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9. 12.
24. 선고 2019두48684 판결
1.
판결의 요지
초등학교 교감인 원고가 회식을 마치고 귀가하던 길에 여성인 택시운전기사를 강제추행하였음을 사유로 피고가 원고에게 해임처분을 내린 사안에서, 원심은 원고에 대한 해임처분이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하여 위법하다고 보았으나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법리를 토대로 위 해임처분이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음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한 판결입니다.
2.
적용 법리
가. 구 징계양정 규칙 제2조 제1항 [별표]에 따른 징계기준의 도입 취지 및 이에 따른 징계양정 기준이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거나 합리성을 갖추지 못하였는지 여부(소극)
(1)
교육공무원법 제51조 제1항은 ‘교육기관의 장은 그 소속 교육공무원이 국가공무원법 제78조 제1항 각 호의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해당 징계사건을 관할하는 징계위원회에 징계의결을 요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구 교육공무원 징계령(2019. 2. 26. 대통령령 제2956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5조는 ‘징계위원회가 징계사건을 의결함에 있어서는 징계혐의자의 소행ㆍ근무성적ㆍ공적ㆍ개전의 정ㆍ징계요구의 내용 기타 정상을 참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구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2019. 3. 18. 교육부령 제17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징계양정 규칙’이라고 한다)은 제1조에서 “이 규칙은 교육공무원의 징계 기준 및 감경 사유 등을 규정함으로써 징계의 형평을 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2조 제1항에서 ‘교육공무원징계위원회는 징계혐의자의 비위 유형, 비위 정도 및 과실의 경중과 평소 행실, 근무성적, 공적, 뉘우치는 정도 또는 그 밖의 정상 등을 참작하여 별표의 징계기준에 따라 징계를 의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위 [별표]는 비위행위를 유형별로 구분하면서 비위 정도나 고의, 과실의 정도에 따라 징계양정 기준을 정하고 있는데, 이 중 비위의 유형 ‘7.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속하는 ‘성폭력’에 대하여는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 및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중과실인 경우 또는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는 ‘파면’을,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경과실인 경우 또는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중과실인 경우’에는 ‘파면-해임’을,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경과실인 경우’에는 ‘해임’을 하도록 각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구 징계양정 규칙 제4조 제2항 제4호 가목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에 따른 성폭력범죄 행위로 징계의 대상이 된 경우에는 징계를 감경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2)
위 [별표]가 정한 징계양정 기준은, 종전까지 성폭력에 대하여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는 ‘파면’을,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중과실인 경우 또는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는 ‘해임’을,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경과실인 경우 또는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중과실인 경우’에는 ‘강등-정직’을,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경과실인 경우’에는 ‘감봉-견책’을 하도록 규정하던 것을, 품위유지의무 위반과 관련된 징계양정 기준을 강화함으로써 교육공무원의 도덕성을 제고하여야 한다는 사회 일반의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이 사건에 적용되는 바와 같이 상향 조정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성폭력범죄가 해마다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날로 흉포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다른 범죄에 비해 재범가능성이 높고 은밀하게 행하여지는 속성이 있으므로 이를 최대한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 강화와 재범방지 등을 위한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온 과정에 부합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경위로 교육공무원의 성폭력 비위행위에 대하여 강화된 내용으로 도입된 구 징계양정 규칙 제2조 제1항 [별표]의 징계양정 기준은, 교원에게 고도의 직업윤리의식 내지 도덕성이 요구될 뿐만 아니라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가중된 품위유지의무를 부담하여야 한다는 점, 특히 교원이 성폭력의 비위행위를 저지를 경우 이는 품위유지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것으로서 본인은 물론 교원사회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크므로 해당 교원이 비위행위에 상응하는 불이익을 받지 아니하고 교육자로서의 직책을 그대로 수행하도록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점, 강화된 징계양정 기준이 도입될 당시의 사회적 상황 및 성폭력범죄 행위에 대한 일반 국민의 법감정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을 때,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거나 합리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나. 성폭력범죄 행위로 징계의 대상이 된 경우 징계를 감경할 수 없도록 규정한 구 징계양정 규칙 제4조 제2항 제4호 가목이 ‘고의가 있는 경우’에 관하여 객관적 합리성을 결여하였다고 볼 것인지 여부(소극) 및 구 징계양정 규칙 제2조 제1항 [별표]에 따른 징계양정 기준을 적용하여 한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것인지 여부(소극)
구 징계양정 규칙 제4조 제2항 제4호 가목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에 따른 성폭력범죄 행위로 징계의 대상이 된 경우에는 징계를 감경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비위행위와 같이 적어도 ‘고의가 있는 경우’에 관하여는 앞서 본 바와 같은 맥락에서 객관적 합리성을 결여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이에 따라 위 규정은 구 징계양정 규칙 제2조 제1항 [별표]와 더불어 징계양정 기준으로 작용하게 된다. 따라서 징계권자가 구 징계양정 규칙 제2조 제1항 [별표]에 따른 징계양정 기준을 적용하여 한 이 사건 처분에 대하여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섣불리 판단하여서는 아니 된다.
3.
법원의 판단
가.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1992. 3. 1. 초등학교 교사로 임용되었고, 2016. 9. 1. 교감으로 승진하여 광주○○초등학교에서 근무하였다.
(2)
원고는
2017. 9. 9. 00:15경 광주 서구 (주소 생략) 일대를 지나는 피해자 소외인(67세, 여성) 운전의 택시 뒷좌석에서, 운전석에 앉아 있던 피해자의 가슴 부위를 손으로 만져 추행하였다(이하 ‘이 사건 비위행위’라고 한다).
(3)
원고는
2017. 10. 31. 이 사건 비위행위로 인하여 광주지방검찰청에서 보호관찰선도위탁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4)
광주광역시 교육공무원 일반징계위원회는
2017. 11. 27.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비위행위를 이유로 국가공무원법 제63조, 제78조, 구 교육공무원 징계령 제10조, 구 징계양정 규칙 제2조 제1항 등에 따라 해임을 의결하였다.
(5)
피고는
2017. 12. 11. 원고에 대하여 광주광역시 교육공무원 일반징계위원회의 위 의결에 따라 해임의 징계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나.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비위행위는 원고가 심야에 피해자의 택시에 승객으로 탑승하여 운전 중이던 피해자의 성적으로 민감한 신체 부위를 기습적으로 만지는 방법으로 강제추행한 것으로서, 당시 피해자는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성적 수치심을 느낀 나머지 택시운행을 중지하고 원고에게 즉시 하차를 요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비위행위의 내용 및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사회경험이 풍부하다거나 상대적으로 고령인 점 등을 내세워 사안이 경미하다거나 비위의 정도가 중하지 않다고 가볍게 단정지을 것은 아니다.
비록 원고가 이 사건 비위행위가 밝혀진 이후 자신의 책임을 모두 인정하고 잘못을 뉘우치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원고는 교원으로서 학생들이 인격적으로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성실히 지도하고 올바른 성 윤리와 가치관을 확립할 수 있도록 교육하여야 할 책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비위행위를 저질러 원고 본인은 물론 교원사회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켰다. 이처럼 스스로 교원으로서의 신뢰를 실추시킨 원고가 교단에 복귀하여 종전과 다름없이 학생들을 지도한다고 하였을 때, 이 모습을 교육현장에서 마주하게 될 학생들이 과연 헌법 제31조 제1항이 정하는 국민의 교육을 받을 기본적 권리를 누리는 데에 아무런 지장도 초래되지 않을 것인지 등을 원고의 정상참작 사유와 비교 형량하여 보면, 원고가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입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가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달성되는 공익상 필요보다 크다거나, 원고가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내용 및 그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하여 객관적인 합리성을 결여함으로써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상실하였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징계처분의 재량권 일탈ㆍ남용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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