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법원 2020. 7.
9. 선고 2020고정34 판결
1.
판결의 요지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아파트에 유치권을 행사하던 피고인이, 법원의 판단에 따라 이미 아파트가 피해자에게 인도되었음에도, 자신의 유치권을 이어가려고 아파트의 잠금장치를 파손한 사안에서, 재물손괴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한편, 정당행위 등에 해당한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한 판결입니다.
2.
범죄사실
가. 피고인은 2019. 7. 12. 20:00경 울산 중구 ○○빌리지 301호 문 앞에 이르러, 피해자 정피해(가명)가 설치해 놓은 시가 30만 원 상당의 현관 잠금장치 도어락을 부수어 손괴하였다.
나. 피고인은 2019. 7. 14. 14:00경 위 1항과 같은 장소에서, 위 1항과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 정피해 소유인 시가 30만 원 상당의 현관 잠금장치 도어락을 부수어 손괴하였다.
3.
법원의 판단
가. 위 각 증거에 의하면 아래 사실이 인정된다.
1)
피고인이 유치권을 주장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 장공유(가명)(이하 ‘피해자 등’이라고 한다)는 2011. 4. 1. ○○빌리지를 경매절차에서 매수하여 소유권을 취득하였다. 피해자 등은 윤유치 등을 상대로 유치권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는데, 항소심인 부산고등법원은 2014. 10. 1. 피해자등의 윤유치에 대한 청구를 기각하면서, ○○빌리지의 시공사이자 전소유자인 ◎◎건설 주식회사(이하 ‘◎◎건설’이라고 한다)에 대하여 공사대금채권을 가진 윤유치가 아들인 윤아들(가명)(전입신고 2003. 3. 7., 임대차계약 2008. 9. 20.)을 통해 이 사건 호실을 간접점유함으로써 유치권 취득하였다고 판단하였다(2013나2798).
이후 윤유치가 사망하자 그의 유일 상속인인 윤아들은 윤유치의 공사대금채권을 상속받은 후 자신에게 여전히 이 사건 호실에 대한 유치권이 있음을 전제로 2018. 7. 10. 피고인의 처 김부인(가명)과 사이에, 김부인으로부터 8,000만 원을 지급받으면서 그 대가로 이 사건 호실에 대한 유치권을 이전한다는 내용의 채권양도양수계약서를 작성하고, 피고인은 그 무렵부터 지인 임정자로 하여금 이 사건 호실에 거주하도록 하였다. 한편 위 채권양도양수계약은 ◎◎건설의 권유에 의해 이루어졌는데, ◎◎건설 대표자의 친형인 김대형(가명)은 2018. 10. 11. 이 사건 호실에 전입신고를 하였다.
2)
피해자가 인도집행을 하게 된 경위와 피고인의 도어락 파손
피해자 등은 이 사건 호실을 수년째 인도받지 못하자, 2018. 9. 28. 김대형을 상대로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 결정을 받고(울산지방법원 2018카단2858), 이어 그를 상대로 이 사건 호실의 인도를 구하는 소(2018가단20940, 이하 ‘이 사건 소송’이라고 한다)를 제기하였는데, 울산지방법원은 2019. 5. 15. 피해자 등의 청구를 인용하면서 가집행을 허용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그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그러나 이 사건 소송에서 법원의 김대형에 대한 송달은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이루어졌고, 2019. 6. 5. 김대형이 위 판결에 대해 추완항소를 제기하여 현재 항소심 계속 중이다.
이후 위 제1심 민사판결을 집행권원으로 하여 집행관이 2019. 7. 9. 이 사건 호실에 대한 인도집행을 완료하고, 집행관으로부터 아파트를 인도받은 피해자가 출입문 도어락을 교체하자, 피고인이 2019. 7. 12.경 피해자의 도어락을 파손하고 자신의 도어락을 설치하였다. 이에 건물 관리를 맡고 있던 최관리(가명)가 피고인의 행위를 경찰에 신고하고 피해자가 새로운 도어락을 설치하자, 피고인은 2019. 7. 14. 다시 피해자의 도어락을 파손하였다.
나. 무릇 민법 제209조가 정한 점유자의 자력구제는 점유의 침해가 현장성 내지 추적가능성을 아직 보유하고 있는 경우 실력에 의한 점유의 방위·탈환을 할 수 있는 권리이다. 그러나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해자 등이 법원의 집행을 통해 2019. 7. 9. 이 사건 호실 출입문의 잠금장치를 교체하여 자신의 점유를 확립한 상태였고 그로부터 며칠 경과한 이상, 설령 피고인의 간접점유가 침해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침해의 현장성 내지 추적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점유를 실력에 의하여 탈환한 피고인의 각 행위는 민법이 정한 자력구제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더구나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이 직접 점유자인 임직점(가명)의 남편으로부터 이 사건 소송에 관하여 법원에서 오는 서류를 전달받고 있었고, 위 인도집행이 있기 약 보름 전에도 임직점이 법원으로부터 받은 우편통지서를 전달받았는바, 피고인은 위 호실의 도어락이 법원의 인도집행에 따라 교체된 것이라는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피고인의 각 행위는 자신의 권리보호를 위해 법률상 허용된 행위라거나 제반 사정에 비추어 사회적 상당성이 인정되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
다. 나아가 피고인이 유치권자로서 자력구제가 가능한 경우로 오인하였다고 하더라도 앞서 인정한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는 이 사건 소송 및 인도집행의 경위, 그로부터 경과한 기간, 피고인이 도어락을 교체한 과정, 태양, 방법, 횟수, 이 사건 소송에 관한 피고인의 인식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착오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라. 따라서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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