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7다274703 판결
원고가 채무자의 피고(제3채무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에 대하여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은 후 피고를 상대로 추심금을 청구한 사안에서, ① 피고가 채무자의 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한 것만으로는 채무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고, ② 이 사건 압류 및 추심명령 이후에 비로소 담보제공청구의 항변권이 일부 소멸한 이 사건 사전구상권으로 그 이전에 이미 변제기가 도래한 이 사건 부당이득반환채권과 상계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고의 상계 주장을 배척하고 원고의 추심금 청구를 인용한 원심을 수긍한 사례입니다.
1. 법리
가. 물상보증인이 기존 채무자의 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한 경우, 면책적 채무인수 그 자체만으로 물상보증인이 기존 채무자에 대하여 구상권 등의 권리를 가지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타인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그 소유의 부동산에 저당권을 설정한 물상보증인이 타인의 채무를 변제하거나 저당권의 실행으로 저당물의 소유권을 잃은 때에는 채무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취득한다(민법 제370조, 제341조). 그런데 구상권 취득의 요건인 ‘채무의 변제’라 함은 채무의 내용인 급부가 실현되고 이로써 채권이 그 목적을 달성하여 소멸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기존 채무가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인수 당시의 상태로 종래의 채무자로부터 인수인에게 이전할 뿐 기존 채무를 소멸시키는 효력이 없는 면책적 채무인수는 설령 이로 인하여 기존 채무자가 채무를 면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가리켜 채무가 변제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채무인수의 대가로 기존 채무자가 물상보증인에게 어떤 급부를 하기로 약정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물상보증인이 기존 채무자의 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였다는 것만으로 물상보증인이 기존 채무자에 대하여 구상권 등의 권리를 가진다고 할 수 없다.
나. 사전구상권과 사후구상권의 관계
수탁보증인의 사전구상권과 사후구상권은 그 종국적 목적과 사회적 효용을 같이하는 공통성을 가지고 있으나, 사후구상권은 보증인이 채무자에 갈음하여 변제 등 자신의 출연으로 채무를 소멸시켰다고 하는 사실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이고, 이에 대하여 사전구상권은 그 외의 민법 제442조 제1항 소정의 사유나 약정으로 정한 일정한 사실에 의하여 발생하는 등 그 발생원인을 달리하고 그 법적 성질도 달리하는 별개의 독립된 권리이므로(대법원 1992. 9. 25. 선고 91다37553 판결 등 참조), 사후구상권이 발생한 이후에도 사전구상권은 소멸하지 아니하고 병존하며, 다만 목적달성으로 일방이 소멸하면 타방도 소멸하는 관계에 있을 뿐이다.
다. 수탁보증인의 주채무자에 대한 사전구상권을 자동채권으로 하는 상계의 허용 여부(소극)
항변권이 붙어 있는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다른 채무(수동채권)와의 상계를 허용한다면 상계자 일방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상대방의 항변권 행사의 기회를 상실시키는 결과가 되므로 그러한 상계는 허용될 수 없고, 특히 수탁보증인이 주채무자에 대하여 가지는 민법 제442조의 사전구상권에는 민법 제443조의 담보제공청구권이 항변권으로 부착되어 있는 만큼 이를 자동채권으로 하는 상계는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4. 5. 28. 선고 2001다81245 판결 등 참조).
라. 수탁보증인의 주채무자에 대한 사전구상권 발생 이후 주채무자의 수탁보증인에 대한 채권이 압류된 경우, 수탁보증인이 주채무자에 대한 사전구상권을 자동채권으로 하는 상계로써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하기 위한 요건
채권압류명령을 받은 제3채무자가 압류채무자에 대한 반대채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 상계로써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하기 위하여는, 압류의 효력 발생 당시에 대립하는 양 채권이 상계적상에 있거나, 그 당시 반대채권(자동채권)의 변제기가 도래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것이 피압류채권(수동채권)의 변제기와 동시에 또는 그보다 먼저 도래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2. 16. 선고 2011다4552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채권압류명령을 받은 제3채무자이자 보증채무자인 사람이 압류 이후 보증채무를 변제함으로써 담보제공청구의 항변권을 소멸시킨 다음, 압류채무자에 대하여 압류 이전에 취득한 사전구상권으로 피압류채권과 상계하려는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결국 제3채무자가 압류채무자에 대한 사전구상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 상계로써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하기 위해서는, ➀ 압류의 효력 발생 당시 사전구상권에 부착된 담보제공청구의 항변권이 소멸하여 사전구상권과 피압류채권이 상계적상에 있거나, ➁ 압류 당시 여전히 사전구상권에 담보제공청구의 항변권이 부착되어 있는 경우에는 제3채무자의 면책행위 등으로 인해 위 항변권을 소멸시켜 사전구상권을 통한 상계가 가능하게 된 때가 피압류채권의 변제기보다 먼저 도래하여야 한다.
2. 판단
원심은, 피고가 충남우리쌀조합의 소외 2에 대한 이 사건 약정상 채무를 연대보증한 이후로서 소외 2가 주식회사 새들만에게 위 벼를 임의처분한 2013. 4. 19. 피고의 연대보증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함으로써 민법 제442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충남우리쌀조합에 대한 이 사건 사전구상권을 취득하였으나, 피고가 소외 2에게 1억 1,000만 원을 변제하여 그 범위에서 이 사건 사전구상권에 부착된 담보제공청구권을 소멸시킨 시점은 2016. 9. 29.로서 이 사건 압류·추심명령의 효력이 발생한 2015. 11. 23. 이후임이 명백하고, 피고가 이 사건 사전구상권으로 상계하려는 수동채권인 이 사건 부당이득반환채권의 변제기는 늦어도 2013. 12. 27.에 도달하였으므로, 이 사건 압류·추심명령 이후에 비로소 담보제공청구의 항변권이 일부 소멸한 이 사건 사전구상권으로 그 이전에 이미 변제기가 도래한 이 사건 부당이득반환채권과 상계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사전구상권 및 상계의 허용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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