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0. 4.
9. 선고 2017다17955 판결
1.
판결의 요지
원고들을 고용한 용역업체가 피고가 운영하는 원자력 발전소의 보건물리실 출입·작업관리업무를 도급받아 원고들로 하여금 수행하게 한 사건에서, 원고들이 맡은 업무와 피고 소속 근로자의 업무는 서로 구별되고, 원고들이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용역업체는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원고 등 근로자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였고,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였다는 점은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들과 피고는 근로자파견관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을 수긍한 판결입니다.
2.
적용법리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고 한다) 제2조 제1호에 의하면, 근로자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위와 같이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 참조).
3.
법원의 판단
가.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판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들을 고용한 용역업체들이 원고들로 하여금 피고의 지휘․명령을 받아 피고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들과 피고는 근로자파견관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1)
한국전력공사와 그로부터 분사하여 2001. 4. 2. 설립된 피고(이하 한국전력공사와 피고를 구분하지 않고 ‘피고’라 한다)는 1997년부터 한빛원자력본부(구 영광원자력본부) 제1 내지 3 발전소의 방사선안전팀 소관 업무인 방사선방호분야(방사선관리구역 출입․작업관리, 제염 및 세탁), 방사성폐기물분야(방사성폐기물 처리, 방사성폐기물 처분), 보건물리분야[선량판독 및 종사자 선량관리, 방사선(능) 측정 및 계측장비 운영], 품질관리분야를 용역업체에 위탁운영하여 왔다. 원고들은 용역업체에 고용되어 방사선 관리구역 출입․작업관리 업무 중 보건물리실 출입․작업관리업무를 수행하였는데, 위 업무는 원전 방사선관리분야 경험 3년 이상 또는 방사선방호분야 역무경험 1년 이상인 사람으로서 투입 전 업무능력평가에 합격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업무이다.
위 업무의 세부 내용은 ➀ 방사선관리구역 출입관리, ➁ 방사선피폭 관리, ➂ 반출․입 물질 관리, ➃ 방사선작업 관리, ➄ 방사선(능) 측정, ➅ 액․기체배출물 관리, ➆ 보건물리실 운영 및 관리이다. 이와 같이 용역업체와 피고가 체결한 위탁계약 중 원고들이 수행하는 업무에 해당하는 부분은 그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원고들은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과 기술력이 있다.
피고 소속 근로자인 보건물리원이 담당한 업무는 모든 방사선관리구역(원자로 방사선관리구역, 폐기물건물, 원자로정비실 등)에 대한 총괄적인 감시․관리업무이므로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가 맡은 업무와 피고 소속 근로자의 업무는 서로 구별된다.
2)
원고들을 포함한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들과 피고 소속 보건물리원이 한 조로 편성되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한국전력공사 또는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3)
원고들의 교대조 편성과 근무 투입 시간을 모두 용역업체들이 직접 정한 점과 원고들과 같은 용역업체 소속 직원이 휴가 등 기타 사유로 결근하게 될 경우에 대비한 예비인력 운용 및 대체인력 투입도 용역업체들이 자체적으로 하고 있으며, 피고 소속 근로자가 원고들의 결원을 대체하는 경우는 없는 점, 용역업체들은 원고들을 비롯한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교육 및 훈련을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고,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근태관리도 직접 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의 원고용주인 용역업체들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4)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였다는 점은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5)
원고들의 원고용주인 용역업체들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다고 보인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근로자파견의 판단 기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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