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법원 2019. 9.
6. 선고 2018나1770 판결
1.
사실관계
가. 원고 및 피고의 지위
1)
원고는
1993. 1. 14. 컴퓨터 및 주변장치 제조, 도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 아래와 같이 이 사건 등록상표의 상표권자이다.
2)
피고는
2002. 12. 26. 컴퓨터 및 주변장치 제조, 도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 1986. 8. 4. 설립되어 노트북, 산업용 PC 등을 생산하여 전세계 120여 개 국가 6529여 개의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마이크로스타 인터내셔널(Micro-Star International
Co., Ltd, 이하
‘MSI’라 한다)의 한국 법인이다.
나. 이 사건 등록상표
1)
출원일/ 등록일/ 등록번호: 1994. 10. 11./
1996. 1. 25./ 제332526호
3)
지정상품: 상품류 구분 제39류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드라이브, 컴퓨터용모니터, 디지타이저, 컴퓨터용키보드, 컴퓨터용문자인식장치, 컴퓨터용음성인식장치, TV게임세트, 소프트웨어, 디스켓
다. 피고의 노트북 출시 및 피고 사용 표장
1)
피고는
2014. 3. 21.경 별지 목록 기재와 같은 모델명의 게이밍 노트북인 GE Apache 시리즈를 발표하여 판매하였다.
2)
피고는 모델명에 ‘Apache’를 사용함과 아울러, 아래 표 기재와 같이 위 Apache 시리즈 노트북 및 그 포장에 ‘Apache’를 표시하여 판매하고, 피고의 제품을 판매하는 국내 대리점에서 Apache 시리즈 노트북 판매를 위하여 사용한 홍보물 및 피고 홈페이지의 Apache 시리즈 제품 설명 페이지에 ‘Apache’(이하 ‘피고 사용 표장’이라 한다)를 표시하였다.
3)
피고는
2014. 4. 22.경 국내에 판매되는 GE60 및 GE70 Apache 시리즈를 GE60
및 GE70 Cobra 시리즈로 명칭변경을 하였다.
라. 가처분 사건의 경과
원고는 피고를 채무자로 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카합1658호로 상표권침해금지가처분 신청을 하였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5. 1. 28. 피고가
‘Apache’ 또는
‘Apache Pro’라는 표장을 사용한 노트북 제품을 생산, 판매하거나 이러한 노트북 제품의 광고행위를 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 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는 내용의 결정을 하였다.
2.
관련 법리
타인의 등록상표를 그 지정상품과 동일 또는 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면 타인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된다고 할 것이나, 타인의 등록상표를 이용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상표의 본질적인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출처표시를 위한 것이 아니어서 상표의 사용으로 인식될 수 없는 경우에는 등록상표의 상표권을 침해한 행위로 볼 수 없고, 그것이 상표로서 사용되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상품과의 관계, 상품 등에 표시된 위치, 크기 등 당해 표장의 사용 태양, 등록상표의 주지저명성 그리고 사용자의 의도와 사용경위 등을 종합하여 실제 거래계에서 그 표시된 표장이 상품의 식별표지로서 사용되고 있는지 여부를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며, 타인의 등록상표와 유사한 표장을 이용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상표의 본질적인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출처표시를 위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의장적으로만 사용되는 등으로 상표의 사용으로 인식될 수 없는 경우에는 등록상표의 상표권을 침해한 행위로 볼 수 없다(대법원 1997. 2.
14. 선고 96도1424 판결,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도3445 판결 등).
3.
법원의 판단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 사용 표장은 이와 결합되어 있는 “GE60 2PG”, “GE60 2PE” 등의 표지와 일체로서 제품의 종류나 규격, 등급 등을 나타내는 모델명 내지 모델번호로서 사용되고 있을 뿐, 수요자로 하여금 상품 출처의 동일성을 식별하게 하는 상표로서 사용되고 있지 않다고 봄이 타당하다.
1)
‘MSI’의 주지저명성
MSI는 이 사건 등록상표의 출원일로부터 약 8년 전인 1986. 8. 4. 설립되어 노트북, 산업용 PC 등을 생산하여 전 세계 120여 개 국가 6,529여 개의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MSI는 2016년 전 세계 게임전용 노트북 시장 중 19%를 점유하여 업계 1위에 해당하며, MSI의 게이밍 노트북 ‘MSI GS63GR’은 2016년 유럽 하드웨어 협회가 뽑는 올해 최고의 노트북으로 선정된 바 있다. 국내에서도 2018년 가격 비교 사이트 ‘다나와’에서 MSI 제품이 게이밍 노트북 분야의 판매 1, 2위를 차지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MSI는 2010년부터 MSI 마스터즈 게이밍 아레나 챔피언십(MGA) 대회를 개최하고, 국내에서는 2014년 및 2015년 여성스타크래프트2 리그 ‘WSL’ 대회를 개최하는 등 게임 관련 이벤트를 개최하고 게임 리그를 후원하여 대중들에게 다양한 홍보 활동을 하였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볼 때 2014년 3, 4월경 ‘MSI’는 피고의 본사인 게이밍 노트북 회사로서 국내에 널리 알려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2)
‘MSI’ 국내 상표등록
MSI는 피고가 피고 사용 표장을 사용하기 6년 전인 2008. 5. 16. 이미 상품류 구분 제09류의 컴퓨터, 노트북 컴퓨터, 컴퓨터 메인 보드 등을 지정상품으로 하여 ‘msi’ 상표를 출원하여 등록받았다.
3)
이 사건 등록상표의 알려진 정도
반면, 원고의 이 사건 등록상표가 그 지정상품과 관련하여 원고의 출처를 표시하는 표장으로 일반 수요자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져 있다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
4)
피고 게이밍 노트북의 시리즈 모델명
별지 목록 기재와 같이 피고는 ‘GE60 2PG APACHE’,
‘GE70 2PL APACHE’ 등으로 제품의 모델명을 표시하고 있다. 이 중 앞부분 중 알파벳 두 글자(‘GE’ 등)는 우측 사진과 같이 피고 게이밍 노트북의 시리즈 명칭을 의미한다. 피고는 게이밍 노트북과 관련하여 GT/GS/GX/GE/GP 시리즈를 출시하였다. GT 시리즈는 ‘high end Intel gaming
laptop’, GE 시리즈는
‘mid range Intel gaiming laptop’, GS 시리즈는
‘slim-high/mid range Intel gaming laptop’, GP 시리즈는 ‘slim-low range Intel gaiming laptop’을 의미하여 제품의 품질, 사양을 단계별로 표시하는 부분이다. 앞부분의 뒤에 있는 두 자리 숫자(‘60’, ‘70’ 등) 중 첫 번째 숫자는 디스플레이 화면의 크기를 의미하며, 두 번째 숫자는 해당 제품군의 세대를 표시한다.
가운데 부분의 숫자 및 문자(‘2PG’, ‘2PL’ 등)는 제품의 성능을 나타내며, 마지막 부분(‘APACHE’ 등)은 제품군별로 부품이나 장치 등에 따라서 제품을 분류한 후 사용한다. 즉, 부품이나 장치 등에 따라 GT 시리즈에는 ‘Titan’, ‘Dominator’를, GE 시리즈에는 ‘Apache’를, GS 시리즈에는 ‘Shadow’, ‘Stealth’, ‘Ghost’,
‘Phantom’을, GP
시리즈에는
‘Leopard’를 병기한다.
5)
피고 사용 표장의 사용태양
피고 사용 표장은 피고 홈페이지나 거래 사이트, 제품이나 포장 등에서 ‘’, ‘’와 같이 ‘단독으로 쓰이지 않고 ‘GE62VR’ 등 모델명 전체로서 일체로 사용되었다(원고 역시 제2차 변론기일에서 ‘APACHE’ 부분만 단독으로 사용된 예는 찾을 수 없었다고 진술하였다). 더욱이 위 사용된 예에서 ‘GE62VR’ 부분과 ‘Apache Pro’ 부분은 동일한 색상으로 이루어져 잘 구별되지 않는다.
다만 피고 노트북 포장(갑 제7호증)에 표시된 표장()을 보면 ‘GE60 2PE’ 부분과 ‘Apache Pro’ 부분이 상단과 하단에 나뉘어 있기는 하나, 을 제21호증의 기재 및 영상에 비추어 보면 위 부분은 ‘’과 같은 포장상자의 측면에 붙어있는 스티커()로 모델명과 원산지, 시리얼 넘버 등을 기재하고 있어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 피고 상품의 출처를 표시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인터넷 쇼핑몰 노트북 부분에서 ‘MSI’ 카테고리 검색을 한 결과 ‘’와 같이 피고뿐 아니라 피고 제품을 판매하는 거래자들도 피고 제품들을 ‘MSI’와 전체 모델명(GE72-6QF Cobra Pro)으로 호칭하고 있고, ‘Cobra’ 단독으로 호칭하고 있지 않으며, 달리 피고 사용 표장만으로 피고 제품을 호칭하고 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전혀 없다.
이에 비추어 보면 일반 거래자 및 수요자들 또한 피고 사용 표장을 이와 결합되어 있는 ‘GE72-6QF’ 등의 표지와 일체로서 피고 제품의 모델명으로 인식하고 있고, 피고 사용 표장만으로 피고 제품을 호칭하거나 그 부분만으로 피고 제품을 타사의 제품과 식별하고 있지는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6)
피고 사용 표장의 상대적인 크기 및 위치
가) 피고의 아파치 시리즈 제품에는 ‘’, ‘’와 같이 가장 눈에 잘 띄는 부분인 노트북 덮개 중앙 부분과 화면 하단 중앙부에 MSI사의 저명한 상표인 ‘MSI’와 로고 ‘’가 표시되어 있어 수요자 및 거래자의 이목을 끈다. 반면 피고 사용 표장은 키보드가 위치한 부분 우측 하단에 ‘’과 같이 표시되어 있어 MSI의 저명한 표장인 ‘MSI’ 부분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또한 ‘’ 부분은 MSI 홈페이지(을 제10호증) 제품소개면에 위 제품이 ‘’과 같이 위 부분이 없는 채로 소개된 점에 비추어 볼 때 접착식 스티커로 붙여진 것으로 보이고, ‘’ 부분 내에서도 피고 사용 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작다.
나) 피고 제품의 포장에도 ‘’과 같이 MSI의 저명한 표장 ‘’이 우측 상단에 표시되어 있고, ‘GE62VR Apache Pro’ 부분은 모두 같은 색으로 전체로서 표현되어 있다.
다) 피고가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게이밍 노트북 시리즈를 홍보하고 있는 페이지를 보면 ‘’과 같이 MSI의 저명한 표장인 msi와 로고 ‘’를 각 노트북 화면에 표시하고 그 아래 부분에 모델명 전체(GE62VR Apache Pro)를 적어 세 가지 노트북을 구분하고 있다. ‘’ 부분은 노트북 액정 부분에 상대적으로 크게 표시된 반면, 모델명 부분은 노트북 아래에 더 작은 글씨로 표현되어 있어 이목을 끄는 부분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 제품의 출처표시로서 기능하는 부분은 위 ‘’ 부분으로 보이고, ‘GE62VR Apache Pro’
부분은 피고 제품들 중 모델을 구별하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라) 피고 사용 표장이 상표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모델명(‘GE62VR’ 등)보다 앞에 사용됨이 일반적일 것인데 맨 뒤에 위치하고 있으며, ‘Pro’라는 단어와 함께 사용된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모델명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다. 원고 주장에 대한 판단
갑 제48, 52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MSI가 2014. 5. 28. ‘’ 상표를 출원하였으나 그 등록이 거절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피고가 피고 사용 표장을 상표로 사용하였다고 추단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자료가 없으며, 오히려 피고 사용 표장은 ‘’와 비교할 때 도형 부분의 유무 등 차이가 있고, 앞서 살핀 바와 같이 피고 사용 표장은 모델명임이 명백한 ‘GE60 2PE’
등의 표지와 일체로서 표시되었을 뿐이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라. 소결
피고 사용 표장은 피고가 판매하는 노트북의 모델명을 설명하기 위하여 사용된 것일 뿐 상품의 출처표시로 사용된 것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가 피고 사용 표장을 상표적으로 사용하여 이 사건 등록상표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등록상표권을 침해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청구는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정회목 변호사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