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9도13290 판결
1.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사법경찰관리에 의해 범행장면이 목격되어 압수조서에 그 진술내용이 기재된 마지막 범행에 대하여까지 보강증거 불비를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의 해당 부분을 파기환송하는 한편, 현행범 체포현장에서도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따른 임의제출 방식의 압수가 허용된다는 종전 법리를 재차 확인하였습니다.
본 블로그의 아래 링크에서는 본 대법원 판결의 원심 판결 내용이 게재되어 있습니다.
https://2yourlawyer.blogspot.com/2019/10/blog-post_88.html
2.
공소사실 및 원심 판결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원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18번에 관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고 한다)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부분에 대하여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8. 3. 26. 08:14경 서울 (주소 생략) 지하철 ○호선 △△역 에스컬레이터에서 휴대전화기의 카메라를 이용하여 성명불상의 여성 피해자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였다.
나. 원심 판결
현행범 체포현장에서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따른 임의제출물 압수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제출의 임의성이 있어야만 압수물에 대한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는 것인데, 임의제출에 의한 압수절차와 그 효과에 대한 피고인의 인식 또는 경찰관의 고지가 없었다고 보이는 등 피고인이 현행범으로 체포될 당시 임의제출 방식으로 압수된 피고인 소유의 휴대전화기(증 제1호증, 이하 ‘이 사건 휴대전화기’라고 한다)에 대하여 경찰관의 강제수사 또는 피고인의 임의적 제출의사 부재가 의심되는 반면 이를 배제할 검사의 증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이유로, 이 사건 휴대전화기 자체는 물론 이를 기초로 한 2차 증거에 해당하는 이 사건 휴대전화기에 기억된 저장정보 역시 적법절차로 수집한 증거가 아니어서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고,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자백 외에는 이를 보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이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3.
대법원의 판결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기록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은 제1심 법정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해 자백하고 검사가 제출한 모든 서류에 대하여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으며, 이는 원심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나) 피고인이 위와 같이 증거로 함에 동의한 서류들 중 이 사건 휴대전화기에 대한 압수조서의 ‘압수경위’란에는, 이 부분 공소사실과 관련하여 “2018. 3. 26. 08:15경 지하철 ○호선 △△역 승강장 및 ’가‘ 게이트 앞에서 경찰관이 소매치기 및 성폭력 등 지하철범죄 예방ㆍ검거를 위한 비노출 잠복 근무 중 검정재킷, 검정바지, 흰색 운동화를 착용한 20대 가량 남성이 짧은 치마를 입고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가는 여성을 쫓아가 뒤에 밀착하여 치마 속으로 휴대폰을 집어넣는 등 해당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는 행동을 하였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그 하단에는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한 피고인의 범행을 직접 목격하면서 위 압수조서를 작성한 사법경찰관 및 사법경찰리의 각 기명날인이 들어가 있다.
다) 피고인의 변호인은 원심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보강증거가 구비되었음을 전제로 유무죄를 다투지 않겠다는 취지의 2019. 7. 25.자 변론요지서를 제출하였다.
2)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휴대전화기에 대한 압수조서 중 ‘압수경위’란에 기재된 상기의 내용은,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은 범행을 저지르는 현장을 직접 목격한 사람의 진술이 담긴 것으로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5항에서 정한 ‘피고인이 아닌 자가 수사과정에서 작성한 진술서’에 준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이에 따라 이 사건 휴대전화기에 대한 임의제출절차가 적법하였는지 여부에 영향을 받지 않는 별개의 독립적인 증거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이 증거로 함에 동의한 이상 유죄를 인정하기 위한 증거로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의 자백을 보강하는 증거가 된다고 볼 여지가 많다.
3)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까지 피고인의 자백을 뒷받침할 보강증거가 없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자백의 보강증거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나머지 판단
가.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원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1번 내지 17번에 관한 각 성폭력처벌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의 점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를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나. 범죄를 실행 중이거나 실행 직후의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고(형사소송법 제212조),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등이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ㆍ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은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으므로(제218조), 현행범 체포현장이나 범죄 현장에서도 소지자 등이 임의로 제출하는 물건은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의하여 영장 없이 압수하는 것이 허용되고, 이 경우 검사나 사법경찰관은 별도로 사후에 영장을 받을 필요가 없다(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도13726 판결 참조).
다. 앞서 본 법리에 따르면 현행범 체포현장에서는 임의로 제출하는 물건이라도 압수할 수 없다는 원심의 판단 부분은 잘못되었다. 하지만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본 원심의 결론 자체는 수긍할 수 있다. 따라서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압수물 제출의 임의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는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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