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9. 10.
17. 선고 2019다222782 판결
1.
판결의 요지
외과적 수술에 사용되는 의료용 실을 체내에 삽입하고 고정하는 시술에 사용되는 ‘의료용 실 삽입장치 및 그 삽입 시술키트’에 관한 특허발명에 대한 침해가 문제된 사건에서, 특허발명의 구성요소(위 시술을 위한 개개의 의료기구들)가 모두 국내에서 생산되어 최종적으로 하나의 주체에 의해 시술되기 위해 수출되었으나 이 사건 특허발명 청구범위 제6항의 의료용 실 지지체와 의료용 실의 결합관계만이 갖추어지지 않은 사안에 대하여 원심은 그 침해를 부정하였으나 대법원은 위와 같은 결합, 고정은 조립, 가공이 극히 사소하거나 간단하여, 위와 같은 부품 전체의 생산 또는 반제품의 생산만으로도 특허발명의 각 구성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일체로서 가지는 작용효과를 구현할 수 있는 상태가 갖추어진 것으로 볼 수 있어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그 침해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원심은 간접침해자인 피고 C의 과실 추정이 번복된다고 하였으나, 대법원은 특허법 제130조의 과실 추정 번복에 관한 위 법리에 비추어, 원심이 든 사정만으로는 위 피고가 특허권의 존재 및 권리범위에 속함을 알지 못한 것에 대한 정당한 사정이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적용 법리
가.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침해를 인정할 수 있는 예외적 경우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상 물건의 발명에 관한 특허권자가 물건에 대하여 가지는 독점적인 생산·사용·양도·대여 또는 수입 등의 특허실시에 관한 권리는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의 영역 내에서만 그 효력이 미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특허발명의 실시를 위한 부품 또는 구성 전부가 생산되거나 대부분의 생산단계를 마쳐 주요 구성을 모두 갖춘 반제품이 생산되고, 이것이 하나의 주체에게 수출되어 마지막 단계의 가공·조립이 이루어질 것이 예정되어 있으며, 그와 같은 가공·조립이 극히 사소하거나 간단하여 위와 같은 부품 전체의 생산 또는 반제품의 생산만으로도 특허발명의 각 구성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일체로서 가지는 작용효과를 구현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면, 예외적으로 국내에서 특허발명의 실시 제품이 생산된 것과 같이 보는 것이 특허권의 실질적 보호에 부합한다.
나. 특허법 제130조에 따른 과실 추정 번복 여부(소극)
특허법 제130조는 타인의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을 침해한 자는 그 침해행위에 대하여 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 취지는 특허발명의 내용은 특허공보 또는 특허등록원부 등에 의해 공시되어 일반 공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을 수 있고, 또 업으로서 기술을 실시하는 사업자에게 당해 기술분야에서 특허권의 침해에 대한 주의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데 있다. 위 규정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특허발명을 허락 없이 실시한 자에게 과실이 없다고 하기 위해서는 특허권의 존재를 알지 못하였다는 점을 정당화할 수 있는 사정이 있다거나 자신이 실시하는 기술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믿은 점을 정당화할 수 있는 사정이 있다는 것을 주장·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3다15006 판결 등 참조).
3.
법원의 판단
가. 카테터와 허브에 봉합사나 그 지지체를 조합한 제품에 관한 이 사건 특허발명의 특허청구범위 제1항 침해 여부
(1)
선 특허발명과 후 발명이 이용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후 발명은 선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게 된다. 여기에서 두 발명이 이용관계에 있는 경우라고 함은 후 발명이 선 특허발명의 기술적 구성에 새로운 기술적 요소를 부가하는 것으로서, 후 발명이 선 특허발명의 요지를 전부 포함하고 이를 그대로 이용하되, 후 발명 내에서 선 특허발명이 발명으로서의 일체성을 유지하는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2001. 8. 21. 선고 98후 522 판결, 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5후161 판결 등 참조).
(2)
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명칭을 ‘의료용 실 삽입장치 및 이를 구비한 의료용 실 삽입 시술 키트’로 하는 이 사건 특허발명(특허번호 생략, 특허심판원 2015. 8. 21.자 2015정68호 심결의 확정에 의해 정정된 것)은 외과적 수술에 사용되는 의료용 실을 체내에 삽입하고 고정하는 시술을 시행하는 데 사용된다.
(나) 이 사건 특허청구범위 제1항(이하 ‘이 사건 제1항 발명’이라 하고, 나머지 청구항도 같은 방식으로 부른다)은 ‘의료용 실이 삽입될 경로를 형성하는 중공의 가요성 도관을 구비하는 관부재와 관부재의 도관 내부에 삽입되어 관부재보다 큰 강성을 가지는 지지로드를 포함하는 지지부재를 구비하는 삽입경로 형성수단(원심판결 구성요소 1)’과 ‘삽입경로 형성수단에서 지지부재가 제거된 후에 관부재의 체결부에 연결되어 관부재를 통하여 의료용 실을 공급하는 의료용 실 공급수단을 구비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의료용 실 삽입장치(원심 판결 구성요소 2)’로 구성된다.
(다) 통상 삽입경로 형성수단의 관부재를 목표 지점까지 삽입한 후 지지부재를 제거하고, 남은 관부재의 체결부에 의료용 실 삽입장치를 체결하여 이를 통해 의료용 실을 고정시킬 지지체가 형성되어 있는 의료용 실을 관부재로 삽입하며, 관부재를 제거하고 의료용 실에 형성되어 있는 지지체를 목표 지점에 고정시킨 후 다른 쪽 실을 잡아당기는 등의 방법으로 위 발명을 이용한 시술이 이루어진다.
(라) 피고 1, 피고 주식회사 씨에스아이엔씨, 피고 4(이하 ‘피고 1 등’이라 한다)는 일본에 있는 ○○○○
병원에 판매하여 피부 리프팅 시술에 사용되도록 할 목적으로 피고 주식회사 덕우메디칼(이하 ‘피고 덕우메디칼’이라 한다) 등 하청업체들을 통하여 카테터와 허브(이하 ‘이 사건 카테터와 허브’라 한다)를 생산하였다(이하 피고 1 등이 이 사건 특허발명과 관련하여 생산한 제품을 ‘피고 실시제품’이라 한다).
(마) 이 사건 카테터와 허브는 이 사건 제1항 발명의 ‘삽입경로 형성수단’과 ‘의료용실 삽입장치’에 각각 대응하고 그 구성과 효과가 동일하다.
(바) 이 사건 제1항 발명은 위 ‘삽입경로 형성수단’과 ‘의료용 실 삽입장치’를 구성으로 할 뿐, 여기에 추가되는 의료용 실 또는 의료용 실 지지체의 결합관계에 대한 한정은 없다.
(3)
이러한 사정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 실시제품 중 이 사건 카테터와 허브에 의료용 실과 의료용 실 지지체에 각각 대응하는 봉합사와 봉합사 지지체(이하 ‘이 사건 봉합사’, ‘이 사건 봉합사 지지체’라 한다)의 전부 또는 그중 하나를 조합한 제품은 이 사건 제1항 발명의 요지를 전부 포함하고 이를 그대로 이용하면서 그 일체성을 유지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제1항 발명에 대한 침해가 성립한다.
(4)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카테터와 허브가 이 사건 제1항 발명과 구성 및 효과가 동일하여 이를 침해한다고 하면서도 여기에 이 사건 봉합사 또는 봉합사 지지체를 조합한 제품은 의료용 실에 의료용 실 지지체를 형성하거나 의료용 실 공급수단의 내측에 의료용 실을 배치하는 등의 추가적인 가공․조립을 필요로 하므로 이 사건 제1항 발명에 대한 침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원심 판단에는 특허발명의 권리범위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나. 이 사건 제5항 발명 침해 여부
(1)
특허발명의 보호범위는 청구범위에 적혀 있는 사항에 따라 정해지고 발명의 설명이나 도면 등으로 보호범위를 제한하거나 확장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청구범위에 적혀 있는 사항은 발명의 설명이나 도면 등을 참작하여야 그 기술적인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으므로, 청구범위에 적혀 있는 사항의 해석은 문언의 일반적인 의미 내용을 기초로 하면서도 발명의 설명이나 도면 등을 참작하여 문언에 의하여 표현하고자 하는 기술적 의의를 고찰한 다음 객관적․합리적으로 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7다45876 판결 등 참조).
(2)
이러한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본다.
(가) 이 사건 제5항 발명은 이 사건 제1항 발명의 종속항으로, ‘삽입될 의료용 실을 중공의 의료용 실 공급관 내측에 구비하는 의료용 실 보유부를 구비하는 의료용 실 공급수단(원심 판결 구성요소 2)’과 ‘의료용 실 보유부는 관부재의 장착홈에 체결되는 상보적인 형상으로 된 커넥터를 구비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의료용 실 삽입장치(원심판결 구성요소 3)’를 추가한 발명인데, 위 추가 구성들은 피고 1 등이 생산한 허브와 봉합사의 개별 제품에 대응한다.
(나) ‘의료용 실 삽입장치’에 대응하는 이 사건 허브가 ‘삽입경로 형성수단’에 대응하는 이 사건 카테터의 장착홈에 체결되는 커넥터를 구비하고 있음은 다툼이 없다.
(다) ‘구비하는’이라는 말은 통상 ‘갖추어진' 것을 의미할 뿐, 물리적으로 고정되거나 결합되어 있을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 사건 특허발명이 속하는 기술 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하 ’통상의 기술자‘라 한다)이 의료용 실을 중공의 의료용 실 공급수단인 허브의 안쪽에 배치하여 관부재에 삽입하여 사용하는 데 별다른 기술적 어려움이 없다.
(라) 결국 이 사건 제5항 발명의 각 구성요소와 각 구성요소 간의 유기적 결합관계가 피고 1 등이 생산한 이 사건 카테터, 허브, 봉합사의 개별 제품에 그대로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 제5항 발명에 대한 침해가 인정된다.
(3)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봉합사가 이 사건 허브의 내부에 배치되려면 추가적 가공․조립이 필요하다고 보아 이 사건 허브와 봉합사의 개별 제품 구성의 이 사건 제5항 발명에 대한 침해를 부정하였다. 원심 판단에는 청구범위 해석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다. 이 사건 제6항 발명 침해 여부
(1)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상 물건의 발명에 관한 특허권자가 물건에 대하여 가지는 독점적인 생산․사용․양도․대여 또는 수입 등의 특허실시에 관한 권리는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의 영역 내에서만 그 효력이 미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특허발명의 실시를 위한 부품 또는 구성 전부가 생산되거나 대부분의 생산단계를 마쳐 주요 구성을 모두 갖춘 반제품이 생산되고, 이것이 하나의 주체에게 수출되어 마지막 단계의 가공․조립이 이루어질 것이 예정되어 있으며, 그와 같은 가공․조립이 극히 사소하거나 간단하여 위와 같은 부품 전체의 생산 또는 반제품의 생산만으로도 특허발명의 각 구성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일체로서 가지는 작용효과를 구현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면, 예외적으로 국내에서 특허발명의 실시 제품이 생산된 것과 같이 보는 것이 특허권의 실질적 보호에 부합한다.
(2)
이와 같은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본다.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 1 등이 이 사건 카테터와 허브, 봉합사, 봉합사 지지체의 개별 제품을 생산한 것만으로도 국내에서 이 사건 제6항 발명의 각 구성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일체로서 가지는 작용효과를 구현할 수 있는 상태가 갖추어진 것으로서 그 침해가 인정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가) 이 사건 제6항 발명은 이 사건 제5항과 제1항 발명을 순차로 인용하는 종속항으로, ‘의료용 실의 단부에는 의료용 실이 생체의 조직 내에 고정되도록 하기 위한 의료용 실 지지체가 형성되어 있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의료용 실 삽입장치(원심 판결 구성요소 4)’를 추가한 발명인데, 위 추가 구성 중 ‘의료용 실의 단부에 의료용 실 지지체가 형성되어 있는’ 구성은 피고 실시제품 중 이 사건 봉합사와 봉합사 지지체의 개별 제품에 대응한다.
(나) 피고 1 등은 이 사건 카테터와 허브, 봉합사, 봉합사 지지체의 개별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이 사건 제6항 발명의 실시를 위한 구성 전부를 생산하였다. 위 개별 제품들은 애초부터 일본에 있는 ○○○○
병원에 판매하여 동일한 피부 리프팅 시술 과정에서 함께 사용되도록 할 의도로 생산된 것이다.
(다) 이 사건 특허발명의 명세서 기재에 따르면, 실시예의 하나로 의료용 실 단부에 매듭을 형성하여 지지체의 설치 위치를 지정하는 것을 제시하고 있기는 하나, 그 밖에 이를 고정하거나 결합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명세서에서는 지지체를 ‘배치’한다는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이 사건 제6항 발명의 청구범위와 명세서의 기재를 종합하면, 의료용 실 지지체를 의료용 실의 단부에 결합․고정하는 방법은 통상의 기술자가 적절하게 선택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라) 위 시술 전 또는 시술 과정에서 이와 같이 의료용 실의 단부에 의료용 실 지지체를 배치하여 고정시키는 것은 통상의 기술자에게 자명하고, 통상의 기술자라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위 개별 제품들을 각 기능에 맞게 조립․결합하여 사용할 수 있다.
(3)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봉합사 단부에 봉합사 지지체를 형성하려면 추가적인 가공․조립 등을 거쳐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제6항 발명에 대한 침해를 부정하였다. 원심 판단에는 특허권 침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라. 피고 덕우메디칼에 대한 손해배상의 인정 여부
(1)
특허법 제130조는 타인의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을 침해한 자는 그 침해행위에 대하여 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 취지는 특허발명의 내용은 특허공보 또는 특허등록원부 등에 의해 공시되어 일반 공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을 수 있고, 또 업으로서 기술을 실시하는 사업자에게 당해 기술분야에서 특허권의 침해에 대한 주의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데 있다. 위 규정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특허발명을 허락 없이 실시한 자에게 과실이 없다고 하기 위해서는 특허권의 존재를 알지 못하였다는 점을 정당화할 수 있는 사정이 있다거나 자신이 실시하는 기술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믿은 점을 정당화할 수 있는 사정이 있다는 것을 주장․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3다15006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간접침해자인 피고 덕우메디칼이 카테터 등 관련 의료기기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로서 단순히 피고 4의 요구에 따라 이 사건 카테터를 제작한 것으로 보이고, 원고의 특허를 알고 있었다거나 이 사건 카테터 등을 피고 4 이외의 일반에게 판매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 덕우메디칼의 과실 추정이 번복되었다고 보아 위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든 이유만으로는 피고 덕우메디칼이 원고의 특허권의 존재를 알지 못하였다는 점을 정당화할 수 있는 사정이나 이 사건 카테터가 이 사건 특허발명의 생산에만 사용된다는 점을 몰랐다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사정이 주장․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기록상 이를 인정할 자료가 없다. 원심 판단에는 특허법 제130조의 과실 추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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