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 2019. 10. 10. 선고 2016가합207830 판결
1.
판결의 요지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가 제아랄레논 등 곰팡이 독소가 포함된 사료를 공급하여 원고의 경산농장과 영천농장 돼지들 중 모돈의 사료 섭취량이 급감하고 번식장애가 급증하여 새끼돼지 출산율이 급격하게 감소하였으며 새끼돼지 폐사율이 급증하고, 육성돈의 성장이 늦어지는 현상으로 인하여 매출감소, 모돈의 도태, 산자수 감소와 자돈폐사, 생산감소 등 손해가 발생하였으므로 그로 인한 손해 12억 7,000만 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나. 법원의 판단
모돈의 경우 그 증상이 제아랄레논에 의한 특유 증상과 비슷하고, 피고의 사료에서 제아랄레논이 일부 검출된 사정에 비추어, 피고의 사료에 의하여 원고에게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의심할 수는 있다. 그러나 다음의 여러 사정들에 비추어 피고의 사료에 어떠한 하자가 있었다고 보기는 부족하다.
(1)
피고의 사료에 곰팡이 독소가 포함되었다고 인정할 수 있는 증거로 일부 회사들의 검사결과가 있으나, 원고가 그 검사를 위하여 시료를 채취하거나 운반하는 과정에 대하여 객관성을 담보할 만한 추가적인 사실관계가 밝혀지지 않았다.
(2)
피고의 사료에 곰팡이 독소가 포함되었다고 우리나라의 제아랄레논 허용 수치인 100ppb보다 낮아, 피고의 사료가 통상의 품질이나 성능을 갖추고 있지 못한 경우로 보기 부족하다.
다. 판결 주문: 원고의 청구 기각
2.
사실관계
가. 당사자들의 지위
원고는 양돈계열화사업, 축산물 사육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유한회사로서 경산시 (이하 본 주소지 영업장을 ‘경산농장’이라 한다), 영천시 (이하 본 주소지 영업장을 ‘영천농장’이라 한다) 등지에서 ‘A농장’이라는 상호로 돼지 사육농장을 운영하는 자이고, 피고는 곡물 가공업, 배합사료 제조 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1957. 7. 24. 설립된 주식회사이다.
나. 피고의 원고에 대한 사료 공급
원고는 2010. 2. 4.경부터 피고와 사료 직거래판매계약 및 피드빈(feed bin, 사료보관창고) 대여계약을 체결하고(이하 ‘이 사건 사료공급계약’이라 함), 피고로부터 경산농장에 사료를 공급받았으며, 2012. 2.경부터 영천농장에도 사료를 공급받았다(이 사건 사료공급계약에 따라 공급한 사료를 ‘이 사건 사료’라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2014. 12.경 작성한 직거래 판매계약서(이하 ‘이 사건 공급계약서’라 한다)를 체결하였다.
다. 생산성 감소에 따른 사료 공급의 중단
1)
경산농장과 영천농장에서 2015. 5.경부터 2015. 9.경까지 도태, 폐사, 판매된 모돈의 수는 1,866두로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하여 613두(약 49%)가 증가하였다
2)
경산농장과 영천농장에서 2015. 5.경부터 2015. 9.경까지 폐사한 자돈의 수는 월평균 2,652두로 직전 5개월 평균과 비교하여 938두(약 55%)가 증가하였다
3)
원고는
2015. 10. 6.경
“2015. 5. 중순경부터 모돈의 사료섭취량이 감소하고 번식장애가 급증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임신돈과 포유돈용 사료의 구매를 중단하였고, 2016. 3. 19.경 다른 사료의 구매도 모두 중단하였다.
라. 원고의 검사 실시
1)
원고는
2015. 10. 9. 싱가포르 소재 C사( 이하 ‘C사’라 한다)에 검사를 의뢰하기 위하여 이 사건 사료 중 임신돈, 포유돈용 사료 각 100g과 주식회사 D(이하 ‘D회사’라 한다)에서 공급받은 임신돈, 포유돈용 사료 각 100g을 서울시 에 소재한 E코리아(이하 ‘바이오민’이라 한다)에 송부하였다.
2)
C사는
2015. 10. 14. 위 샘플을 송부받아 검사하여, 2015. 10. 27. 원고에게 다음과 같은 실험결과를 회신하였다[숫자의 단위는 ppb(=㎍/㎏)이다. ‘-’항목은 검출되지 아니하였음을 의미한다].
3)
원고는
2015. 11. 19. 이 사건 사료 중 임신돈, 포유돈용 사료 각 100g, 주식회사 F인티그레이션(이하 ‘F사료’라 한다)에서 공급받은 임신돈, 포유돈용 사료 각 100g을 일본국 요코하마 소재 G사( 이하 ‘G사’라 한다)에 발송하여 특히 제아랄레논, 디옥시니발레놀 항목만을 분석 의뢰하였다. 4) G사는 2015. 12. 10. 원고에게 다음과 같은 실험결과를 회신하였다[숫자의 단위는 ppb(=㎍/㎏)이다, ‘-’항목은 검출되지 아니하였음을 의미한다]
마. 관련 내용
1)
제아랄레논은 푸사리움(Fusarium)류의 곰팡이(Fusarium
graminearum, Fusarium culmorum, Fusarium certicillioides, Fusarium cerealis,
Fusarium equiseti, Fusarium crookwellense, Fusarium semitecum)에서 생산되는 이차 대산물인 에스트로겐성 곰팡이 독소이다.
2)
제아랄레논은 물리적인 방법(세척과정, 도정과정, 가열과정), 화학적인 방법[암모니아(ammonia), 수산화칼슘(calcium hydroxide) 사용, 황(sulfur) 함유 제품 사용]으로 비교적 쉽게 제거할 수 있고, 제조 과정에서 120~160℃로 가열할 경우 제아랄레논의 66~85%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
3)
제아랄레논이 돼지에 미치는 영향은 일반적으로 모돈의 경우 증체율 감소, 생식기 상대적 무게 증가, 성장 지연 등의 증상을 유발하며, 디옥시니발레놀 (Deoxynivalenol)과의 복합 오염 시 수태율 감소, 외음부 부종 및 발적, 사료 섭취 감소, 난산 등의 증상과 초유 내 면역글로불린 감소를 유발한다.
4)
푸모니신 오염 사료를 섭취한 모돈의 산자에서 폐부종이 관찰되며, 자돈에서의 성성숙이 지연되는 경우가 있다.
5)
이러한 증상들은 드물게 복합 오염에 의해 상승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4.
법원의 판단
가. 이 사건 사료공급계약의 법적 성격
1)
당사자의 일방이 상대방의 주문에 따라 자기 소유의 재료를 사용하여 만든 물건을 공급하기로 하고 상대방이 대가를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이른바 제작물공급계약은 그 제작의 측면에서는 도급의 성질이 있고 공급의 측면에서는 매매의 성질이 있어 대체로 매매와 도급의 성질을 함께 가지고 있으므로, 그 적용 법률은 계약에 의하여 제작 공급하여야 할 물건이 대체물인 경우에는 매매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만, 물건이 특정의 주문자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부대체물인 경우에는 당해 물건의 공급과 함께 그 제작이 계약의 주목적이 되어 도급의 성질을 띠게 된다(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4다21862, 2010. 11. 25. 선고 2010다56685 판결 등 참조).
2)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이 사건 사료공급계약은 고용 유사의 무명계약이라는 피고의 주장과 달리 부대체물을 제작하여 공급하는 도급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도급계약에 따른 하자 없는 제작물을 공급할 의무가 있다.
① 피고는 계약 초기 단계인 2010. 3.경 원고의 요청으로 ‘SC-애니파워’, ‘SC-바이오미트’와 같은 사료첨가제를 주식회사 H바이오로부터 구매하였다. 원고에게 사육관련 자문을 하는 유○○은 2013. 4. 14. 피고 직원 이○○에게 경산농장 이유돈(젖뗀돼지)의 성장이 지연되고 있다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경산농장의 이유돈 사료의 가용 라이신 수준을 높이는 방안에 대하여 검토를 요청하였다. 2014. 12. 30.에는 피고 직원 이○○이 위 유○○, 원고 직원 심○○에게 구체적인 배합비를 전자우편으로 전송하면서 “확인부탁드립니다”라고 기재하였고, 다음날인 2014. 12. 31. 유○○은 위 이○○에게 “제시한 배합비에 따라 생산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기재한 전자우편을 전송하였다. 이처럼 피고가 이 사건 사료 공급계약에 따라 생산한 사료는 원고와의 협의에 따라 원고가 사육하는 돼지의 품종 및 상태에 맞추어 제작된 것이다.
② 이 사건 공급계약서에 따르면 원고와 피고는 상호 비밀유지의무를 부담한다. 이 사건 공급계약에 따라 제작된 사료는 이를 공급받은 원고도 자가 사용 이외에 재판매가 금지되어 있다. 가격 역시 시장가격이 형성되어 있지 아니하여 피고가 정하거나, 상호 협의하여 정하기로 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원재료의 가격을 보고하였다. 생산된 사료는 포장하지 않고 차량으로 운반하여 원고회사 차량이나 피드빈에 옮기는 방법으로 공급하였다. 이처럼 이 사건 공급계약서에 따라 제작된 사료는 성질상 부대체물이거나, 그렇지 않다고 보더라도 당사자의 의사에 의하여 특정된 것으로 일반적인 매매의 대상이 되는 대체물로 보기는 어렵다.
③ 그러나 이 사건 공급계약서에서 원고 일방이 아닌 쌍방에 대하여 비밀유지의무를 부과하였고, 피고는 이 법원이 촉탁한 감정인의 공장방문 요청을 영업상의 비밀을 이유로 거부하였다는 점에 비추어 구체적인 제작 공정에 대하여는 피고도 독자적인 영업상의 비밀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료첨가제에 대하여 원고의 요청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최종적으로 이를 결정하는 것은 피고였던 것으로 보이고, 유○○과 이○○의 전자우편의 기재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사료의 구체적인 배합비는 원고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칠 뿐 피고가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적으
로 고려하면 피고와 원고의 법률관계를 노무도급 내지 고용으로 볼 수는 없다.
나. 손해배상 책임
1)
불완전한 사료를 공급함에 따른 사료 자체에 대한 교체비용 등은 민법 제667조 제2항에 의한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 중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이고, 사료를 급여한 돼지의 생산량 감소로 인한 손해배상은 위 하자담보책임을 넘어서 수급인이 도급계약의 내용에 따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도급인의 신체·재산에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으로서 양자는 별개의 권원에 의하여 경합적으로 인정되는 것이다(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1다70337 판결 등 참조).
2)
이때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공급한 제품의 하자란 통상의 품질이나 성능을 갖추고 있지 못한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나아가 매매목적물의 하자로 인하여 확대손해 내지 2차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매도인에게 그 확대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지우기 위하여는 채무의 내용으로 된 하자 없는 목적물을 인도하지 못한 의무위반사실 외에 그러한 의무위반에 대하여 매도인에게 귀책사유가 인정될 수 있어야만 하는 것이고(대법원 1997. 5. 7. 선고 96다39455, 2000. 10. 27. 선고 2000다30554,30561 판결 등 참조), 이는 수급인이 공급한 부대체물에서 확대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인데, 이러한 확대손해의 경우에도 수급인에게 귀책사유가 없었다는 점을 스스로 입증하지 못하는 한 도급인에게 그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1다70337 판결, 2005. 11. 10. 선고 2004다37676 판결, 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7다26455,26462 판결 등 참조).
3)
2015. 10. 6.경부터
2015. 11. 27.경까지 경산농장의 일부 모돈 외음부에 발적, 부종 등의 현상이 일어났고, 원고는 경산농장의 번식 및 사육돈군에 대하여 경상북도 가축위생시험소에 정기 질병검사를 의뢰하였는데, 그 결과 2015. 10. 1.부터 2015. 12. 31.까지 해당 시료에서 구제역, 돼지열병, 돼지오제스키병, 돼지브루셀라병,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RRS)은 발생하지 아니한 것으로 결과를 통보받았다. 원고는 2015. 10. 6. 경산농장에서 폐사한 돼지에 대한 가검물 검사를 신청하였고, 이에 대하여 농림축산검역본부는 돼지전염성위장염(TGE)
진단을 하였다. 원고는 2015. 10. 1.경 발생한 돼지전염성위장염에 의한 자돈 폐사와 관련하여 질병사고를 이유로 보험자인 주식회사 I손해보험으로부터
2,473,457,566원을 지급받았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보면, 원고의 손해 중 자돈의 폐사와 관련된 부분은 돼지전염성위장염에 따른 것으로 이 사건 사료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모돈의 경우 그 증상이 돼지전염성위장염의 일반적인 증상과는 다르고 제아랄레논에 의한 특유 증상과 비슷한데, 제아랄레논에 의한 특유 증상과 그 증상이 일부 일치하는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은 원고의 농장에서 발생하지 아니하였고, 원고가 의뢰한 검사결과 원고가 발송한 사료에서 제아랄레논이 일부 검출되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모돈의 경우에는 이 사건 사료에 의하여 원고에게 피해가 발생한 것이라고 의심할 수 있다.
4)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사료에 어떠한 하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이 사건 사료에 제아랄레논 등 곰팡이 독소가 포함되었다고 인정할 수 있는 증거로는 앞서 인정한 C사와 G사가 실시한 검사결과(갑 제3호증)가 유일하다. 그러나 원고가 위 검사를 위하여 그 시료를 채취하는 방법(채취 수량, 채취 장소의 환경, 채취 당시의 날씨, 채취자의 검역상태, 채취도구, 사료제조일자 등) 및 운반 과정에 대하여 객관성을 담보할 만한 추가적인 사실관계가 밝혀진 바 없다. 원고는 피고 회사 소속 성○○ 부장의 확인을 받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성○○ 진술서(을 제51호증)에 의하면 이미 비닐백에 보관되어 있는 네 개의 사료 샘플을 보여주었을 뿐 어떠한 확인과정도 거치지 아니하여, 비닐백에 포장된 사료가 피고가 공급한 사료인지 조차도 명확하지 않다. 채취 후의 과정에서도 원고는 비닐백에 밀봉하여 냉장보관하였다고 주장하나, 성분분석표에서 냉장되지 않았다는 취지로("Status:
ground, not cooled") 기재되어 있고, 포장상태도 진공포장 등의 표시가 아닌 단순히 플라스틱 포장(“Packaging: plastic
bag")이라고만 기재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시험결과 보고서의 경우에도 피고 사료 2종과 비교군 사료 2종 총 네 개의 샘플이 각 의뢰되었음에도 그 중 두 개의 샘플에 대하여서만 각 검사결과가 통보되었다. 원고가 C사에 발송한 사료의 경우에는 어떠한 형태로 발송하였는지에 대한 증거가 없고(심○○의 업무일지의 기록에 의하면 바이오민에 샘플을 발송하였다는 취지의 기재가 있기는 하나 검사시점으로부터 한참 지난 2015. 12. 24.자로 기재되어 있다), C사의 보고서에는 ”Customer Sample ID:
Lactation", "Customer Sample ID: Gestation"이라고만 기재되어 있을 뿐 검사를 실시한 사료가 피고가 공급한 사료인지에 대하여 확인할 수 있는 단서의 기재가 없다. G사에 보낸 샘플에는 원고가 ”B산업(포유돈) A", "B산업(임신돈) B", “F피드(포유돈) C", "F피드(임신돈) D"라고 표시하여 발송하였는데, G사는 “Sample A",
"Sample B"로 결과를 통보하였다. G사의 검사결과는 원고가 "A",
"B"로 표기한 사료에 대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지만, C사의 검사결과의 경우 피고의 사료에 대한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여기에 이 사건 사료에 대하여 피고가 한국사료협회 사료기술연구소에 검사를 의뢰한 결과 제아랄레논 등 곰팡이 독소가 검출되지 아니하였다는 취지의 2015. 11. 17.자 사료 검정증명서(을 제13호증)의 기재를 더하여 보면, 피고가 2015. 5. 중순경에 원고에게 공급한 사료에 곰팡이 독소 특히 제아랄레논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② 한편으로는 대한민국의 경우 관리를 추천하는 제아랄레논의 허용 수치는 양축용 돼지의 경우 100ppb이고(농림축산식품부고시 제2018-93호 별표1, 일본의 경우 배합 사료의 경우 허용기준이 1000ppb이며, EU도 한국과 같은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별도의 지침조차 마련되어 있지 아니하다. 이와 관련하여 2009년 국내 유통사료 239점을 조사한 결과 제아랄레논은 31.2~147.2ppb가 검출되었고, 그 중 돼지사료 60점의 평균 오염도는 35ppb 내외(24~57ppb)였으며, 그 중 포유돈 사료의 경우 평균 56.7ppb, 최대 262ppb의 오염수준을 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돼지에 대한 제아랄레논 무독성용량(NOEL; 독성 및 유해효과가 관찰되지 않은 최고용량)은 40㎍/㎏ bw/day(1kg당 하루 섭취량)이고, 최소독성용량(LOEL; 독성 내지 유해효과가 관찰된 최저용량)은 200㎍/㎏ bw/day라는 견해도 존재한다. 이와 관련하여 곰팡이 독소 실험에서 제아랄레논 오염 사료(실험군)는 849.4ppb로 설정하고, 대조군 사료는 47.5ppb로 설정한 실험 사례가 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사료에 원고 주장과 같은 양의 곰팡이독소가 포함되었다고 보더라도 이를 통상의 품질이나 성능을 갖추고 있지 못한 경우로 판단하기 부족하다.
③ 또한 원고는 C사의 검사 결과 피고의 사료에서 디옥시니발레놀 500ppb와 푸모니신 143ppb가 상승 효과를 초래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사실과 같이 곰팡이 독소 간 상승 작용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독성의 정도에 대한 구체적 증명이 없고, 앞서 예로 든 실험사례(Liu 등)에서 감염연구 음성대조군에 사용된 디옥시니발레놀 654.5ppb, 푸모니신 1364.2ppb에 비교하여서도 낮은 수준이어서 단순한 가능성만으로 위 판단을 뒤집기 부족하다. 나아가 원고는 이러한 곰팡이 독소의 용량이나 상승효과 가능성이라는 이론적인 측면보다는 이러한 곰팡이 독소에 의한 결과에 주목하여 달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사료를 공급하는 피고의 입장에서 위와 같은 검사 결과 정도의 곰팡이 독소가 이 사건 사료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미리 알았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주장하는 피해발생의 결과를 예상할 수는 없었다고 보이고, 사료의 원료 등은 원고와의 협의에 의하여 이루어져 왔는데, 기존의 연구결과 등에 비추어 보았을 때 원고 역시 위와 같은 검사결과를 미리 알았다 하더라도 항곰팡이제를 첨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였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④ 원고는 피고가 하자를 인정하고 이를 전제로 사료 제조 단가의 할인 등을 제안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하자로 인한 확대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소송에서 배상의무자가 요건사실인 하자 발생의 기초사실에 대하여 원고의 주장과 일치하는 진술을 하는 경우에는 재판상 자백이 성립한다 할 것이지만, 피고는 이 사건 소송에서 일관되게 이를 부인하고 있다. 설령 원고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소송 밖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하자를 인정하는 진술을 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간접증거가 될 수 있음에 불과하다. 원고와 피고는 제작물공급계약에서 하자의 인정과 같이 중요한 법률관계에 관하여 합의하면서 이를 서면화하지 아니하였고, 이 사건 공급계약서에 의하면 이러한 하자 등 채무불이행을 전제하지 아니하고 매출할인 등을 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설령 원고가 주장하는 취지와 같은 제안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는 피고가 하자를 인정하고 이를 배상하기 위하여 매출할인을 제안하였다고 하기 보다는 계속된 거래 관계에서 원만하게 분쟁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사에 불과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5)
가사, 이 사건 사료에 하자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이 사건 사료와 자연적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손해부분은 음부 발적, 수태율 저하 등으로 감소한 두수의 모돈 관련 부분에 한정된다. 그런데 앞서 인정한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사료의 하자와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와 피고는 오랫동안 사료 공급계약을 지속하면서, 그 과정에서 사료에 따른 문제가 발생한 경우 원고 회사에 자문을 하는 유○○의 주도로 피고 회사의 실무자와 협의하여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거래관계를 유지하여 왔다. 그러나 제아랄레논과 관련하여서는 함께 문제점을 분석하여 해결하려는 노력 없이 일방적으로 ‘모돈의 사료섭취량이 감소하고 번식장애가 급증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고 통보하고 계약을 해지하였다. 제아랄레논의 경우 비교적 사료 제조 과정에서 이를 제거하기 쉽고, 제아랄레논의 공급을 중단하면 음부 발적 등의 증상이 단기간에 완화될 수 있다는 점에 비추어 원고의 이와 같은 대응 방식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② 그리고 통상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복수의 기관에 검사를 의뢰하는 경우에는 같은 날 채취한 동일한 시료라면 같은 날 의뢰를 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그런데 원고는 같은 날 채취한 동일한 시료에 대하여 먼저 C사에 검사를 의뢰한 후 그 결과를 받아 본 다음 검출항목 중 제아랄레논과 디옥시니발레놀만을 특정하여 G사에 검사를 의뢰하였다. 한편 비교군으로 설정한 것으로 보이는 D회사 및 F사료가 공급한 사료에 대한 검사결과는 이 법원에 제출하지 아니하고 있다. 또한 복수기관의 검사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하여서는 비교군도 동일하게 설정하는 것이 더 유리할 것임에도 원고는 C사와 G사에 대하여 비교군을 굳이 달리 설정하여 검사를 의뢰한 것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③ 원고가 제아랄레논에 의한 손해발생을 증명하기 위하여 제출된 사진(갑 제15호증)의 경우 증상부위만을 확대한 것에 불과하여, 촬영 일시나 장소, 피사체의 특정, 피해 범위의 유추 등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원고가 주장하는 피해의 규모에 비추어 제출된 사진은 매우 소량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손해발생의 증명을 위하여 증거를 수집하는 경우 분쟁 당사자가 함께 모여서 촬영을 한다거나, 피해 물품을 특정할 수 있는 식별부분을 함께 촬영하고, 원본을 대신하는 사본의 특성상 여러 각도에서 촬영하는 등으로 최대한 원본을 재현하기 위하여 비교적 많이 촬영하며, 그 사진 원본을 보관하여 메타데이터(Exif 등)를 통해 촬영일시나 촬영장소 등의 정보를 함께 증거로 제출하는 것이 통상적임에 비추어 원고의 위와 같은 행태는 매우 이례적인 경우이다. 이 법원의 보정명령에 따라 원고가 제출한 보정서의 교환이미지파일형식(Exif)
데이터의 기재에 의하더라도 원고가 제출한 위 사진은 휴대전화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데, 위성항법장치(Global Positioning
System, GPS)에 따른 위치정보가 기록되지 않았다. 심○○의 업무일지를 보면 2015. 10. 11. “9/12~10/12 사진: 그날 그날 촬영분 정리+일보=일치! 10/12~사진: 하루폐사두수 전체사진”, “폐사사진, 빈 돈방 사진 - 3~4일 간격. 포유자돈이 많이 모자라는 사진”이라는 취지로 자돈의 질병 및 전기사고로 인한 보험금 수령을 위한 증거자료는 구체적으로 수집하여 정리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사건 사료와 관련된 증거에 대하여는 심○○의 업무일지에 어떠한 기재도 발견되지 아니한다.
④ 심○○의 업무일지에 의하면 원고는 2015. 10. 26. 경산축협으로부터 50,000,000원의 대출이 불가하다는 통지를 받은 것으로 보이고, 원고는 피고와의 이 사건 사료에 대한 분쟁이 해결되지도 아니한 2015. 10. 28. 주식회사 G사료와 만나 여신 7,000,000,000원, 가공비 14원 등으로 협의하였고, 2015. 11. 9.에는 D회사와 J 주식회사(이하 ‘J사료’라고 한다)와 여신 10,000,000,000원을 제공할 것을 협의하는 등 해지 당시 이미 원고는 다른 사료 공급 회사와 거래 조건 등을 협의하고 있었고, 특히 그 과정에서 여신조건에 많은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G사에 검사를 의뢰하기 위하여 채취한 시료를 발송한 직후인 2015. 11. 24. J사료와 가공비 10원(±2원)조정, 금리 3%이하 가능, D회사와 이율 2.7%, 여신 15,000,000,000원 등으로 구체적인 계약 협상을 하였고, 실제로 2015. 12. 2. D회사와 사료거래 협약식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원고는 피고와의 분쟁이 계속 중이던 2015. 12. 26. 위 업무일지에 “B산업 관련 메일(유○○) 확인 후 삭제”라고 기재하였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사료와 관련하여 분쟁이 계속 중임에도 분쟁과 관련한 중요한 자료인 유○○과 피고 사이의 메일을 삭제한다는 것도 경험칙에 비추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⑤ 이와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고가 손해라고 주장하는 사육두수의 감소는 오히려 원고의 주장과 달리 원고의 경영악화로 인한 자연적 감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이 사건 사료 자체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이 사건 사료를 보관하는 과정이나 급여하는 과정에서 오염되거나 오염이 심화되어 증상으로 발현되었을 개연성 또한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 소 결
결국 이 사건 사료에 대하여 하자를 인정할 수 없거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원고의 이 사건 사료공급계약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고, 마찬가지로 피고의 고의·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를 인정하기 어렵거나 손해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 역시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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