통지, 재판의 공개 등 소송절차가 법령에 위반되었음에 지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변호인의 변호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되고 판결의 정당성마저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여지는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는 한, 그것 자체만으로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85. 7. 23. 선고 85도1003 판결, 대법원 2005. 5. 26. 선고 2004도1925 판결 등 참조).
검사가 공판기일에서는 양형에 관한 의견을 진술하지 않다가 변론이 종결된 후 서면으로 그 의견을 밝히는 이른바 ‘서면 구형’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검사가 양형 의견을 서면으로 제출한 경위, 시기 및 방법, 그 의견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근거, 피고인이 행사할 수 있는 방어권의 기회 및 내용 등에 비추어 그 서면 구형으로 인하여 피고인의 최후진술 절차에 관한 공판중심주의가 형해화되거나 피고인의 방어권, 변호인의 변호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는 한, 서면 구형을 거쳤다는 이유만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는 볼 수 없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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