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2020. 2.
7. 선고 2019나2022621 판결
1.
판결의 요지
피고 B, C은 원고 A와의 근로계약에 따라 공정한 직무수행과 부당이득 수수금지, 이권개입 금지의무와 원고에 대한 충실의무가 있는데, 피고 B는 원고에 대한 업무상 배임행위를 행하고, 피고 C은 피고 B의 위 배임행위를 묵인하고 그 이익을 분배받음으로써 위 의무들이 포함된 원고와의 근로계약을 위반하였으므로, 피고들에 대하여 근로계약을 위반함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원고에게 피고들에 대한 감독을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고, 설령 그렇더라도 피고들은 청렴서약서까지 작성하고도 원고의 부주의를 이용하여 고의적으로 배임행위를 하고 그에 따른 이익을 취득하였는데, 이를 이유로 피고들의 책임을 제한한다면, 피고들이 결국 부정한 이익을 최종적으로 보유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어서 공평의 이념이나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2.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 등을 모아보면, 피고 B, C은 원고와의 근로계약에 따라 공정한 직무수행과 부당이득 수수금지, 이권개입 금지의무와 원고에 대한 충실의무가 있는데, 피고 B는 원고에 대한 업무상 배임행위를 행하고, 피고 C은 피고 B의 위 배임행위를 묵인하고 그 이익을 분배받음으로써 위 의무들이 포함된 원고와의 근로계약을 위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들은 근로계약을 위반함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1)
원고의 인사규정 제14조에 의하면, 원고의 직원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원고에게 손해를 끼쳤을 때에는 배상책임을 지고(제6호), 청렴을 존중하고 탐오의 행위가 있어서는 아니 되며 그 직무에 관련되어서는 직접, 간접을 막론하고 증여 또는 향연을 받아서는 아니 된다(제7호). 원고의 윤리강령에 의하면, 원고의 임직원은 직무와 관련하여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범위를 넘어 공정성을 저해할 수 있는 금품·향응 등을 직무관련자에게 제공하거나 직무관련자로부터 제공받아서는 아니 된다(제8조). 원고의 임직원행동강령 제12조에 의하면, 원고의 임직원은 자신의 직위를 직접 이용하여 부당한 이익을 얻거나 타인이 부당한 이익을 얻도록 해서는 아니 된다.
2)
피고 B,
C은
2009. 9. 30.부터
2013. 8. 24.까지 매년 원고에게 ‘원고의 윤리규범을 엄격히 준수하며, 투명하고 공정한 업무를 수행하여 직무와 관련한 공공 이익에 반하는 어떠한 사적 영리추구나 위법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청렴서약서를 작성하여 이를 제출하였다.
3)
그런데 피고 B는 이 사건 사업 과제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된 H의 사업비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사업비를 과다 계상하였고, H의 하청회사로부터 주식회사 E 명의 계좌로 660,220,000원을, F 명의 계좌로 합계 235,400,000원을 교부받았다. 피고 C은 피고 B로부터 ‘사업계획서상 사업비가 그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업체로부터 들어오는 돈을 나누어 주겠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 이에 동의하고 위 660,220,000원 중 56,020,000원을 교부받았다. 피고들은 위 범죄사실로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나. 한편, 피고들은, 원고가 피고들의 사용자로서 피용자에 대한 사무 감독의 의무를 해태한 점 등 역시 원고의 손해 발생에 기여하였으므로 피고들의 책임은 신의칙상 제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 및 갑 제10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피고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1)
원고는 윤리경영추진위원회, 윤리경영실무위원회, 반부패청렴실무지원단 등을 운영하며, 반부패청렴교육, 공익신고제도, 주요사업 및 부패 취약분야에 대한 모니터링 등 임직원의 부패행위를 경계하고 이에 대비한 정책을 기획·실시하여왔다.
2)
피고 B는 이 사건 사업 과제의 담당자로 원고를 대신하여 수행업체들을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음에도 수행업체들과 공모하였고, 피고 C을 포함한 다른 임직원들에게도 위 배임행위로 얻은 이익금을 나누어 주면서 자신의 배임행위를 적극적으로 은폐하고자 하였으므로, 원고로서는 피고들과 그 수행업체들의 잘못을 적발하기 쉽지 않았다.
3)
원고는 피고들이 수행업체들로부터 직접, 간접으로 교부받은 금액을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금으로 청구하고 있다. 위 금액 상당한 손해액은 피고들에게 귀속된 것이므로, 원고가 피고들에게 이를 전부 청구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4)
설령 원고에게 피고들에 대한 감독을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들은 청렴서약서까지 작성하고도 원고의 부주의를 이용하여 고의적으로 배임행위를 하고 그에 따른 이익을 취득하였는데, 이를 이유로 피고들의 책임을 제한한다면, 피고들이 결국 부정한 이익을 최종적으로 보유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는 공평의 이념이나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3.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등
가.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는 위와 같은 피고들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피고들이 각 부정하게 교부받은 금액에 상당한 손해를 입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1)
원고는 정보통신산업 진흥법 제26조에 근거하여 설립된 법인으로, 원고는 사업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정부로부터 전부 또는 일부 보조받거나(제28조 제1항), 수익사업을 통해 마련할 수 있다(제28조 제2항). 또한 원고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자율경영 및 책임경영체계의 확립을 위하여 자율적 운영을 보장받고 있고(제3조), 확정된 예산에 대한 운영계획을 스스로 수립하여(제42조) 이를 집행한다. 이와 같이 원고가 국가의 예산 외에 얼마든지 자체 수입을 통하여 사업경비를 마련할 수 있는 점, 원고가 예산의 운영계획을 스스로 수립하여 이를 집행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는 국가의 예산집행기관이 아니라 별도의 회계를 운영하는 독립적 기관이다.
2)
원고는
2012년
u-IT 신기술 검증·확산사업 예산으로 정부출연금 155억 1,000만원을 먼저 받은 후, 이 사건 사업 과제를 포함한 여러 세부과제를 추진하였고, 각 수행기관과의 협약 체결 과정에서 비로소 세부사업비를 확정하였다. 즉 세부사업비에 따라 원고가 정부로부터 받는 출연금의 규모가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또한 정부출연금은 원고의 예산 중 하나의 재원일 뿐이므로 이 사건 사업 과제와 관련하여 지출된 돈은 원고의 지출이 된다. 때문에 피고 B가 세부과제의 용역대금을 부풀려서 실제 지출하여야 할 세부과제 사업비가 증가하게 되면 원고가 나머지 세부사업에 사용할 예산이 줄어들게 되어 결국 원고는 실제 용역대금보다 부풀려진 용역대금 상당의 손해를 입는다.
3)
한편 피고 B는, 국가재정법 제96조 제1항은 ‘금전의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국가의 권리로서 시효에 관하여 다른 법률에 규정이 없는 것은 5년 동안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향후 국가가 원고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 환수청구 등을 할 가능성이 사라져서 장래에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 B의 업무상 배임행위로 원고의 사업비가 필요 이상으로 지출된 때 이미 원고의 손해가 발생한 것이고, 대한민국의 손해배상청구 또는 환수청구 여부는 원고의 손해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피고 B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4)
다른 한편 피고 C은 적극적으로 손해 발생에 관여하지 않았으므로 자신의 행위와 원고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 C은 이 사건 사업과제의 담당연구원으로 위 각 과제 수행기간 종료 후 사업비가 적정하게 집행되었는지 검수하는 업무를 맡았고, 원고의 임직원으로서 원고의 이익에 반하지 않도록 맡은 업무를 성실히 수행할 충실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피고 C은 피고 B의 대략적인 범행 사실을 알면서 이를 보고하지 않아 피고 B의 업무상 배임행위가 발각되지 않도록 도왔고 나아가 피고 B가 업무상 배임행위로 취득한 이익을 일부 분배받았으므로, 피고 C의 행위가 원고의 손해가 발생하는 데 영향을 끼쳤음을 부인할 수 없다. 피고 C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결국 피고들은 원고에게, 각 피고가 근로계약을 위반하면서 교부받은 금액 상당의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리고 각 피고의 행위가 서로 구분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 사건 사업 과제와 관련한 원고의 손해는 피고 B의 업무상 배임행위와 피고 C의 묵인 및 뇌물수수행위가 모두 관여되어 발생하였다. 피고들의 손해배상채무는 이 사건 사업 과제와 관련되어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한다는 점에서 경제적 목적이 같고, 서로 중첩되는 부분에 관하여 일방의 채무가 변제 등으로 소멸할 경우 타방의 채무도 소멸하는 관계에 있으므로, 부진정연대채무 관계에 있다[대법원 2016. 5. 27. 선고 2014다7971(본소), 2014다7988(반소) 판결 등 참조].
다. 따라서 원고에게 근로계약상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피고 B는 허위 계상한 사업비에서 본인이 교부 받은 895,620,000원(= 주식회사 E 명의 계좌로 교부 받은 돈 660,220,000원 + F 명의 계좌로 교부 받은 돈 235,400,000원), 피고 C은 피고 B와 공동하여 위 돈 중 자신이 교부 받은 56,020,000원 및 각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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