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21일 토요일

[하도급분쟁 법인격남용] 기존회사가 채무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달성을 위해 회사제도를 남용하는 경우


대법원 2019. 12. 13. 선고 2017271643 판결

1. 판결의 요지

공사 하도급업자인 원고 甲과 재하도급업자들인 나머지 원고들이 사이의 채권 양수 등을 원인으로 하여 원래 건축주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건물 건축주 명의가 판결에 기하여 원래 건축주인 A회사에서 소외인으로 변경되고 다시 피고가 소외인으로부터 건축주 명의를 양수한 사안에서, 정당한 소외인이 중간에 개입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회사제도 남용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없고, 이러한 경우에도 소외인으로부터 피고에게 건축주 지위가 이전되는 과정에서 A회사가 차용한 자금이 사용되는 A회사의 자산이 정당한 대가 없이 이전되거나 유용되었다면, A회사의 채무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달성을 위해 피고를 이용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한 것으로 있으므로, A회사의 채권자인 원고들이 피고에 대해서도 채무의 이행을 구할 있다고 여지가 있다고 하여, 이와 달리 피고의 책임을 부정한 원심을 파기한 판결입니다.

2. 적용 법리 - 공사 하도급업자인 원고 甲과 재하도급업자들인 나머지 원고들이, 해당 건물의 건축주명의를 양수한 피고를 상대로 공사대금지급을 구하는 경우, 회사제도 남용 여부가 다투어지는 사안

기존회사가 채무를 면탈할 의도로 기업의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신설회사를 설립한 경우 이는 기존회사의 채무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한 것에 해당한다. 기존회사의 채권자에 대하여 회사가 별개의 법인격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되지 않는다. 기존회사의 채권자는 회사 어느 쪽에 대해서도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있다(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266892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어느 회사가 이미 설립되어 있는 다른 회사 가운데 기업의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회사를 채무를 면탈할 의도로 이용한 경우에도 적용된다. 여기에서 기존회사의 채무를 면탈할 의도로 다른 회사의 법인격을 이용하였는지는 기존회사의 폐업 당시 경영상태나 자산상황, 기존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유용된 자산의 유무와 정도, 기존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자산이 이전된 경우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는지 여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624438 판결,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094472 판결 참조).

이때 기존회사의 자산이 기업의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다른 회사로 바로 이전되지 않고, 기존회사에 정당한 대가를 지급한 3자에게 이전되었다가 다시 다른 회사로 이전되었다고 하더라도, 다른 회사가 3자로부터 자산을 이전받는 대가로 기존회사의 다른 자산을 이용하고도 기존회사에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았다면, 이는 기존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직접 자산이 유용되거나 정당한 대가 없이 자산이 이전된 경우와 다르지 않다. 이러한 경우에도 기존회사의 채무를 면탈할 의도나 목적, 기존회사의 경영상태, 자산상황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한 것으로 판단된다면, 기존회사의 채권자는 다른 회사에 채무이행을 청구할 있다.

3. 법원의 판결

.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있다.
(1) 이앤드비는 2011. 8. 주식회사 부강의 명의를 차용한 원고 4에게 사건 건물의 신축공사를 도급하였고, 원고 4 원고 1에게 목공공사를, 원고 일엔지니어링 주식회사에 데크공사를, 원고 3에게 비계공사를 각각 하도급하였다.
(2) 원고 1, 원고 일엔지니어링 주식회사, 원고 3 다른 하수급인들이 함께 사건 건물의 신축공사를 진행하던 중인 2012. 3. 2. 주식회사 부강과 원고 4 모두 부도가 나서 공사가 중단되었다.
(3) 한편 소외인은 2006. 9. 27. 부동산 개발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하는 이앤드비를 설립하여 실질적으로 운영하였고, 2011. 7. 18.에는 부동산 개발업 등을 사업목적으로하는 피고를 설립하여 실질적으로 운영하였다. 피고는 2012. 1. 1.부터 2016. 8. 31.까지 재산세, 법인세 납부내역이 전혀 없다.
(4) 원고 4 이앤드비 사이의 도급계약 체결 당시 사건 건물의 건축주는 이앤드비와 주식회사 윤영개발이었다. 주식회사 지엠랜드대부(이하지엠랜드 한다) 이앤드비가 작성해 각서를 기초로 이앤드비를 상대로 건축주 명의변경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승소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2012. 4. 30. 지엠랜드와 주식회사 윤영개발로 건축주 명의가 변경되었다. 이후 사건 건물의 건축주 명의는 2012. 11. 1. 피고와 주식회사 윤영개발로, 2012. 11. 22. 피고로 각각 변경되었다.
(5) 원고 4 2015. 2. 5. 이앤드비에 대한 자신의 공사대금채권 42,359,000원을 원고 1에게, 185,000,000원을 원고 일엔지니어링 주식회사에, 65,000,000원을 원고 3에게 각각 양도하였다.

. 원심은 사실관계를 토대로 다음과 같이 판단하여 이앤드비의 채무를 면탈할 의도로 피고의 법인격이 남용되었다고 전제한 원고들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소외인이 이앤드비와 피고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었고, 이앤드비는 사건 건물의 건축주 지위 외에는 별다른 자산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나, 지엠랜드는 소외인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었던 회사라고 증거가 없다. 2012. 4. 30. 사건 건물의 건축주가 이앤드비에서 지엠랜드로 변경된 것은 이앤드비가 지엠랜드로부터 차용한 돈을 변제하지 못하여 각서를 기초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일 이앤드비가 아무런 대가 없이 지엠랜드에 건축주 지위를 양도한 것으로 없다. 따라서 사건 건물의 건축주가 위와 같이 변경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소외인이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피고를 이용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회사제도 남용의 법리에 따라 피고가 이앤드비의 원고들에 대한 공사대금채무를 부담한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 그러나 위에서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받아들일 없다. 이앤드비와 피고는 설립목적과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회사이다. 이앤드비의 유일한 자산은 사건 건물의 건축주 지위였는데, 확정판결에 따라 건축주 지위가 지엠랜드에 이전되었다가 다시 피고에게 이전되었다. 그런데 피고는 지엠랜드로부터 사건 건물의 건축주 지위를 양수할 무렵 별다른 자산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앤드비와 마찬가지로 소외인이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이앤드비로부터 지엠랜드에 사건 건물의 건축주 지위가 이전된 것이 지엠랜드의 정당한 권원에 기초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후 지엠랜드로부터 피고에게 다시 사건 건물의 건축주 지위가 이전되는 과정에서 이앤드비가 차용한 자금이 사용되는 이앤드비의 자산이 정당한 대가 없이 이전되었거나 유용되었다면, 이앤드비의 채무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피고를 이용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한 것으로 볼수 있다. 따라서 이앤드비의 채권자는 이앤드비뿐만 아니라 피고에 대해서도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있다고 여지가 있다.

. 그런데도 원심은 지엠랜드가 소외인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었던 회사가 아니고, 이앤드비가 아무런 대가 없이 지엠랜드에 사건 건물의 건축주 지위를 양도한 것으로 없다는 이유만으로, 채무면탈의 목적으로 피고를 이용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지엠랜드로부터 피고에게 건축주 지위가 이전되는 과정에서 이앤드비의 자산이 정당한 대가 없이 이전되었거나 유용되었는지 여부 등을 심리하지 않은 원고들의 부분 청구를 배척하였다. 원심 판단에는 법인격 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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