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7다244115 판결
1.
판결의 요지
피고들은 상장회사인 원고승계참가인(이하 ‘승계참가인’)의 이사와 감사로 근무하였던 자들로, 그 근무기간 동안 한 번도 승계참가인의 이사회를 위한 소집통지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실제 이사회가 개최된 적도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계참가인 이사회에서 거액의 유상증자 안건을 결의한 것으로 이사회 회의록을 작성하고 그 내용을 공시하여 왔음에도 단 한 번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은 점, 특히 위 유상증자대금의 액수가 승계참가인의 자산과 매출액 등에 비추어 볼 때 그 규모가 매우 큰 점, 당시 승계참가인 경영자 甲 등은 위 유상증자대금을 횡령하였고 이로 인해 형사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으며 결국 승계참가인은 상장이 폐지되기에 이른 점, 감사업무와 관련하여 회계감사에 관한 상법상의 감사와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상의 감사인에 의한 감사는 상호 독립적인 것이므로 외부감사인에 의한 감사가 있다고 해서 상법상 감사의 감사의무가 면제되거나 경감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들은 위 횡령 기간 중 승계참가인의 이사 및 감사로 재직하면서 승계참가인의 이사회에 출석하고 상법의 규정에 따른 감사활동을 하는 등 기본적인 직무조차 이행하지 않았고, 甲 등의 전횡과 위법한 직무수행에 관한 감시·감독의무를 지속적으로 소홀히 하였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피고들의 임무 해태와 甲 등의 유상증자대금 횡령으로 인해 승계참가인이 입은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도 충분히 인정된다고 보고, 이와 달리 피고들의 책임을 부정한 원심을 파기한 대법원 판결입니다.
2.
적용 법리 -
주식회사의 이사와 감사로 근무한 피고들에 대하여, 과거 회사의 실제 경영자와 대표이사가 저지른 회사 유상증자대금 횡령 등 범죄행위를 감시하지 못한 임무의 해태가 인정되는 경우
주식회사의 이사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대표이사 및 다른 이사들의 업무집행을 전반적으로 감시할 권한과 책임이 있고, 주식회사의 이사회는 중요한 자산의 처분 및 양도, 대규모 재산의 차입 등 회사의 업무집행사항에 관한 일체의 결정권을 갖는 한편, 이사의 직무집행을 감독할 권한이 있다. 따라서 이사는 이사회의 일원으로서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에 관해 찬부의 의사표시를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사회 참석 및 이사회에서의 의결권 행사를 통해 대표이사 및 다른 이사들의 업무집행을 감시·감독할 의무가 있다. 이러한 의무는 사외이사라거나 비상근이사라고 하여 달리 볼 것이 아니다(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05다51471 판결,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3다76253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주식회사의 감사는 회사의 필요적 상설기관으로서 회계감사를 비롯하여 이사의 업무집행 전반을 감시할 권한을 갖는 등 상법 기타 법령이나 정관에서 정한 권한과 의무가 있다. 감사는 이러한 권한과 의무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이행하여야 하고, 이에 위반하여 그 임무를 해태한 때에는 그로 인하여 회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다68636 판결 등 참조).
3.
법원의 판결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1)
승계참가인은 바이오신약 개발, 제조, 판매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 코스닥 시장 상장회사였다. 소외 1은 승계참가인, 주식회사 큐리어스, 주식회사 스템싸이언스, 주식회사 메카포럼 등 코스닥 상장사들을 차명 지분 등을 통하여 지배하는 일명 ○○그룹의 회장으로서 실질적으로 승계참가인을 운영하였다. 소외 2는 2008. 8. 29.부터 2011. 3. 24.까지 승계참가인의 대표이사로 재직하였다. 소외 3은 소외 1의 지휘 하에 ○○그룹 업무를 총괄하였다.
(2)
승계참가인은 의료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유상증자를 추진하여 2010. 3. 24. 주주들로부터 유상증자대금 23,154,920,740원을 납입받았는데, 소외 1은 2010. 3. 26.경부터 2010. 6. 23.경까지 소외 2, 소외 3 등과 공모하여 수회에 걸쳐 위 유상증자대금 중 합계 127억 1,000만 원을 횡령하였다. 사망한 소외 3을 제외하고 소외 1과 소외 2는 이러한 횡령행위 등으로 인하여 각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횡령)의 유죄를 선고받아 판결이 확정되었다.
(3)
승계참가인은 소외 1 등의 승계참가인에 대한 횡령행위 등과 관련하여 2012. 8. 23. 상장폐지되어 현재는 비상장회사이다. 피고 1 등은 구체적 재직기간은 다르나 위 횡령행위 기간 중 승계참가인의 이사 또는 대표이사 및 감사로 재직하였다(피고 1, 피고 2, 피고 3, 피고 4, 피고 5는 2008.경부터 2012.경까지 승계참가인의 이사 또는 대표이사였고, 피고 10은 2009. 3. 20.부터 2012. 8. 31.까지 승계참가인의 감사였다). 승계참가인의 이사회는 실제로 소집된 적이 없고 피고 1 등에게 이사회 소집통지가 이루어진 적도 없다. 외관상 작성되어 있는 승계참가인의 이사회의사록은 피고 1 등이 직접 출석하여 인장을 날인한 것이 아니다.
나. 원심은 위 사실관계를 토대로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 1 등이 이사 및 감사로서 법령․정관 위반행위를 하였다거나, 임무를 게을리하였다거나 또는 위와 같은 위반행위 등으로 인해 승계참가인에게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승계참가인은 상장회사였고, 피고 1 등은 수년간 승계참가인의 이사 및 감사로서 재직하였는데, 피고 1 등이 재직하는 기간 동안 한 번도 승계참가인의 이사회를 위한 소집통지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실제로도 이사회가 개최된 적이 없다.
(2)
그런데도 승계참가인은 상장회사로서 이사회를 통해 주주총회 소집, 재무제표 승인을 비롯하여 소외 1 등이 횡령한 유상증자대금과 관련된 유상증자 안건까지 결의한 것으로 이사회 회의록을 작성하고, 그와 같은 내용을 계속하여 공시하였다. 이는 명백한 허위 기재로서 누구보다도 이사회에 참석한 바 없는 피고 1 등 스스로가 그 내용이 허위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수년간 이러한 허위 사실이 공시되어 왔음에도 피고 1 등은 한 번도 그 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3)
특히 위 유상증자대금 약 231억 원은 승계참가인의 자산과 매출액 등에 비추어 볼 때 그 규모가 매우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 1 등은 위와 같은 대규모의 유상증자가 어떻게 결의되었는지, 결의 이후 그 대금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등에 관하여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유상증자대금 중 상당액이 애초 신고된 사용목적과 달리 사용되었다는 공시가 이루어졌음에도 아무런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4)
또한 감사업무와 관련하여 회계감사에 관한 상법상의 감사와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상의 감사인에 의한 감사는 일부 중복되는 면이 있기는 하나 상호 독립적인 것이므로 외부감사인에 의한 감사가 있다고 해서 상법상 감사의 감사의무가 면제되거나 경감되지 않는다.
(5)
따라서 피고 1 등은 승계참가인의 이사 및 감사로서 이사회에 출석하고 상법의 규정에 따른 감사활동을 하는 등 기본적인 직무조차 이행하지 않았고, 소외 1 등의 전횡과 위법한 직무수행에 관한 감시․감독의무를 지속적으로 소홀히 하였다. 이러한 피고 1 등의 임무 해태와 소외 1 등이 유상증자대금을 횡령함으로써 승계참가인이 입은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도 충분히 인정된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 1 등의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상법상 이사 및 감사의 주의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승계참가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정회목 변호사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