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10.
24. 선고 2018나29442 항공권대금환급 판결
1. 사실관계
원고들은 2017. 8. 9. 피고 X투어가 운영하는 웹사이트에서 2017. 9. 25. 인천공항을 출발해 호주 시드니에 도착하는 Y항공 601편 항공권(이하 ‘이 사건 항공권’이라 한다) 2매를 대기예약하였다. 피고 X투어는 다음날인 2017. 8. 10. 원고들에게, 이 사건 항공권의 좌석이 확보되어 대기상태가 해소되었고 2017. 8. 11. 16:00까지 대금을 결제하지 않을 경우 예약이 자동취소됨을 안내하였다. 이에 원고들은 2017. 8. 10. 항공권대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하였는데, 2,344,400원(=개인별 1,172,200원×2)은 항공요금 명목으로 피고 Y항공 앞으로, 20,000원(=개인별 10,000원×2)은 발권대행수수료 명목으로 피고 X투어 앞으로 결제되었다. 결제 후 곧바로 원고들 앞으로 전자항공권이 발행되었다.
원고들은 2017. 8. 16. 피고 X투어에게 항공권 구매 취소 의사를 밝히면서 구매 취소시 수수료 내지 위약금이 있는지 여부를 문의하였는데, 피고 X투어는 ‘취소시 1인당 항공사 위약금 20만 원, 발권수수료 1만 원, 항공업무대행 수수료 1만 원으로 1인당 합계 22만 원의 환불수수료가 발생한다.’고 답변하였다. 원고들은 다음날인 2017. 8. 17. 피고 X투어 사이트 내 1:1 상담코너를 이용하여, ‘전날 피고 X투어가 알려준 바와 달리 항공권 결제 후 7일 이내에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상거래법‘이라 한다)에 따라 청약의 철회를 할 수 있으며, 항공권 구입을 취소하고자 하므로 취소 및 환불 처리를 해달라.’는 요청을 하였고, 위 온라인 사이트의 ‘예약’ 페이지에 있는 ‘취소 및 환불 요청’ 버튼을 클릭하였다.
피고 Y항공은 2017. 8. 31. 항공권 대금 2,344,200원 중 위약금 4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1,944,200원만을 원고들에게 환급하였고, 피고 X투어는 발권대행수수료 20,000원을 환급하지 않았다.
2. 법원의 판단
가. 청약철회로 인한
대금 반환
책임의 주체
피고들은 본인들이 전자상거래법에 따른 청약철회로 인한 대금 반환 의무자가 아니라고 다투므로, 그 대금 반환의 주체가 누구인지 살펴본다. 이 사건에서는 구매의 목적물인 항공권이 표상하는 항공여객운송용역을 제공하는 자(항공사인 피고 Y항공)와 항공권 판매행위를 하는 자(여행사인 피고 X투어)가 다르므로, 원고들이 항공권구매계약을 체결한 상대방이 누구인지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원고들이 피고 X투어의 웹사이트에서 이 사건 항공권을 구매하였고, 위 웹사이트에는 항공권의 가격과 내용(비행 일시 및 노선, 좌석 종류, 탑승 등에 관한 정보), 항공권 구매에 관한 계약 내용(대금 결제방법, 향후 여정 변경, 환불시 수수료 등)이 모두 나와 있고, 예약 및 대금의 결제가 모두 위 웹사이트 상에서 이루어지는 사실, 피고 X투어는 원고들로부터 대금을 지급받고 피고 Y항공에 원고들의 이름이 기재된 항공권의 발권을 의뢰하며 피고 Y항공에서 전자항공권을 발행하여 피고 X투어로 송신하면 피고 X투어는 이것을 원고들에게 이메일로 보내거나 피고 X투어의 웹사이트를 통해 출력할 수 있도록 하여 원고들에게 제공하는 사실, 원고들은 이 사건 항공권 구매 과정에서 한 번도 피고 Y항공의 웹사이트를 방문하거나 직접 피고 Y항공과 접촉할 필요가 없었던 사실이 인정된다. 이와 같이 여행사를 통해 항공권을 구매한 경우 그 여정 변경이나 환불 등은 모두 여행사를 통하도록 되어 있고 항공사에 직접 연락하면 처리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원고들 역시 피고 X투어에게 환불 요청을 하였다}, 여행사에서 고객을 모집하여 발권을 의뢰하는 경우 항공사에서 계약 체결을 거부하며 발권을 거절하는 경우는 없다.
이러한 사정과 더불어 전자상거래의 경우 소비자로서는 통상 발권 후 계약 변경이나 취소를 애초에 전자상거래를 한 웹사이트에서 하려고 하며, 이것이 소비자 보호와 일반적인 거래 관념에도 부합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항공권구매계약의 당사자는 피고 X투어이고, 피고 Y항공은 피고 X투어와의 계약에 따라 피고 X투어가 판매하여 발권된 항공권을 소지하는 고객에게 그에 따른 용역을 제공할 의무를 부담하는 주체라고 봄이 상당하다.
더불어 이 사건 항공권 구매대금 중 항공권대금 부분은 직접 피고 Y항공 앞으로, 발권대행수수료는 피고 X투어 앞으로 결제되었지만, 그 명목을 불문하고 그 합계액이 항공권구매계약의 대금이라고 보아야 하며{상인이 물건을 판매할 경우 판매대금에 물건과 판매활동의 대가가 모두 포함되어 일체를 이루는 것이지 물건가격과 판매활동의 가격이 분리되어 따로 매겨지는 것이 아니다}, 피고 X투어가 편의상 그 대금 중 일부를 직접 피고 Y항공이 지급받도록 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고들이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적법하게 청약철회를 한 경우, 피고 X투어는 계약상대방인 통신판매업자로서 그 구매대금을 반환해야 하고, 피고 Y항공은 계약당사자는 아니지만 전자상거래법 제18조 제11항에 따라 자신이 지급받은 대금의 범위 내에서 피고 X투어와 연대하여 대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나. 원고들이 청약
철회 기간
내 청약
철회를 하였는지
여부
전자상거래법 제17조 제1항 제1호에 의하면, 통신판매업자와 재화등의 구매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소비자는 제13조 제2항에 따른 계약내용에 관한 서면을 받은 날로부터 7일 내에, 다만 그 서면을 받은 때보다 재화등의 공급이 늦게 이루어진 경우에는 재화등을 공급받거나 공급이 시작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청약철회등을 하여야 한다. 한편, 같은 법 제13조 제2항은, 통신판매업자는 계약이 체결되면 소비자에게 공급자, 재화에 관한 정보, 교환·반품 등이 기재된 계약내용에 관한 서면을 재화등을 공급할 때까지 교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들이 구매대금을 결제하고 전자항공권을 발행받은 것은 2017. 8. 10.인데, 그 때 원고들과 피고 X투어 사이에 항공권구매계약이 체결되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고들에게 전자항공권이 발행되었을 때 계약내용에 관한 서면을 받았거나 제17조 제1항 단서의 재화등의 공급이 이루어졌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원고들은 그때로부터 7일 내인 2017. 8. 17.에 피고 X투어의 웹사이트에 청약철회의 의사를 표시하였으므로, 전자상거래법에서 정한 청약철회 기간을 준수하였다고 할 것이다.
다. 환불위약금 규정의
무효 여부
1)
전자상거래법은 통신판매업자와 구매계약을 체결한 소비자에게 7일 이내에 청약철회를 통해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제17조), 그 경우 통신판매업자는 사유를 불문하고 그 대금을 반환해 주어야 하며(제18조 제2항), 공급받은 재화 등의 반환에 필요한 비용 외에 청약철회 등을 이유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제18조 제9항). 전자상거래법 제35조는 위 규정을 위반한 약정으로서 소비자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 규정한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항공권의 환불위약금에 관한 약관은 소비자가 7일 이내에 적법하게 청약철회권을 행사한 경우에도 일정 금액의 환불위약금을 공제하고 대금을 반환하도록 한 것인바, 위 전자상거래법에서 정한 청약철회에 관한 규정(특히 제18조 제9항)을 위반하여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정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다.
2)
이에 대하여 피고 Y항공은, 전자상거래법 제35조는 “제17조부터 제19조까지의 규정을 위반한 약정으로서 소비자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는바, 이는 청약철회 등의 규정을 모든 업종에 무조건적으로 적용할 경우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거나 시장의 건전성을 저해할 위험이 있음을 고려하여, 강행법규에 반하는 약정이라 하더라도 개별사안마다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실질적으로 소비자에게 불리한지 여부를 살펴본 다음 약정의 효력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소비자에게 불리한 경우에 한하여’ 효력이 없다고 규정한 것이고, 원고들이 위약금 규정을 충분히 숙지하고 이에 동의하였고 이를 조건으로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항공권을 구매하였으므로 이것이 실질적으로 원고들에게 불리하지 않아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자상거래법 제35조는, 전자상거래법과 달리 약정한 경우에 이것이 그 자체로 소비자에게 더 유리한 경우(예컨대, 청약철회 기간을 7일보다 더 길게 약정한 경우)에는 유효하고 소비자에게 불리한 경우에만 무효라는 취지의 ‘편면적 강행법규’임을 규정한 것이지, 이것이 피고 Y항공의 주장처럼 개개 사안마다 실질적 유, 불리를 따져보라는 의미로 볼 수 없다. 종래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 채무자, 보증인 등을 보호하는 규정 역시 위와 동일한 문언으로 규정되어 왔는바(주택임대차보호법 제10조,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5조, 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4항,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11조 등) 이것은 편면적 강행법규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어 왔다.
전자상거래법은 전자상거래, 통신판매에 관하여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2002년 제정되었는데, 기존에 방문판매 및 다단계판매 등에 인정되던 조건없는 청약철회권을 새롭게 통신판매에도 인정하였다. 종래 소비자에게 청약철회권을 인정하였던 취지는, 소비자와 사업자 간의 거래에서 정보, 경제력, 계약내용 결정 등 측면에서 사업자가 소비자에 비해 우월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그로 인하여 소비자가 사업자와의 거래시 충분히 숙고하여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자의 적극적인 권유에 의하여 충동적으로 구매 여부를 결정하기 쉬우므로, 이러한 여건하에서 체결된 소비자계약을 일반 계약과 동일하게 기속시키는 것은 오히려 소비자를 차별하는 것으로서 부당하다는 인식 하에, 소비자가 계약 체결 후 자신의 구매의사를 재차 판단하여 구매의사가 변경된 경우 간편하게 당해 계약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급증하는 통신판매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러한 권리를 통신판매에도 새로 인정하였으며, 다만 그 거래의 특징을 고려하고 소비자 보호, 거래의 안정성,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조화롭게 도모하기 위하여 그 청약철회의 기간을 7일로 정하였다.
위와 같은 전자상거래법의 입법취지와 청약철회권 관련 규정의 문언, 종래 방문판매 등에 관하여 인정되던 청약철회권을 통신판매에 확대하면서 그 기간을 단축하여 규정하기에 이른 경위, 인터넷과 모바일의 발달로 전자상거래의 비중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점과 편면적 강행법규의 의미를 고려하면, 전자상거래법 제17, 18조에서 정하는 소비자의 청약철회권을 제한하는 약정은, 이것이 소비자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점이 명백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쉽게 유효하다고 해석하여서는 안된다.
위 인정사실과 각 증거에 의하면, 원고들은 항공사 환불규정에 명시된 요금규정을 확인하고 그에 동의한 뒤 예약 및 대금결제를 한 사실, 원고들은 이 사건 항공권을 1장당 1,172,100원(항공요금 1,035,900원과 제세공과금 136,200원)에 구매하였는데 정상운임은 3,372,000원으로 많은 할인을 받았고 환불위약금이 있는 항공권은 그렇지 않은 항공권에 비하여 가격이 낮은 사실, 항공권의 경우 일반적인 재화나 용역에 비하여 시간이 경과할수록 재판매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드는 특징이 있는 사실과 국제적으로도 많은 항공사들이 환불위약금 부과를 조건으로 항공권을 할인판매하고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한편, 원고들은 항공권 구입일로부터 7일 만인 2017. 8. 17. 청약철회권을 행사하였고, 그 때는 출발일인 2017. 9. 25.까지 40일이나 남아 있어 항공권 재판매가 충분히 가능한 시점인 점(원고들이 이 사건 항공권을 구입한 시점과 청약철회 시점 사이에 항공권 재판매 가능성에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들의 청약철회권은 7일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만 한정적으로 인정되는 것인 점, 할인 항공권의 경우 소비자들이 충동구매를 할 가능성이 더 크고, 청약철회권 자체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법률에서 특별히 인정한 것이므로 원고들이 위약금 규정을 다 고지받고 항공권을 구매하였다는 점은 청약철회권을 제한한 사정이 되지 않는 점, 청약철회 시점과 출발일이 근접한 경우에는 전자상거래법 제17조 제2항 제3호(시간이 지나 다시 판매하기 곤란할 정도로 재화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에 해당하여 청약철회가 제한된다고 볼 여지가 있으나 원고들의 경우 출발일 40일 이전에 청약철회를 한 경우로서 그에 해당된다고 볼 수도 없는 점을 감안하면, 앞서 본 사정만으로 이 사건 항공권의 환불위약금 규정이 소비자인 원고들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사정이 명백하다고 할 수 없다.
피고 Y항공은 전자상거래법과 관련한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등에서 환불위약금을 유효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도 주장하나, 공정거래위원회의 고시 등 행정규칙은 법률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면 무효라고 볼 것이므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보호지침,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등이 소비자의 청약철회권을 제한하는 위약금 규정을 유효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법률에 반하는 위약금 규정이 유효해진다고 할 수 없다.
라.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에게, 피고 X투어는 각 아직 반환하지 않은 대금 21만원, 피고 Y항공는 피고 X투어와 연대하여 위 돈 중 피고 Y항공이 수령하였던 20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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