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2020. 6.
18. 선고 2019나2047941 판결
1.
사실관계
가. 원고는 골프용품 생산 및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고, 피고는 골프공 생산 및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다.
나. 원고는 자신이 생산하는 골프공과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자신의 상호와 ‘vivid'라는 단어를 결합한 상표를 출원하여 등록받았다.
1)
출원일/ 등록일/ 등록번호 : 2013. 2. 15./
2014. 2. 14./ 제*****호
2)
지정상품 : 제28류(골프공 등 18건)
3)
상표 : Volvik
Vivid
다. 원고는 2016. 3.경 무광택 형광색 골프공(이하 ‘이 사건 제품’이라 한다)을 출시하고, 이를 'VIVID' 시리즈라고 명명하였다. 원고는 별지2 사진과 같이 이 사건 제품 포장박스 중앙에 자신의 상호를 큰 글씨로 표기하고 그 아래에 중간 크기 글씨로 ‘VIVID'라고 표기하였다.
라. 피고는 자신이 생산하는 골프공과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자신의 상호 중 일부와 ‘vivid'라는 단어를 결합한 상표를 출원하여 등록받았다.
1)
출원일/ 등록일/ 등록번호 : 2016. 12. 20./
2018. 5. 24./ 제****호
2)
지정상품 : 제28류(골프공 등 20건)
3)
상표 : xperon
vivid
마. 피고는 2018. 3.경 무광택 형광색 골프공을 출시하였다. 피고는 별지3 사진과 같이 위 무광택 형광색 골프공 포장박스 오른쪽 상단에 자신의 상호를 작은 글씨로 표기하고 박스 중앙에 'VIVID'를 큰 글씨로 표기하였다.
2.
원고와 피고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1) 원고가 생산한 무광택 형광색 골프공에 대한 정식 등록상표는 “Volvik Vivid”이나, ‘Volvik' 부분은 원고의 상호를 그대로 붙인 것에 불과한바, 실제 시장에서는 위 무광택 형광색 골프공을 가리켜 ’VIVID BALL', ‘비비드 공’이라는 명칭으로 유통되고 있다. 즉 대소문자, 글자체 및 글자 크기를 불문하고 영어 단어 ‘VIVID'(이하 ’이 사건 표장‘이라 한다)는 원고의 상호 ’Volvik'과 분리되어 독자적으로 이 사건 제품을 식별하는 상품표지이다. 이 사건 제품의 매출액, 판매량, 국내 시장점유율, 홍보비용, 광고ㆍ선전의 강도를 고려하면, 이 사건 표장은 독자적인 식별력을 가지고 국내 일반 수요자 또 는 거래자들에게 널리 알려져 주지성을 획득하였다.
2)
피고의 등록상표 중 ‘vivid’ 부분은 분리관찰․인식이 가능한 요부인데, 이는 이 사건 표장과 동일하다. 즉 피고는 이 사건 표장과 동일한 표장을 사용하여 이 사건 제품과 같은 종류의 상품을 판매하였다.
3)
피고의 행위는 국내에 널리 인식된 원고의 이 사건 표장과 동일한 표장을 사용한 상품을 판매하여 원고의 상품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로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가)목에서 정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
4)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표장을 청구취지 기재와 같이 골프공 또는 골프공의 포장, 라벨, 선전광고물 및 카탈로그에 사용해서는 아니 된다.
나. 피고의 주장
피고는 자신의 등록상표를 정당하게 사용한 것이고 이는 부정경쟁행위가 아니다. 원고가 자신의 상품표지라고 주장하는 이 사건 표장은 ‘선명한, 생생한’이라는 뜻을 가진 형용사로 중학교 또는 고등학교 수준의 쉬운 영어 단어이며, 다양한 업계에 걸쳐 다수에 의해 흔히 사용되는 단어이고, 원고 및 피고가 생산한 골프공 제품과 관련하여 골프공의 색상, 성질, 특징을 직접적으로 표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 사건 표장이 원고가 생산한 제품임을 표시하는 독자적인 식별력을 갖추었다거나 주지성을 획득하였다고 볼 수 없다.
3.
법원의 판단 - 이 사건 표장의 주지성 획득 여부
가. 판단에 필요한 법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가)목에서 타인의 상품임을 표시한 표지가 국내에 널리 인식되었는지 여부는 그 사용기간, 방법, 태양, 사용량, 거래범위 등과 상품거래의 실정 및 사회통념상 객관적으로 널리 알려졌느냐의 여부가 기준이 되고, 단순한 문자나 숫자의 결합으로 이루어졌거나 상품의 성질을 표시한 것에 불과하여 식별력이 없거나 미약한 상표 또는 상품표지가 사용된 결과 국내에 널리 인식되기에 이른 경우에는 원래 독점시킬 수 없는 표지에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므로 그 기준을 엄격하게 해석 적용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도10562 판결).
나. 구체적 판단
1)
원고는 자신의 등록상표 “Volvik Vivid”가 아니라 이 사건 표장, 즉 대소문자, 글자체, 글자 크기를 불문하고 ‘VIVID'라는 영어 단어 자체가 자신의 상품표지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원고가 주장하는 이 사건 표장, 즉 'VIVID’라는 영어 단어가 원고의 상품표지로서 주지성을 획득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2)
살피건대, 갑 제8, 9, 13, 14, 26, 36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2016. 3.경부터 이 사건 변론 종결일 현재까지 약 4년 2개월 동안 별지2 사진과 같이 ‘VIVID’라는 영어 단어를 포장박스 등에 사용하여 이 사건 제품을 생산해온 사실, 이 사건 제품의 국내 판매량은 2016년 약 ***만 개, 2017년 약 ***만 개, 2018년 상반기 약 ***만 개인 사실, 이 사건 제품의 국내외 매출 합계액은 2016년 약 ***억 원, 2017년 약 ***억 원, 2018년 상반기 약 ***억 원인 사실, 원고는 이 사건 제품을 포함한 자사 제품의 국내 광고선전비로 2016년 약 **억 원, 2017년 약 **억 원을 지출한 사실, 원고가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하여 최근 5년간 골프경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는 ’VIVID 골프공‘을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89.3%이고, 이 중 68%가 VIVID 골프공이 원고 제품으로 알고 있다고 응답하였고 21.1%가 피고 제품으로 알고 있다고 응답하였으며 10.5%가 ○○○○ 주식회사 제품이라고 응답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3)
그러나 위 기초사실에서 알 수 있거나,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5, 16, 33, 34호증, 을가 제18 내지 33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표장(VIVID)은 원고의 상품표지로서 독자적인 주지성을 획득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이 사건 표장은 ‘선명한, 생생한’이라는 뜻을 가진 중학교 또는 고등학교 수준의 형용사로서 쉬운 영어 단어이며, 패션 관련 업계에서 색상의 선명함을 강조할 목적으로 흔히 사용되는 단어이다. 따라서 칼라 골프공과 관련하여 ‘VIVID'라는 영어 단어가 사용되는 경우에도 소비자들은 이를 원고의 독점적 상품표지로 인식하기보다는 ’선명한 색상의 골프공‘임을 표시한 것으로 이해할 가능성이 높다. 원고 스스로도 골프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흰색 공과 대비되는 선명한 형광색 공이라는 이 사건 제품의 특징을 강조할 목적으로 자신의 상호와 이 사건 표장을 결합한 상표를 등록하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사건 제품을 소개하는 언론 보도나 원고의 입간판 등 홍보물을 보더라도 ‘생생하고 선명한 색상이 돋보이는 비비드’, ’비비드의 생생한 컬러‘, ’화려한 컬러로 높은 시안성‘과 같은 문구를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상품의 특징을 표시한 것에 불과하여 식별력이 없거나 미약한 상품표지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가)목에서 말하는 타인의 상품표지로 인정하는 것은 원래 독점시킬수 없는 표지에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므로 그 기준을 엄격하게 해석 적용하여야 한다.
② 이 사건 변론 종결일 현재까지 원고가 이 사건 표장을 사용한 기간은 약 4년 2개월로 길다고 보기 어렵고, 특히 피고가 ‘VIVID'라는 영어 단어가 포함된 자신의 등록상표를 사용하기 전까지 원고가 단독으로 이 사건 표장을 사용한 기간은 약 2년에 불과하다.
③ 이 사건 제품의 포장박스는 이 사건 표장보다 원고의 상호가 더 강조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이 사건 제품 표면에도 원고의 상호가 전면에 크게 부각되어 있고, 이 사건 표장은 공 옆면에 작은 글씨로 표기되어 있다.
④ 원고는
‘VIVID'가 주지성을 획득하였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이 사건 제품의 매출, 판매개수, 광고비, 언론보도 등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고 있으나, 이 사건 제품, 포장, 광고, 언론보도 등에서 ‘VIVID'는 원고의 대표 표장으로서 상당한 인지도를 갖고 있던 ’Volvik'과 함께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보여, 이러한 제품, 포장, 광고, 언론보도 등을 접한 수요자들이 ‘VIVID'를 위 대표 표장 ’Volvik‘과는 별개인 원고 회사의 서브브랜드(sub-brand)로서 인식하거나 ‘Volvik
Vivid’의 요부로서 인식하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와 같은 인식이 어렵다고 보는 이상 ‘VIVID'가 주지성을 취득했다고 보는 것은 더욱 어렵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⑤ 원고가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한 설문조사(갑 제36호증의 1, 2)에는 골프공, 상품 포장 등에 ‘VIVID'가 표시되었을 경우 ‘VIVID'가 상표(브랜드)로 인식되는지, 보통ㆍ관용명칭으로 인식되는지, 골프공의 효능ㆍ용도 등의 성질을 표시ㆍ강조한 것으로 인식되는지에 대한 질문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 ’VIVID‘가 골프공에 사용되었을 때 식별표지로서 갖는 본질적인 한계(위 ①항),
VIVID가 골프공, 골프의류, 캐디백 등 골프용품에 다수 사용되고 있는 거래실정[을가 제20, 22, 23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등을 감안하면, 위 설문조사는 위와 같은 질문을 포함하지 않음으로써 'VIVID’가 원고의 상품표지로서 주지성을 획득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근본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위 설문조사 결과는 'VIVID’가 원고의 상품표지로서 주지성을 획득하였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삼기에 부족하다.
다. 종합
따라서 이 사건 표장이 주지성을 획득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이를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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