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18. 7.
6. 선고 2017가합101873 손해배상 판결
1. 사실관계
가. 원고는 3D CAD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는 회사로, 3D 설계 및 검증 프로그램인 UGNX 4.0,
UGNX 8.x(이하 ‘이 사건 프로그램’이라 한다)의 저작권자이다. 피고 회사는 이통통신부품 제조·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2012. 7. 경 설립되어 도면을 설계·디자인하는 회사이고, 피고 B은 설립 시부터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사람이이며, 피고 C는 2014. 4. 1.경부터 2015. 4.경까지 피고 회사 개발팀에서 근무했던 사람이다.
나. 수사기관이 피고 회사에 대하여 저작권 침해 여부 단속을 한 결과, 피고 회사 사무실에 있던 컴퓨터에 2012. 8. 18.경 UGNX 4.0 프로그램 1개, 2014. 4. 10.경 UGNX 8.x 프로그램 1개, 2014. 4. 29. 경 UGNX 8.x 프로그램 1개가 각 권한 없이 다운로드되어 있는 사실을 확인하였다(이하 위 각 불법 다운로드 행위를 시간 순서대로 ‘제1차 범행’, ‘제2차 범행’, ‘제3차 범행’이라 하고, 모두 합하여 ‘이 사건 각 범행’이라 한다).
다. 이에 따라 피고들은 저작권법위반 혐의로 입건되었는데, (1) 피고 회사, B은 2015. 8.
25. 이 사건 각 범행에 관하여, ‘피고 C가 개인적으로 이직을 준비하며 설치한 것으로 보이고, 대표인 피고 B은 프로그램 설치 사실조차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혐의없음 불기소처분을 받았다가, (2) 이후 피고 C는 제2, 3차 범행에 관하여, 피고 회사는 이 사건 각 범행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저작권법위반죄로 이 법원 2016고약578호로 각 벌금 1,000,000원의 약식명령을 받고 그 무렵 위 약식명령이 확정되었다(이하 ‘관련 형사사건’이라 한다) .
2. 법원의 판단
– 손해배상책임
여부
가. 피고 C의 손해배상책임
1)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 C는 UGNX 8.x를 권한 없이 다운로드하여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제2, 3차 범행을 저질렀고, 이는 불법행위에 해당함이 명백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만법 제750조에 따라 원고가 그로 인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피고 C의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주장
피고 C는 행위 당시 피고 회사 직원으로서 회사의 지시 및 요구에 따라 UGNX 8.x를 복제하여 업무에 사용한 것이므로 손해배상책임이 없다.
(나) 판단
먼저 피고 회사가 피고 C에게 UGNX 8.x 불법다운로드를 지시하거나 요구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1) 피고 C가 관련 형사사건에서, ‘내가 예전부터 사용하던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피고 회사에 입사해서도 그 프로그램을 설치한 것이고, 피고 회사에서 설치하라고 한 적은 없다’고 명확히 진술한 점, (2) 피고 B도 관련 형사사건에서, UGNX 8.x에 대하여는 잘 모르고 개발팀 직원들이 알아서 처리했는데, 피고 C에게 위 프로그램 설치를 지시한 적이 없고, 피고 C로부터 구매 요청을 받은 적도 없었다고 진술한 점, (3) 피고 회사의 직원 D, E은 피고 C가 피고 회사 측에 UGNX 8.x 구매요청을 한 적이 없었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각 작성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 C가 피고 회사의 개발팀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피고 회사 업무와 관련하여 제2, 3차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정 및 그밖에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 회사가 피고 C에게 불법다운로드를 지시·요구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나아가 설령 피고 회사가 피고 C에게 UGNX 8.x 불법다운로드를 지시·요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직접 행위자인 피고 C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피고 C의 위 주장은 어느 모로 보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다.
나. 피고 B의 손해배상책임
1)
원고의 주장
피고 B은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로 이 사건 각 범행을 알았거나, 저작권침해를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하여 불법행위를 방조하였으므로, 직원들(성명불상자 및 피고 C)과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책임을 부담한다.
2)
고의 공동불법행위 성립 여부
먼저 피고 B이 이 사건 각 범행을 지시하거나 알고도 묵인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회사 측에서 피고 C에게 불법다운로드를 지시하였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2012. 8.경 성명불상자에게 불법다운로드를 지시하였다고 안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는바, 피고 B이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이고, 이 사건 프로그램이 피고 회사 업무와 관련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 B이 이 사건 각 범행을 지시 내지 묵인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3)
과실 공동불법행위 성립 여부
가) 살피건대, 공동불법행위에 있어 방조라 함은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형법과 달리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하여 과실을 원칙적으로 고의와 동일시하는 민법의 해석으로서는 과실에 의한 방조도 가능하다고 할 것이며, 이 경우의 과실의 내용은 불법행위에 도움을 주지 않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여 이 의무에 위반하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9다1313 판결, 2000. 4. 11. 선고 99다41749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피고 B은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회사 업무를 총괄하면서 개발팀 직원들이 이 사건 프로그램을 권한 없이 복제하여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관리·감독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한 과실로(피고 B은 피고 회사를 운영하면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프로그램 불법 복제 방지 교육 등을 실시하거나 불법 복제 여부를 감독한 적이 없었다), 성명불상자의 제1차 범행, 펴고 C의 제2, 3차 범행을 방조하였으므로, 이 사건 각 범행의 공동불법행위자로서 민법 제760조 제3항, 제1항에 따라 그에 따른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부담한다.
나) 이에 대하여 피고 B은 이 사건 각 범행은 개발팀 직원들의 개인적 범행에 불과하고, 이 사건 프로그램은 2D 프로그램을 이용한 설계를 하는 피고 회사 업무와 관련성이 없으므로,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1) 이 사건 프로그램은 피고 회사 사무실에 있는 컴퓨터에 설치되어 있었던 점, (2) 이 사건 프로그램은 3D 도면 설계 및 검증 프로그램으로, 도면 설계·디자인을 통한 부품·커넥터 연결 등을 주업무로 하는 피고 회사의 업무와 관련성이 인정되는 점, (3) 피고 회사에서 2D 설계 프로그램을 주로 사용한다고 하여 그보다 성능이 좋은 3D 설계 프로그램이 회사 업무와 관련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프로그램은 피고 회사 업무에 관하여 사용되었을 것이라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파고 B 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 피고 회사의
손해배상책임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인 피고 B이 이 사건 각 범행에 관하여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이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 회사는 상법 제389조 제3항, 제210조에 따라, 피고 B와 연대하여 피고 B이 피고 회사 업무집행으로 인하여 원고에게 입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 회사는 이 사건 각 범행은 직원들의 개인적 범행에 불과하여 피고 회사의 업무와 관련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각 범행과 피고 회사의 업무 사이에는 관련성이 충분히 인정되므로, 피고 회사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3. 법원의 판단
– 손해배상의
범위
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각 범행은 이 사건 프로그램의 모든 모듈이 포함된 풀패키지 버전을 복제한 것이므로, 원고의 손해액은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에 따라 전체 모률(4.0버전 48개, 8.x버전 52개) 사용대가를 기준으로 산정한 5,374,474,001원(= 4.0버전 1,688,753,803원 x 1개 + 8.x버전 1,842,860,099원 x 2개), 또는 적어도 주요 모듈 24개의 사용대가를 기준으로 산정한 1,063,308,654원(= 354,436,218원 x 3개)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원고는 위 손해액에 대한 일부 청구로써 피고 회사, B에 대하여는 300,000,000원, 피고 C에 대하여는 200,000,000원의 각 지급을 구한다.
나.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 적용
여부
1)
관련 법리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은 저작재산권자 등은 권리의 행사로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에 상당하는 액을 손해액으로 하여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권리의 행사로 통상 얻을 수 있는 금액에 상당하는 액이라 함은 침해자가 프로그램저작물의 사용 허락을 받았더라면 사용 대가로서 지급하였을 객관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말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위 금액을 산정함에 있어서는 단위당 프로그램저작물의 통상적인 사용 대가에 침해자의 복제품 판매 수량을 곱하여 계산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6.
26. 선고 99다50552 판결 참조).
그리고 저작권자가 침해행위와 유사한 형태와 저작물 이용과 관련하여 저작물이용계약을 맺고 이용료를 받은 사례가 있는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이용계약에서 정해진 이용료를 저작권자가 그 권리의 행사로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으로 보아 이를 기준으로 손해액을 산정할 수 있다. 저작권자가 그와 같은 저작물 이용계약을 체결하거나 이용료를 받은 적이 전혀 없는 경우라면 일응 그 업계에서 일반화되어 있는 이용료를 손해액 산정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할 것이지만, 그 업계에서 일반화되어 있는 사용료를 기준으로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손해액을 산정하기도 어려울 때는 법원은 저작권법 제126조에 따라 변론의 취지 및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7다354 판결 등 참조).
2)
판단
피고 회사의 직원 성명불상자 및 피고 C가 회사 업무에 사용되는 컴퓨터에 이 사건 램의 풀패키지를 권한 없이 설치한 점(제1차 범행에 관하여, UGNX 4.0 프로그램 중 일부만 남아 있는 것은 행위자가 전체 설치 후 일부를 삭제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UGNX 4.0의 풀모듈 가격은 1,688,753,803원, UGNX 8.x 풀모률 가격은 1,842,860,099원인 점 등의 사정은 인정된다.
그러나 (1) 피고 회사의 직원인 성명불상자와 피고 C는 이 사건 프로그램의 라이센스 보호를 무력화시킨 불법 복제물(크랙 프로그램)을 입수하는 과정에서 모든 모듈로 구성된 버전을 복제하기는 하였으나, 모든 모듈이 포함된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패키지 프로그램올 복제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2) 이 사건 프로그램의 풀패키지는 상당한 고가이고, 원고는 이 사건 프로그램을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과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이용허락을 부여하고 있는 점, (3) 이 사건 프로그램은 여러 개의 세부 모듈이 모여서 모듈을 구성하고 모듈이 모여서 하나의 버전을 구성하는데, 통상 프로그램 구매자는 자신의 업무에 필요한 모듈을 선택하여 구매 및 사용하는 점, (4) 원고의 국내 판매대리점들도 구매자의 의사에 따라 개별 모듈 및 그 모듈로 구성된 버전을 판매하고 있는 점, (5) 원고가 주장하는 주요 24개 모듈은 원고가 설정한 기준에 따라 국내에서 이용률이 높은 모듈을 모아둔 것에 불과하고, 피고 회사가 위 24개 모듈 모두를 업무에 사용하였다거나 사용하고자 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의 사정이 인정되는바,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모든 모듈이 포함된 이 사건 프로그램의 가격 또는 주요 24개 모듈을 기준으로 한 이 사건 프로그램의 가격이 ‘피고 회사가 원고의 이용허락을 받았더라면 그 대가로서 지급하였을 객관적으로 상당한 금액’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손해액 산정에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을 적용할 수 없다.
다. 저작권법 제126조에
의한 손해배상액
산정
1)
저작권법 제126조에 의하면,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저작권법 제125조의 규정에 따른 손해액을 산정하기 어려울 때는 법원이 변론의 취지 및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 이 사건 각 범행으로 원고가 이 사건 프로그램에 관한 저작권을 침해당한 손해를 입은 사실은 앞에서 본 바와 같으나, 이 사건 변론과정에서 현출된 자료만으로는 원고가 현실적으로 입은 손해액이나 피고 회사가 이 사건 각 범행으로 얻은 이익액 또는 원고가 저작권의 행사로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의 액수를 추단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은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저작권법 제125조의 규정에 따른 손해액을 산정하기 어려울 때에 해당한다.
2)
즉,
(1) 이 사건 프로그램과 같이 수십 개의 모듈로 구성되어 있으나 통상적으로 필요한 특정 모듈에 대하여만 라이센스를 부여받는 방식으로 이용하락을 받는 경우, 모든 모듈에 관한 라이센스 보호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크랙 프로그램의 특성만을 이유로 모든 모듈 내지 주요 모듈을 기준으로 손해액을 산정한다면 손해액이 지나치게 커질 수 밖에 없는 점, (2) 따라서 침해자의 사용가능성만을 이유로 손해액을 산정함은 부당하고, 침해자의 업무 내용과 밀접한 모듈을 기준으로 손해액을 산정함이 타당한데, 원고는 이 사건 프로그램의 전체 모듈 중 피고 회사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인정되는 부분이 무엇인지에 관하여 명확한 입증을 하지 못하고 있고, 다만 피고 회사는 12번 모듈이 업무와 관련이 있음을 자인하고 있을 뿐인 점, (3) 12번 모듈의 라이센스 가격은 18,991,236원이고, 유지보수비용은 3,988,639원인 점, (4)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회사, B이 이 사건 각 범행을 지시했다거나 알고도 묵인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이들은 다만 관리감독 소홀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고, 피고 C는 회사 업무에 사용하기 위하여 UGNX 8.x을 설치한 것으로 보여 제2, 3차 범행으로 인해 사적으로 특별한 이득을 얻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5) 그밖에 원고의 UGNX 프로그램 저작권이 침해된 다수의 유사 사건에서 다른 법원이 저작권법 제126조에 따라 인정한 손해액 등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각 범행으로 인한 원고의 총 손해액을 60,000,000원(= 20,000,000원 x 3 개)으로 정함이 타당하다.
라. 피고들의 책임제한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들은 원고가 수년간 이 사건과 유사한 저작권침해 소송 등을 진행하면서도 이 사건 프로그램 불법다운로드를 막기 위한 기술적 조치 등을 충분히 취하지 않고 불법 다운로드를 사실상 방치하였는바, 이러한 원고의 부주의가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의 한 원인이 되었으므로, 손해배상액 산정에 참작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에게 피고들 주장과 같은 부주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어려우므로, 피고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마. 결론
따라서 원고에게, (1) 피고 회사, B은 연대하여 60,000,000원(= 20,000,000원 x 3개)에 대한 배상책임이 있고, 피고 C는 위 피고들과 연대하여 위 금원 중 40,000, 000원(= 20,000,000원 x 2개)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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