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2018. 4.
13. 선고 2017나2054679 영업금지 판결
1. 사실관계
가. 시행사인 주식회사 E(이하 ‘E’이라 한다)은 2003년경부터 고양시 덕양구 F, G에 있는 H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의 제3층 점포를 분양하였다.
나. 원고는 2004. 3. 22. E과 이 사건 건물 제3층 제306호, 제307호에 관한 분양계약을 체결하였다. 분양계약서에는 ‘이 사건 건물 제3층 제306호의 용도가 스낵, 이 사건 건물 제3층 제307호의 용도가 아이스크림’으로 기재되었다. 분양계약서 제11조 제1항은 “업종이 지정된 점포는 다른 업종으로 전환이 불가능하며, 업종에 대한 E의 보호책임은 E이 지정한 입정지정일까지이며, 입점 후 업종 관리는 상가 자치위원회의 관리에 의한다.”라고 기재되었다. 원고는 2005. 6. 13. 이 사건 건물 제3층 제306호, 제307호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다. 이 사건 건물 제4, 5, 6층에서 영화관을 운영하던 주식회사 I(E의 자회사, 이하 ‘I’이라 한다)은 2005년경부터 이 사건 건물 제3층인 별지 부통산목록 제1항 기재 건물 중 별지 도면 표시 1, 2, 3, 4, 1 의 각 점을 차례로 연결한 선내 (가) 부분[이하 ‘이 사건 건물 제3층 제317호’라 한다] 또는 별지 부동산목록 제2항 기재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 제3층 제316호’라 한다)에서 영화 관람객을 대상으로 팝콘, 음료수, 스낵을 판매하였다.
라. 피고 B는 2007. 10. 31. I에서 영화관 건물(이 사건 건물 제4, 5, 6층)과 이 사건 건물 제3층 제317호를 매수한 다음, 2007. 11. 8.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피고 B 의 딸인 피고 C는 임의경매절차를 통하여 이 사전 건물 제3층 제316호를 낙찰받은 다음 2009. 8.
12. 매각대금을 완납하였고, 같은 달 27일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마. 이후 피고 B 또는 펴고 B, C는 I과 동종 또는 유사한 형태로 이 사건 건물 제4, 5, 6층에서 “I”이라는 영화관을 운영하면서, 이 사건 건물 제3층 제316호, 제317호에서 ‘N’라는 상호로 팝콘, 음료수, 스낵을 판매하였다. 피고 B, C는 2012. 8. 23. 피고 주식회사 D(이하 ‘피고 회사’라고 한다)을 설립한 다음 피고 회사 명의로 영화관과 ‘N’를 운영하고 있다. 피고 B는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 피고 C는 사내이사이다. 현재 피고들이 N에서 판매하는 품목은 ‘팝콘, 음료수(탄산읍료, 에이드, 아이스티, 과일 주스, 커피), 보조 메뉴(칠리치즈 나쵸, 칠리어니언도그, 크림치즈프레즐, 초코슈스틱, 오징어, 케밥, 밤)’이다.
바. 2009. 11. 4. 제정된 이 사건 건물의 관리단규약 제14조 제6항은 “같은 층에 동종업종의 입점은 금지한다.”라고 규정하였으나, 개별 점포의 업종이나 품목은 특정하지 않았다.
2. 원고의 주장요지
원고는 분양자인 E에서 ‘사건 건물 제3층 제306호에서 팝콘, 음료수, 스낵을 독점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았고, 피고들 역시 ‘원고에게 위와 같은 독점적인 판매권이 부여된 것’을 동의하면서 이 사건 건물 제3층 제316호, 제317호를 매수하였다(이하 ‘이 사건 업종제한 약정’이라 한다). 피고들이 이 사건 건물 제3층 제316호에서는 ‘일식’, 제317호에서는 ‘분삭’만을 판매할 수 있는데도, 여기에서 원고와 같은 ‘팝콘, 음료수, 스낵’을 판매하는 방법 등으로 원고의 영업상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업종제한 약정에 따라, 피고들은 위와 같은 품목의 판매행위 등을 중단해야 한다.
3. 법원의 판단
가. 관련 법리
1)
‘분양자가 수분양자에게 특정 C영업을 정하여 분양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수분양자에게 해당 업종을 독점적으로 운영할 수 았는 권리를 보장하는 의미가 있다(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3다45496
판결 등 참조). 분양자가 점포별로 개설업종을 정하여 상가를 분양한 경우 수분양자와 수분양자의 지위를 양수한 자는 상가의 점포 입주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상호 간에 명시적, 묵시적으로 ‘분양계약에서 약정한 업종제한 동의 의무를 수인하기로 동의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와 갈은 업종제한 약정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점포 수분양자의 지위를 양수한 자, 임차인 등이 분양계약 등에서 정한 업종제한 약정을 위반할 경우, 이로 인하여 영업상의 이익을 침해당할 처지에 잇는 사람은 침해배제를 위하여 동종업종의 영업금지를 청구할 권리가 있다(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다61179 판결 등 참조).
2)
이와 같은 업종제한 약정은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른 것이다. 인근 주민의 생활상 편의를 도모하고 업주 상인의 영업상 이익을 존중하여 상호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측면에서, 수분양자의 권장업종을 지정할 현실적인 필요도 있다(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다42540 판결 참조). 그러나 (1) 이와 같은 업종제한 약정은 다른 수분양자 또는 임차인의 재산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중대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2) 업종제한 약정을 공시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제3자가 예상치 못한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 (3) 경우에 따라, 수분양자의 독점적 권리가 지나치게 길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하면, 업종제한 약정이 있었다거나 이를 묵시적으로 수인하기로 동의하였다고 보기 위해서는 ‘업종제한 약정이 있었다는 점’과 ‘제한되는 업종의 내용’이 명확해야 한다.
나. 판단
다음 사정을 종합할 때, 이 사건 업종제한 약정을 통하여 원고가 ‘피고들이 판매하는 품목에 관한 독점적인 판매권’을 보장받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증거가 없다.
1)
원고는 ‘분양자가 이 사건 건물 제3층의 업종을 별지 업종제한 목록 1과 같이 지정하였다’고 주장한다. 이 사건 건물 제3층 제308호 소유자인 M은 2010. 3. 31. 피고 B, C 등을 상대로 영업금지청구의 소를 제기하면서 ‘이 사건 건물 제3층의 지 정품목이 별지 업종제한 목록 2와 같다’고 주장하였다. 피고들은 ‘이 사건 건물 관리단이 관련 사건에서 제출한 것이다’라고 하면서 별지 업종제한 목록 3을 제시하였다. 원고 소유의 이 사건 건물 제3층 제306호의 경우, 별지 업종제한 목록 1, 3에서는 “기타스낵”으로 기재되었지만, 별지 업종제한 목록 2에서는 “핫바/꼬치/츄러스/기타스낵”으로 기재되는 등 그 내용이 다르다. 또한, 이 사건 건물 제3층 제307호(지정품목: 아이스크림)를 제외한 나머지 점포의 경우, 지정품목이 전부 또는 일부씩 달라서 ‘해당 점포의 지정품목이 무엇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또한, 별지 업종제한 목록 1 내지 3이 ‘누가, 언제, 어떠한 목적으로 작성한 것인지’ 그 출처도 알 수 없다. 따라서 별지 업종제한 목록 1 내지 3만으로는 ‘이 사건 건물 제3층 제306호에 관하여 원고에게 독점적으로 부여된 업종 또는 지정품목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2)
별지 업종제한 목록 1 내지 3에 기재된 이 사건 건물 제3층 제303호, 제304호, 제305호, 제308호의 지정품목 역시 모두 스낵에 해당할 수 있는 점을 고려화면, 이 사건 건물 제3층 제306호의 소유자인 원고에게 ‘음료수, 오징어를 비롯한 일부 스낵’에 관한 독점적인 판매권이 부여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3)
이 사건 건물 제3층은 주로 영화 관람객을 대상으로 각종 음식 또는 음료수를 판매하려는 목적으로 분양되었다. 따라서 독점적인 판매권이 부여되는 품목이 대부분 비슷한 종류의 음식 또는 음료수여서 각 점포의 지정품목을 쉽게 구별할 수 없다. 특히 원고에게 독점적인 판매권이 부여되었다는 ‘스낵’의 개념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어서 그렇다.
나아가 원고엑게 독점적인 판매권이 부여되었다는 품목은 ‘스낵’ 전체가 아닌 ‘기타 스낵’이다. 여기서 말하는 “기타”의 의미가 피고들 주장관 같이 별지 업종제한 목록 2에 기재된 ‘핫바, 꼬치, 츄러스’ 또는 이와 유사한 것을 의마하는지, 다른 점포에 독점적인 판매권이 부여된 스낵을 제외한 나머지 스낵을 의미하는지 명확하지도 않다. 별지 업종제한 목록 3에는 이 사건 건물 제3층 제303호, 제305호, 제315호의 지정품목이 ‘등’으로 표시되었던 점에서도 그렇다.
4)
“기타스액”의 개념을 넓게 해석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에게 피고들의 판매품목’에 관한 독점적인 판매권이 부여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가) 이 사건 건물은 영화관 상영을 목적으로 건축되었다. ‘팝콘을 비롯하여 대표작인 영화관 음식인 피고들의 판매품목’은 통상 영화관 상영업체가 직접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인 점에서, 분양자가 이것만 따로 떼어 제3자에게 분양하였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나) (1) 원고가 이 사건 건물 제3층 제306호, 제307호에 관한 분양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도 이와 같은 사정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던 점, (2) ‘원고에게 피고들의 판매품목에 관한 독점적인 판매권이 부여되었다’고 보기에는 원고가 지급하였던 분양대금이 많다고는 볼 수 없는 점, (3) 분양자가 원고에게 팝콘 등에 관한 독점적인 판매권을 부여하였다면 분양계약서의 용도 또는 지정품목에 그 취지를 기재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여기서 말하는 “기타”는 ‘영화관 상영업체가 직접 판매하는 품목을 제외한 나머지’의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5)
분양계약서에는 이 사건 건물 제3층 제306호의 용도가 ‘스낵’으로 기재되었다. 그러나 (1) 별지 업종제한 목록 1 내지 3에 기재된 이 사건 건물 제3층 제306호의 지정품목의 내용(기타스낵), (2) 이 사건 건물 제3층 제303호, 제304호, 제305호, 제308호에도 일부 스낵에 판한 독점적인 판매권이 보장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분양계약서 내용만으로는 ‘원고에게 피고들의 판매품목에 관한 독점적인 판매권이 부여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4. 소멸시효에 대한
판단
원고 주장과 같이 피고들의 판매품목에 판하여 원고에게 독점적인 판매권여 부여되었더라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펴고들에 대한 채권은 시효소멸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가. 소멸시효 기간과
기산점
영화관을 운영하거나 음식 등을 판매하는 피고들은 상인에 해당하고, 상인의 행위는 영업을 위한 행위로 추정되며(상법 제47조), 당사자 일방에게 상행위가 되는 행위로 인한 채권은 상사채권에 해당한다(상법 제3조).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체결되었다는 이 사건 업종제한 약정’은 상인인 피고들의 영업을 위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이는 상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상행위인 이 사건 업종제한 약정에 기한 원고의 채권은 5년의 상사소멸시효가 적용된다(상법 제 64조).
이 사건 업종제한 약정에 따라 원고가 피고들에 대하여 판매금지 등을 청구할 수 있는 채권은 ‘일정한 행위의 금지를 구하는 부작위채권에 해당하는데, 이와 같은 부작위채권의 소멸시효는 위반행위를 한 때부터 진행한다(민법 제166조 제2항).
나. 판단
I은 2005년경부터 이 사건 건물 제3층 제316호, 제317호 등에서 팝콘, 음료수, 스낵(피고들이 현재 판매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을 판매하였고, 이후 피고들이 계속 이를 판매하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따라서 (1) 원고 역시 2005. 6. 15., 2006. 3. 3. E에 해당 내용을 항의하였던 사실, (2) 원고가 2006. 5. 19. E, I 등을 상대로 ‘매점 영업금지’에 관한 가처분을 신청하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결국 피고들이 그 소유권 취득 이후부터 이 사건 업종제한 약정을 위반하였고, 원고 역시 이를 알았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업종제한 약정에 기한 원고의 채권은 그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되었고, 이 사건 소가 그 이후 5년이 지난 2017. 2. 24. 제기되었음은 기록상 명백하다. 따라서 이 사건 소 제기 전에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채권은 시효소멸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이점을 지적하는 피고들의 항변은 이유 있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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