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20일 수요일

[회사법무 산업재해]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 해당 여부 사건에서 모(여성 근로자)의 업무에 기인한 ‘태아의 건강손상’ 또는 ‘출산아의 선천성 질환’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의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로 포섭할 수 있다고 본 판결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641071 판결

1. 판결의 요지

원고들은 제주의료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로서, 비슷한 시기에 출산하였는데 출산한 아이들이 모두 선천성 심장질환을 갖고 태어나자 임신 초기에 유해한 요소들에 노출되어 태아의 심장 형성에 장애가 발생하였으므로 선천성 심장질환아 출산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요양급여를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업무상 재해란 근로자 본인의 부상·질병·장해·사망만을 의미하며 원고들의 자녀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로 없다는 이유로 요양급여 부지급 처분을 사안입니다.

이에 대법원은 원심이 원고들에 대한 요양급여 부지급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으나 (여성 근로자) 업무에 기인한태아의 건강손상또는출산아의 선천성 질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5 1호의근로자의 업무상 재해 포섭할 있다고 판단하여 파기환송하였습니다.

2. 적용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산재보험법이라 한다) 해석상 임신한 여성근로자에게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태아의 건강손상 여성 근로자의 노동능력에 미치는 영향 정도와 관계없이 산재보험법 5 1호에서 정한 근로자의업무상 재해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임신한 여성 근로자에게 업무에 기인하여 모체의 일부인 태아의 건강이 손상되는 업무상 재해가 발생하여 산재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 수급관계가 성립하게 되었다면, 이후 출산으로 모체와 단일체를 이루던 태아가 분리되었다 하더라도 이미 성립한 요양급여 수급관계가 소멸된다고 것은 아니다. 따라서 여성 근로자는 출산 이후에도 모체에서 분리되어 태어난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 등에 관하여 요양급여를 수급할 있는 권리를 상실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3. 사실관계

. 원고들은 모두 제주특별자치도 ○○병원인△△△△△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인데, 공통적으로 2009년에 임신하여 2010년에 아이를 출산하였고, 아이들이 모두 선천성 심장질환을 갖고 있었다. 원고 3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은 임신 4주차에 유산증후를 겪었다.

. △△△△△ 근무하던 간호사들 2009년에 임신한 사람은 원고들을 포함한 15명이었는데, 6명만이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였을 뿐이고, 원고들 4명이 선천성 심장질환아를 출산하고, 다른 5명은 유산을 하게 되었다. 이에 간호사의 근로여건과 작업환경이 노사간 쟁점이 되어, △△△△△ 2011년에 노사합의로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역학조사를 의뢰하였다.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은 2012. 2. 29. 역학조사 보고서를 △△△△△ 제출하였다.

. 원고들은, 역학조사 보고서의 내용을 토대로 원고들이 임신 초기에 임신한 여성과 태아의 건강에 유해한 요소들에 노출되어 태아의 심장 형성에 장애가 발생하였으므로 선천성 심장질환아 출산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2012. 12. 11. 피고(제주지사)에게 요양급여를 청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산재보험법이라 한다)에서 업무상 재해란근로자 본인 부상질병장해사망만을 의미하며 원고들의 자녀는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로 없다는 이유로, 2012. 12. 27. 요양급여 부지급 처분을 하였다(이하 ‘1 거부처분이라 한다).

. 원고들은 변호사에게 법률자문을 구하여태아의 심장 형성에 장애가 발생하였을 당시에 태아는 모체의 일부였으므로, 발병 당시 태아의 질병은 모체의 질병으로 보아야 하고, 산재보험법의 적용 여부는 근로자에게 질병이 발병할 당시를 기준으로 하며, 발병 이후 근로자 지위를 상실하였다고 하여도 계속 산재보험이 적용되므로, 출산아의 선천성 심장질환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여야 한다 주장하면서, 2013. 9. 12. 다시 피고(제주지사)에게 요양급여를 청구하였다.

. 이에 피고는 2013. 9. 26. 원고들에게재해 발생일시를 특정하고, 산재보험 초진소견서, 신청 상병을 확인할 있는 각종 검사자료 결과지를 제출하라 자료보완을 요구하였다. 원고들은 2013. 10. 피고에게 재해 발생 시점을 출산일이 아니라 ‘임신 이라고 특정하면서임신 중의 의무기록선천성 심장질환에 관한 의학자료 추가로 제출하였다. 그런데도 피고는 2013. 11. 6. 원고들에 대하여자료보완을 요청하였으나 산재보험 초진소견서가 제출되지 않아 고객님의 상병명 요양기간 확인이 불가하다.”라는 이유로민원서류 반려처분 하였다(이하 사건 거부처분이라 한다).

4. 대법원의 판단

. 업무에 기인한태아의 건강손상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산재보험제도와 요양급여제도의 취지, 성격 내용에다가 아래에서 드는 근거들을 종합하여 보면, 산재보험법의 해석상 임신한 여성근로자에게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태아의 건강손상 여성 근로자의 노동능력에 미치는 영향 정도와 관계없이 산재보험법 5 1호에서 정한 근로자의업무상 재해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1) 구체적 분쟁사건의 재판에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의미내용과 적용 범위가 어떠한 것인지를 정하는 권한, 법령의 해석적용 권한은 사법권의 본질적 내용이고, 법률이 헌법규범과 조화되도록 해석하는 것은 법률의 해석적용상 대원칙이다. 어떤 법률조항에 대하여 여러 갈래의 해석이 가능할 법원으로서는 가능하면 입법권을 존중하여 입법자가 제정한 규범이 존속하고 효력이 유지될 있도록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 합헌적 법률해석을 선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410289 판결, 헌법재판소 1990. 4. 2. 선고 89헌가113 결정 참조).

2) 헌법 32 4항은여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으며, 고용임금 근로 조건에 있어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정하여 여성 근로자의 사회적 부담과 제약을 완화하고 신체적생리적 특수성 등을 고려하는 근로조건을 보장해야 국가의 의무, 나아가 사업주 사인으로부터 여성의 근로를 보호해야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한편 헌법 36 2항은국가는 모성의 보호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정하여 모성에 대한 국가의 보호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임신과 출산 없이는 가족사회국가 공동체가 존속유지할 없으므로, 모성의 보호는 공동체의 존속유지와도 관련된다. 따라서 국가는 모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임신, 출산 등의 부담을 덜어주고 지원해야 의무를 진다.

헌법의 이러한 특별한 규정들은, 누구든지 성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할 헌법 11조의 평등권을 적용 영역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구체화한 것으로 있다. 그런데근로 제공을 통한 여성의 직업 수행의 영역에서 헌법 규정들이 갖는 의미를 찾자면, 임신 중인 여성 근로자와 태아는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발생할 있는 업무상 유해 요소로부터 충분한 보호를 받아야 하고, 국가 역시 이러한 위해 요소로부터 여성 근로자에 대한 충분한 보호가 이루어지도록 책무가 있다는 것이다.

3) 사람은 생존한 동안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되므로(민법 3), 개별 법률에서 예외적으로 태아의 권리능력을 인정하는 규정을 두지 아니하는 태아는 원칙적으로 권리능력이 없다. 산재보험법에는 태아의 권리능력을 인정하는 별도의 규정이 없으므로 산재보험법의 해석상 모체와 태아는 본성상 단일체 취급된다. 태아는 모체 없이는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할 수도 없으며, 태아는 모체의 일부로 () 함께 근로현장에 있기 때문에 언제라도 사고와 위험에 노출될 있다. 한편, 산재보험법상 요양급여는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경우에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것이므로, 장해급여와는 달리 부상이나 질병으로 인하여 반드시 노동능력을 상실할 것을 요건으로 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임신한 여성 근로자에게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태아의 건강손상은 여성 근로자의 노동능력에 미치는 영향이나 정도와 관계없이 여성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피고는, 임신한 여성근로자가 업무에 기인하여유산 경우에 한하여 이를 여성근로자 본인의 신체의 완전성 손상으로 보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있다는 관점에 있는데, 모체의 일부인 태아의 건강손상의 정도에 따라 업무상 재해의 인정 여부를 달리하는 역시 부당하다. 모성과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측면에서는 유산과 아의 건강손상을 구별할 합리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유산이 태아의 건강손상(그에 따른 필연적 결과로서의 선천성 질병장애아 출산)보다 우선적인 보호가 필요한 중한 결과라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여성근로자에게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의 측면에서는 전자보다 후자가 훨씬 중한 결과를 야기할 것임이 분명하고, 정신적 고통에는 개인차가 크지만 후자는 출산 이후에 장기적, 지속적으로 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므로 정신적 고통의 측면에서도 전자보다 후자가 덜하다고 단정할 없기 때문이다.

4) 나아가 산업재해의 위험을 사업주나 근로자 어느 일방에게 전가하지 않고 공적보험을 통해 분담하도록 하는 것이 산재보험제도의 목적에 충실한 해석인 , 산재보험이 민사상 구제에서 사회보험으로 발전하게 계기, 민사상 불법행위책임 증명의 어려움, 사업주의 무자력, 구제기간의 장기화 등을 고려하면, 임신한 여성 근로자의 업무에 기인한 태아의 건강손상을 업무상 재해에 포함시켜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도록 하는 것이 근로자는 물론이고 사업주에게도 바람직하다.

만일 산재보험법상 요양급여를 받을 없다면, 여성 근로자는 출산한 자녀의 치료 등을 위해 필요한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거나 또는 사업주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증명해야 하는 부담을 수밖에 없는데, 이는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에 관하여 여성 근로자에게 그에 따른 경제적 책임과 정신적 고통까지 전가하는 부당한 결과로 이어진다. 사업주 역시 산재보험이라는 공적 보험을 통해 보호받을 없게 되어 일시에 과중한 보상비용을 부담할 있으므로 산재보험법의 요양급여제도가 합리적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 출산으로 여성 근로자가 요양급여 수급권을 상실하는지
1) 산재보험법상 근로자에게 업무상 재해가 발생하여 보험급여 수급과 관련한 기초적 법률관계가 성립한 이상, 근로자가 후로 근로자의 지위를 상실하더라도 이러한 보험급여 수급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산재보험법 88 1항도근로자의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는 퇴직하여도 소멸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이유에서, 임신한 여성 근로자에게 업무에 기인하여 모체의 일부인 태아의 건강이 손상되는 업무상 재해가 발생하여 산재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 수급관계가 성립하게 되었다면, 이후 출산으로 모체와 단일체를 이루던 태아가 분리되었다 하더라도 이미 성립한 요양급여 수급관계가 소멸된다고 것은 아니다. 따라서 여성 근로자는 출산 이후에도 모체에서 분리되어 태어난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 등에 관하여 요양급여를 수급할 있는 권리를 상실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는 업무상의 사유로 근로자에게 재해가 발생할 , 다시 말해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있을 것만을 요건으로 뿐이지, 질병의 발병 시점이나 보험급여의 지급 시점에 재해자 또는 수급권자가 여전히 근로자일 것을 요건으로 하지 않으므로, 출산으로 모체와 태아의 인격이 분리된다는 사정만으로 그전까지 업무상 재해였던 것이 이제는 업무상 재해가 아닌 것으로 변모한다고 수는 없기 때문이다.

2) 최근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하여 태아 상태에서도 수술과 치료를 있는 경우가 확대되고 있다. 만일 태아 상태로 치료를 받은 경우라면 이는 모체에 대한 치료로 수밖에 없으므로 임신한 여성 근로자는 요양급여를 청구하는 장애가 없다. 의학기술상의 이유로 태아의 건강손상에 대한 치료 시기를 태아의 출생 이후로 연기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 요양급여를 받을 없다고 한다면, 이는 치료 시기에 따라 후자를 전자보다 불리하게 취급하게 되므로 현저하게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되고 형평에도 어긋난다.

3) 산재보험법상 요양급여는 산재보험 의료기관에서 의료서비스를 받는 현물급여가 원칙이며 예외적으로 의료서비스를 갈음하여 요양비가 지급될 있다(40 2). 출산 이후에도 여성 근로자를 요양급여의 수급권자로 보더라도, 요양급여의 내용은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 등을 치료하기 위한 의료서비스의 제공이 되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러한 내용의 요양급여를 제공받기 위하여 출산 이후에 요양급여 청구서를 () 여성 근로자 명의로 작성하여 제출하도록 것인지, 아니면 자녀인 출산아 명의로 작성하여 제출하도록 것인지는 법기술적인 제도 운용의 문제일 뿐이다. 임신한 여성 근로자에게 업무에 기인하여 태아의 건강손상이라는 업무상 재해가 발생한 것이 맞다면, 출산 이후에 요양급여 청구서를 누구 명의로 작성하여 제출하였는지가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 등에 관하여 요양급여 제공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는 없다.

4)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 개념을 해석적용함에 있어서, 여성 근로자의 임신 중에는 태아가 모체와 일체를 이루고 있다고 보아 태아의 건강 손상에 관하여 여성 근로자에게 요양급여 수급권을 인정하다가 여성 근로자의 출산 이후에는 모체와 분리되었다는 이유로 갑자기 출산아의 선천성 건강손상에 관하여 수급권을 부정하는 것은,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여 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한다는 우리 산재보험법의 입법목적에도 위배된 것일 뿐만 아니라 헌법 34 2, 6항에 의한 생존권적 기본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헌법 32 4항에 의한 여자의 근로에 대한 특별한 보호와 차별금지, 헌법 36 2항에 의한 모성 보호의무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는 해석이다.

업무에 기인한 사정으로 임신한 여성근로자와 몸인 태아의 건강이 손상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면 그로써 이미 산재보험법상 업무상재해가 있었다고 평가함이 정당하다. 그런데 재해를 입은 생명이 태어났다고 하여업무상 재해의 발생이라는 종전의 정당한 평가를 거두어야 하는가? 요양급여 수급권자는 근로자이어야 한다는 산업재해법의 규정이 이미 정당하게 평가된근로자인 원고들에게 발생한 업무상 재해라는 본질을 무력화할 정도의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고도 있는가? 그렇게 없다.

앞에서 이유를 상세히 밝힌 바이지만, 만일 질문에 긍정하는 피고의 관점에 서게 된다면 여성 근로자와 모성의 특별한 보호를 규정한 헌법규정들의 취지와 정신을 고려하여야 전형적인 국면에서 오히려 이를 전적으로 외면한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재해를 입고 태어난 아이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원고들의 청구를 거절한 피고의 법적 견해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이다.

. 사건에 관한 판단
1) 앞서 사실관계를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임신한 여성 근로자인 원고들의 업무에 기인하여 태아에게 선천성 심장질환이 생겼다면, 이는 산재보험법 5 1호에서 정한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고, 이후 원고들의 출산으로 모체와 태아가 분리되어 독립된 인격을 가진 출산아가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은 출산아의 선천성 심장질환에 관한 요양급여 수급권을 상실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2) 그런데도 원심은,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에 관하여 원고들은 산재보험법상 요양급여 수급권자가 없으므로 사건 거부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산재보험법상업무상 재해요양급여 수급권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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