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2019. 10.
31. 선고 2019구합50588 판결
1.
판결의 요지
이 사건 처분의 근거가 된 의료법 규정의 체제 또는 문언을 살펴보면, 의료기관 개설허가 또는 의료기관 개설허가사항의 변경허가는 기본적으로 일반적 금지의 해제라는 허가의 성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관할 행정청은 의료기관 개설허가신청 또는 의료기관 개설허가사항의 변경허가신청이 의료법 제36조에 따른 시설기준에 부합한다면 원칙적으로 이를 허가하여야 하고, 다만,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한다는 의료법의 입법목적에 비추어 볼 때, 관할 행정청은 의료기관 개설허가 또는 의료기관 개설허가사항의 변경이 명백히 중대한 공익에 배치된다고 인정할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 허가를 거부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신청에 대하여 의료법 제36조에 따른 시설기준에 부합한다면 원칙적으로 이를 허가하여야 한다.
피고가 처분사유로 든 이 사건 병원 인근에 장례식장이 3곳이 운영 중이므로 장례식장을 추가로 설치할 필요성이 없다는 점 또는 장례식장 운영으로 그 주변 교통혼잡ㆍ교통사고 발생 위험 증가 등 민원이 발생하였다는 점이나 원고가 영리를 추구하는 등 의료기관 목적에 반한다는 민원이 발생하였다는 점은 모두 의료법 제36조에 따른 시설기준에 관한 사항이 아니므로 그 사유로 이 사건 처분에 이른 것은 위법하다.
2.
사실관계
가. 원고는 2018. 3. 19. 피고로부터 서울 강북구 ▲▲로
***(△△동)
소재 지상 6층, 지하 1층, 연면적 4,285.24㎡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의 지상 1층, 3층 내지 6층 등에 관하여 의료기관 개설허가를 받아 ‘◆◆◆병원’(이하 ‘이 사건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나. 원고는 2018. 12. 11. 피고에게 이 사건 건물의 지하 1층, 지상 2층에 이 사건 병원의 시설로 장례식장을 설치하기 위하여 의료기관 개설허가사항 변경신청(이하 ‘이 사건 신청’)을 하였다.
다. 피고는 2018. 12. 18. 원고에게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신청을 불허가한다고 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
3.
법원의 판단
1)
처분사유 존부
가) 관련 규정 및 법리
(1)
의료법 제33조 제4항은 의사 등이 종합병원ㆍ병원ㆍ치과병원ㆍ한방병원 또는 요양병원을 개설하려면 관할 행정청의 허가를 받도록 하되, 관할 행정청은 개설하려는 의료기관이 의료법 제36조에 따른 시설기준에 맞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개설허가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의료법 제33조 제5항은 의료기관이 개설허가사항 중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중요사항을 변경하려는 때에는 변경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위임에 따른 의료법 시행규칙 제28조는 의료기관 개설허가를 받은 자가 ‘① 의료기관 개설자의 변경 사항, ② 의료기관의 종류 변경 또는 진료과목의 변동 사항, ③ 진료과목 증감이나 입원실 등 주요시설 변경에 따른 시설 변동 내용, ④ 의료기관의 명칭 변경 사항, ⑤ 의료기관의 의료인 수’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개설허가사항의 변경허가를 받으려면 소정의 허가사항 변경신청서를 시ㆍ도 지사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의료법 제36조는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의료기관의 종류에 따른 시설기준 및 규격에 관한 사항 등을 지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그 위임에 의한 의료법 시행규칙 제34조, [별표 3], [별표 4]는 의료기관의 종류별 시설기준 및 규격을 정하고 있는데, [별표 3] 20. ‘라’항은 종합병원, 병원, 한방병원, 요양병원은 해당 병원에서 사망하는 사람 등의 장사 편의를 위하여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29조에 따른 장례식장을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별표 4] 20. ‘가’항은 장례식장의 바닥면적에 관하여 해당 의료기관 전체 연면적의 5분의 1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
이 사건 처분의 근거가 된 위 각 규정의 체제 또는 문언을 살펴보면, 의료기관 개설허가 또는 의료기관 개설허가사항의 변경허가는 기본적으로 일반적 금지의 해제라는 허가의 성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관할 행정청은 의료기관 개설허가신청 또는 의료기관 개설허가사항의 변경허가신청이 의료법 제36조에 따른 시설기준에 부합한다면 원칙적으로 이를 허가하여야 하고, 다만,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한다는 의료법의 입법목적에 비추어 볼 때, 관할 행정청은 의료기관 개설허가 또는 의료기관 개설허가사항의 변경이 명백히 중대한 공익에 배치된다고 인정할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 허가를 거부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나) 구체적 판단
(1)
의료기관 개설자(원고)가 아닌 제3자(구■■)가 실질적으로 장례식장을 운영하려는 것이라는 처분사유에 관하여
구■■이 이 사건 건물 지하 1층, 지상 2층에서 장례식장을 운영하기 위해 내부 공사 등의 준비를 마치고 2018. 3. 27. 원고의 명의로 강북구청장에게 장례식장 영업신고를 하였다가 거부되고, 다시 2018. 4. 23. 원고 명의로 피고에게 의료기관 개설허가사항 변경신청을 하였다가 거부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아닌 제3자(구■■)가 원고 명의로 장례식장을 운영하기 위하여 이 사건 신청을 하였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다. 오히려 위 인정사실과 이로부터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병원을 개설한 자로서 실질적으로 장례식장을 운영하기 위하여 이 사건 신청을 하였다고 인정된다. 이 부분 처분사유는 사실오인에 의한 것으로 위법하다.
(2)
나머지 처분사유에 관하여
앞서 든 관련 규정 및 법리에 따르면, 피고는 이 사건 신청에 대하여 의료법 제36조에 따른 시설기준에 부합한다면 원칙적으로 이를 허가하여야 한다. 이 사건 병원 인근에 장례식장이 3곳이 운영 중이므로 장례식장을 추가로 설치할 필요성이 없다는 점 또는 장례식장 운영으로 그 주변 교통혼잡ㆍ교통사고 발생 위험 증가 등 민원이 발생하였다는 점이나 원고가 영리를 추구하는 등 의료기관 목적에 반한다는 민원이 발생하였다는 점은 모두 의료법 제36조에 따른 시설기준에 관한 사항이 아니므로 그 사유로 이 사건 처분에 이른 것은 위법하다. 다만, 위 사정 등으로 이 사건 병원의 개설허가사항 변경이 명백히 중대한 공익에 배치된다고 인정할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 허가를 거부할 수 있으나, 위와 같은 민원 발생이나 교통혼잡ㆍ교통사고 발생 위험 증가 등의 막연한 사정만으로 그 예외를 인정할 수 없다.
(3)
소결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할 당시 제시한 처분사유는 인정되지 않으므로, 원고의 나머지 주장에 관하여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2)
피고의 장례식장 면적 요건에 관한 주장에 관하여
가) 피고는 이 사건 소송에 이르러 이 사건 처분의 처분사유로 「원고가 이 사건 신청을 통해 운영하고자 하는 장례식장의 면적이 의료법령상 허용된 면적인 ’의료기관 면적의 1/5‘을 초과하였다」는 점을 들면서 위 처분사유가 이 사건 처분의 당초 처분사유 중 ‘교통혼잡, 교통사고 발생 위험 증가 등 민원이 발생함’에 관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장례식장의 면적이 의료법령상 허용된 면적을 초과한다’는 점과 ‘교통혼잡, 교통사고 발생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점은 내용이 전혀 달라 그 주장은 위 처분사유를 명백히 하거나 구체화하는 것으로 인정할 수 없고 처분사유를 추가하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나) 그러나 항고소송에서 처분청은 당초 처분의 근거로 삼은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만 다른 사유를 추가하거나 변경할 수 있고, 여기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 유무는 처분사유를 법률적으로 평가하기 이전의 구체적인 사실에 착안하여 그 기초인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한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대법원 1992. 2. 14. 선고 91누3895 판결, 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09두19021 판결 등 참조).
다) 위 추가 처분사유는 당초 처분사유와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면에서 동일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그 처분사유의 추가를 허용할 수 없다. 따라서 위 추가 처분사유에 관하여는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판단에 고려할 수 없다.
정회목 변호사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