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 2018. 7.
26. 판결 2018노196 저작권법위반 판결
1. 공소사실
피고인은 2003. 10. 16. 경 경기 안양시에서 환경영향평가 대행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다. 피고인의 종업원인 성명불상자들은 2015. 7. 21.경부터 2015. 12. 28.경까지 서울 구로구 D에 있는 피고인의 지점 사무실에서 피해자 Adobe Systems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Acrobat 9.0 Professional 프로그램의 불법복제품 19개, Illustrator CS 프로그램의 불법복제품 2개, Illustrator CS5 프로그램의 불법복제품 1개, Photoshop CS2 프로그램의 불법복제품 10개, Photoshop CS5 Extended 프로그램의 불법복제품 4개, Photoshop CS6 Portable 프로그램의 불법복제품 1개, 피해자 Autodesk가 저작권을 자지고 있는 AutoCAD
2010 프로그램의 불법복제품 4개, AutoCAD 2014 프로그램의 불법복제품 16개를 취득한 후 이를 업무상 이용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의 종업원인 성명불상자들은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와 같이 영리를 목적으로 저작권침해행위를 하였다.
2. 관련 법리
1)
형사소송법 제215조 제1항은 “검사는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고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안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지방법원판사에게 청구하여 발부받은 영장에 의하여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영장 발부의 사유로 된 범죄 혐의사실과 무관한 별개의 증거를 압수하였을 경우 이는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압수 · 수색의 목적이 된 범죄나 이와 관련된 범죄의 경우에는 그 압수 · 수색의 결과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도11233 판결 등 참조).
압수수색영장의 범죄 혐의사실과 관계있는 범죄라는 것은 압수수색영장에 기재한 혐의사실과 객관적 관련성이 있고 압수수색영장 대상자와 피의자 사이에 인적 관련성이 있는 범죄를 의미한다. 그중 혐의사실과의 객관적 관련성은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 자체 또는 그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범행과 직접 관련되어 있는 경우는 물론 범행 동기와 경위, 범행 수단과 방법, 범행 사간과 장소 등을 증명하기 위한 간접증거나 정황증거 등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경우에도 인정될 수 있다. 그 관련성은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의 내용과 수사의 대상, 수사 경위 등을 종합하여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있는 경우에만 인정된다고 보아야 하고, 혐의사실과 단순히 동종 또는 유사 범행이라는 사유만으로 관련성이 있다고 할 것은 아니다. 그리고 피의자와 사이의 인적 관련성은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대상자의 공동정범이나 교사범 등 공범이나 간접정범은 물론 필요적 공범 등에 대한 피고사건에 대해서도 인정될 수 있다(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7도13458 판결, 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6도13489 판결 등 참조).
2)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수사기관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물론 이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 역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수사가관의 절차 위반 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법원은 그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법원이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할 때에는 먼저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1차적 증거 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들, 즉 절차 조항의 취지와 그 위반의 내용 및 정도, 구체적인 위반 경위와 회피가능성,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 또는 법익의 성질과 침해 정도 및 피고인과의 관련성, 절차 위반행위와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 등 관련성의 정도,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살피는 것은 물론, 나아가 1차적 증거를 기초로 하여 다시 2차적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한 모든 사정들까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주로 인과관계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전체적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판결 등 참조).
3)
대한민국헌법 제12조 제3항 본문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18조는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할 때에는 처분을 받는 자에게 반드시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14조 제1항 본문, 형사소송규칙 제58조는 압수·수색영장에 피의자의 성명, 죄명, 압수할 물건, 수색할 장소, 신체, 물건, 발부연월일, 유효기간과 그 기간을 경과하면 집행에 착수하지 못하며 영장을 반환하여야 한다는 취지 및 압수·수색의 사유를 기재하고 영장을 별부하는 법관이 서명날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는 경우에 피압수자에게 반드시 압수·수생영장을 제시하도록 규정한 것은 법관이 발부한 영장 없이 압수·수색을 하는 것을 방지하여 영장주의 원칙을 절차적으로 보장하고,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물건, 장소, 신체에 대해서만 압수·수색을 하도록 하여 개인의 사생활과 재산권의 침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준항고 등 피압수자의 불복신청의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위와 같은 관련 규정과 영장 제시 제도의 입법 취지 등을 종합하여 보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는 수사기관은 피압수자로 하여금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이라는 사실을 확인함과 동시에 형사소송법이 압수·수색영장에 필요적으로 기재하도록 정한 사항이나 그와 일체틀 이루는 사항을 충분히 알 수 있도록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나아가 압수·수색영장은 현장에서 피압수자가 여러 명일 경우에는 모두에게 개별적으로 영장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을 착수하면서 그 장소의 관리책임자에게 영장을 제사하였더라도, 물건을 소지하고 있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이를 압수하고자 하는 때에는 그 사람에게 따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5도
12400 판결 등 참조).
3. 법원의 판단
다음의 사실 및 사정들을, 위 관련 법리에 비추어보면 검사가 제출한 개인별 검색결과 기타 증병자료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고, 이에 기초하여 작성된 피고인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또한 위와 같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으며, 예외적으로 위 증거들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사유도 존재하지 않는다.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안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가. 이 사건 영장의 집행과정에서 Audit Tool 프로그램을 사용하거나 육안으로 컴퓨터 제어판을 통해 설치된 프로그램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집행행위의 상당부분을 실질적으로 SPC 직원들이 수행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SPC의 기술지원은 이 사건 영장에 명시적으로 영장집행의 방법으로 기재되어 있었고, 영장집행 전 과정을 G, F 경찰관이 전반적으로 관리, 감독하면서 K, J에 대한 영장제시, 확인서 징구까지 수행한 이상 SPC가 이 사건 영장 집행의 주체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이 사건 영장 집행 과정에서 SPC 직원들이 진술서, 컴퓨터프로그램 사리얼번호 목록표, 컴퓨터프로그램 설치 및 사용현황 등을 출력하고 여기에 K의 서명, 날인을 받은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 역시 위 경찰들의 관리, 감독 하에서 이루어진 이상 결론에 있어서 차이는 없다.
나. 영장 집행 과정의 참여와 관련하여, G, J, H의 각 원심 증언에 의하면 경찰관들이나 SPC 직원들이 피고인 회사 임직원들이 현장에 머물려 있는 것을 금지하거나 이들을 격려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는 사정은 전혀 드러나지 않고, 개별 컴퓨터를 사용하는 직원들도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영장 집행 과정에 참여할 것인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공판기록 45쪽). 이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에서 참여의 기회는 실질적으로 보장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 그러나 이 사건 영장의 제시 과정에는 다음과 같은 위법이 있다.
(1)
G, H의 각 원심 증언에 의할 때 경찰은 이 사건 영장을 K과 J에게만 제사하였을 뿐 각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던 직원들에게는 개별적으로 제시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공판기록 41, 147쪽). 그런데 앞서 본대로 압수·수색영장은 현장에서 피압수자가 여러 명일 경우에는 그들 모두에게 개별적으로 영장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고,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에 착수하면서 그 장소의 관리책임자에게 영장을 제시하였더라도, 물건을 소지하고 있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이를 압수하고자 하는 때에는 그 사람에게 따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이는 이 사건 영장과 같은 수색검증 영장의 경우에도 달려 볼 까닭이 없다.
(2)
J의 원심 증언에 의하면 K, J에게 이 사건 영장의 표지 이외에 별지까지 제시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공판기록 60쪽). J이 피고인 회사의 관리이사라는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1) K이 이 사건으로 수사기관으로루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이 사건 영장의 별지에는 어도비나 오토데스크 사의 소프트웨어가 수색검증 대상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2) 이 사건 영장에는 집행장소, 처리자의 소속관서, 관직 및 서명날인이 누락되어 있으며, 3) (경찰청)범죄수사규칙 제120, 138조에서 작성하도록 정하고 있는 수색검증조서도 작성되지 않았다는 사정들을 추가해보면 이 사건 영장의 제시에 위와 갈은 절차상 하자가 있었음을 추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라. 또한 다음의 사정들을 고려할 때, 이 사건 공소사실은 이 사건 영장의 혐의사실과 동종 또는 유사 범행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는 있으나 객관적 관련성을 인정하기 위한 구체적 개별적 연관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1)
이 사건 영장의 집행방법은 SPC가 보유한 Audit Tool 프로그램을 활용해 해당 프로그램에 설치된 SPC 회원사 프로그램올 일괄하여 확인하거나, SPC 직원들이 육안으로 컴퓨터 제어판 기능을 통해 해당 컴퓨터에 설치된 프로그램을 전반적으로 확인하는 것이어서 포괄적이다. 따라서 만일 수색검증의 대상에 관한 영장 기재를 완화할 경우 위와 같은 포괄적인 집행방법과 더하여져 실질적으로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금지하는 일반영장으로 활용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현재 실무상 위와 같은 영장집행 방법을 취할 수밖에 없는 컴퓨터프로그램 관련 수색검증영장의 대상 기재 부분은 다른 경우에 비해 보다 엄격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2)
그런데 이 사건 영장의 대상 프로그램으로는 ‘주식회사 이스트소프트의 알집, 알씨, 알ftp 등’이라고 기재되어 있을 뿐이고, 어도비, 오토데스크 등 공소사실에 포함된 피해회사들의 존재를 전혀 상정할 수 없다. 더구나 이 사건 영장의 발부 및 집행 시점에 주식회사 이스트소프트는 이미 고소를 취소한 상태였다(수사기록 96쪽, 2015. 9. 22.자 고소취소장).
(3)
통상 저작권 침해행위에 대한 수사는 이 사건과 마찬가지로 IP 추적, 영업을 위한 방문 등의 방법을 통해 불법복제프로그램 사용에 관한 첩보를 입수한 저작권자들의 고소에 의하여 개시되는 경우가 많다(공판기록 94, 95쪽, E의 원심 법정진술). 이후 수사기관의 수색검증에 따라 불법복제프로그램의 사용이 확인되면 이를 근거로 사용자를 상대로 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이로써 수사가 종결된다. 따라서 이 경우 수색검증은 수사의 단서를 확보한다는 차원보다는 확보된 수사 단서를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할 것이고 따라서 수색검증 대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수사의 단서를 찾기 위해 수사 초기에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압수수색과는 달리 판단할 필요가 있다.
마. 마지막으로 피고인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검사는 피고인에게 위와 같이 위법하게 수집된 개인별 검색결과, 기타 증빙자료를 토대로 질문하였고 이에 대해 피고인이 자백 진술을 하게 되었다. 피고인의 자백이 사실상 위 개인별 검색결과, 기타 증빙자료에 대한 확인적인 진술에 그쳤음을 고려할 때 위 피의자신문조서도 위법수집증거에 기한 2차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봄이 옳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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