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방법원 2016. 9. 27. 선고 2016노1670 판결
영업비밀의 성립요건 중에서 비밀관리에 대한 "상당한 노력" 조건은 2015년 개정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상당한 노력” 규저에서 “합리적인 노력” 규정으로 변경하여 영업비밀에 대한 관리수준을 완화하였습니다.
위 판결 사안에서 그 실무적 차이점을 설시하였습니다. 위 판결은 다음과 같이 법리를 설시하면서 비밀관리성 불충족을 이유로 무죄로 선고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영업비밀 성립과 그 사용으로 인한 침해행위를 모두 인정하고 유죄로 판결을 하였습니다. 아래와 판결요지를 참고하십시요.
(1) 개정 전 법률 하에서 선고된 판례의 동향
영업비밀로 보호되기 위한 “상당한 노력”의 의미에 관하여 법원은,「비밀이라고 인식될 수 있는 표시를 하거나 고지를 하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대상자나 접근 방법을 제한하거나 정보에 접근한 자에게 비밀준수의무를 부과하는 등 객관적으로 정보가 비밀로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인식 가능한 상태」를 의미한다고 판시 하여 왔다(= 접근 제한 + 객관적 인식가능성). 그런데, 특정한 정보에 대한 접근 제한은 해당 정보가 비밀로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접근 제한과 객관적 인식 가능성이라는 두 요소는 독립적, 개별적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으로 심사되게 되었고, 그 결과 ① 물리적, 기술적 관리가 행하여졌는지 여부,3) ② 인적, 법적 관리가 행하여졌는지 여부,4) ③ 조직적 관리가 행하여졌는지 여부5)가 “상당한 노력”의 유무를 심사하는 구체적인 기준으로 제시되게 되었다.6) 한편, 일부 판결에서는 기업의 규모, 종업원의 수 등에 대하여도 고려가 이루어 졌으나 이와 같은 요소들은 ① 물리적, 기술적 관리, ② 인적, 법적 관리, ③ 조직적 관리와 같은 기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되어 왔다.
(2) 부정경쟁방지법의 개정경위
가) 개정 전 법률은 영업비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비밀로 유지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요구하였는바, 그 결과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중소기업 가운데에는 기술개발에만 치중하고 영업비밀 보호를 위한 충분한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나머지 “비밀관리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 국회에서는 2015. 1. 28. 부정경쟁방지법을 개정하여, 영업비밀로 인정받기 위한 요건 가운데 하나인비밀유지에 필요한 “상당한 노력”을 “합리적인 노력”으로 완화하여 중소기업이 처한 현실적 여건을 고려할 수 있게 하였다.
나) 위와 같은 법 개정은 비밀유지에 필요한 관리 수준을 “합리적 노력” 내지 “합리적 조치” 수준으로 설정한 미국의 입법례9), “비밀로 관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을 뿐 “상당한 노력”을 요구하고 있지 않은 일본의 입법례 등을 참조한 것이었다
(3) “합리적인 노력” 의미
위와 같은 개정경위에 비추어 볼 때 비밀로 유지하기 위한 “합리적인 노력”을 기울였는지 여부는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객관적으로 정보가 비밀로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인식 가능한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지 여부(= 접근 제한 + 객관적 인식가능성)를, 해당 정보에 대한 ① 물리적, 기술적 관리, ② 인적, 법적 관리, ③ 조직적 관리가 이루어졌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되, 각 조치가 “합리적”이었는지 여부는 영업비밀 보유 기업의 규모, 해당 정보의 성질과 가치, 해당 정보에 일상적인 접근을 허용하여야 할 영업상의 필요성이 존재하는지 여부, 영업비밀 보유자와 침해자 사이의 신뢰관계의 정도, 과거에 영업비밀을 침해당한 전력이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할 것이다.
(4) 사안에의 적용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 회사는 이 사건 고객정보를 비밀로 유지하기 위한 “합리적인 노력”을 다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① 피해자 회사는 제약업체 내지 식품업체가 해외에서 전시회 등의 행사를 개최 하는 경우 항공권 및 숙소를 제공하는 여행전문업체이다.
② 피해자 회사는 행사와 관련된 정보(개최장소, 개최일시, 행사의 성격, 출품업체, 여행일정, 행사규모 등) 및 행사가 열리는 지역의 여행정보에 대하여는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일반인의 접근을 허용하였으나, 고객들의 성명, 소속업체, 직위, 이메일주소, Fax번호, 휴대전화번호 등이 포함된 이 사건 고객정보는 별도 관리하면서 피해자 회사 직원들에게만 접근을 허용하였다(합리적 구분).
③ 피해자 회사는 네이버주소록으로 작성된 정보는 법인계정으로 관리하였고, 구글 스프레드쉬트로 작성된 정보는 초대기능을 활용, 피해자 회사 직원들만 초대하는 방법으로 일반인의 접근을 차단하였다(기술적 관리).
④ 네이버계정과 구글계정은 모두 피해자 회사의 대표인 고소인이 관리하고있었다(조직적 관리).
⑤ 피해자 회사는 직원 4명, 연간매출액 2억 원 정도에 불과한 소규모 회사이다 (공판기록 제39쪽 참조).
⑥ 피고인이 근무하였을 당시 피해자 회사의 직원들은 피고인을 제외하고는 전원이 대표자와 그 가족들로 구성되어 있었다(수사기록 제34쪽 참조).
⑦ 이 사건 고객정보 가운데 구글 스프레드쉬트로 작성된 것에는 고객들이 피해자 회사가 보낸 메일을 읽었는지, 참석 의사를 밝힌 적이 있는지, 실제로 참석하였는지, 참석한 경우 어떠한 행사에 참석하였는지 여부 등이 상세하게 기재되어 있었는데, 이는 사전에 고객의 수요를 예측하여 항공권이나 호텔 등을 미리 예약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었고,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의 이사 직함으로 근무하면서 단체항공권 예약, 현지 호텔 수배 및 예약, 환전, 여행자보험가입, 해외전시회 동행 및 동행시 고객인솔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와 같은 사정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공판기록 제41쪽, 제42쪽 참조).
⑧ 이 사건 고객정보에는 고객의 성명, 소속업체, 직위, 이메일주소, Fax 번호, 휴대전화번호 등 민감한 개인정보들이 포함되어 있어 이를 함부로 유출하는 경우 거래 관계의 중단을 초래할 수 있음은 물론 민‧형사상의 책임이 야기될 소지가 있었는바, 이 사건 고객정보의 작성에 참여한 피고인으로서는 그와 같은 사정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실제 이 사건 고객정보가 유출되자 고객들로부터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다는 항의가 제기되었음, 수사기록 제14쪽 참조).
⑨ 피고인은 1989년경 OO여행사에서 고소인과 함께 근무하게 되면서 고소인을 알게 되었고,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된 것은 OO여행사에서 함께 근무하였던 피고인의 처가 피고인의 취직을 부탁하였기 때문이었다.
⑩ 피고인과 고소인이 서로 알고 지낸 기간이 25년 정도이고, 피고인이 2007. 3. 31.부터 2008. 2. 1.까지 잠시 업무를 중단하였던 것을 감안하더라도 피고인의 피해자 회사 근속기간이 10년을 초과하여 피고인과 고소인 간에는 상당한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⑪ 피해자 회사가 피고인을 비롯한 회사 직원들에게 이 사건 고객정보에 대하여 상시 접근을 허용하였던 것은 사실이나, 이는 이 사건 고객정보가 다른 직원들의 업무와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필요하였기 때문이었다.
⑫ 피고인이 퇴사한 직후 피해자 회사는 이 사건 고객정보에 대한 피고인의 접근을 차단하였으나, 피고인은 이를 예상하고 퇴사 직전 이 사건 고객정보를 다운로드 받아 두었기 때문에 피해자 회사는 영업비밀의 유출을 막을 수 없었다.
⑬ 피해자 회사는 이 사건 발생 이전에는 영업비밀을 침해당한 적이 없었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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