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2013. 7. 11. 선고2012가합522440 판결
1.
타인의 상품형태를 모방하여 판매한 행위에 대한 분쟁 및 법원 판결
원고와 피고는 모두 컴퓨터 및 주변기기 또는 관련 용품을 제조 또는 판매하는 사업자입니다. 문제된 상품은 컴퓨터 모니터 받침대입니다. 구체적 형상과 모양은 첨부된 판결문에 사진으로 첨부되어 있습니다. 원고와 피고의 제품들의 형상 및 모양을 비교하면 i) 컴퓨터 모니터 등을 올려 놓을 수 있는 구성요소로서 그 재질이 5mm 두께의 강화유리로 이루어지고 그 형상이 사각형의 판 형상으로 이루어진 유리판과 ii) 위 유리판의 양 끝단에 수직 방향으로 하나씩 결합되어 위 유리판을 지지함과 동시에 위 유리판과 바닥 사이에 키보드가 수납될 수 있는 공간을 형성하는 구성요소로서 그 재질이 ABS(Acrylonitrile Butadiene
Styrene) 수지로 이루어지고 그 형상은 내부에 중공이 형성되어 전체적으로는 링 형상으로 이루어진 지지대로 구성되어 있고, iii) 이 사건 원고 제3, 4제품과 이 사건 피고 제3, 4제품은 모두 하나의 지지대 하부에 3개의 USB 포트가 나란히 형성되어 있습니다. 다만 iv) 이 사건 원고 제품들은 위 지지대의 형상이 각 모서리가 라운드 처리된 직사각형의 형상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반하여 이 사건 피고 제품들은 위 지지대의 형상이 가운데는 오목하고 바깥 쪽은 볼록한 이른바 ‘누운 8자’ 형상으로 굴곡 처리된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법원은 모서리가 라운드 처리된 직사각형 형상의 제품을 누운 8자 형상으로 굴곡 처리하는 정도의 변경이 어렵다거나 그 반경으로 인하여 제품의 전체적인 형태가 크게 달라졌다거나 제품의 디자인에 차별적인 특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는바, 이 사건 원고 제품들과 이 사건 피고 제품들은 그 전체적인 형상 및 모양이 극히 유사하다고 보았습니다.
색채 및 광택에 관하여서 이 사건 원고 제1, 3제품과 이 사건 피고 제1, 3제품의 지지대는 모두 백색, 이 사건 원고 제2, 4제품과 이 사건 피고 제2, 4제품의 지지대는 모두 흑색이어서 그 색채가 같은 데다가 그 재질도 ABS 수지로 서로 동일하여 같은 광택을 가지고 있고, 또한 이 사건 원고 제품들과 이 사건 피고 제품들의 유리판은 모두 투명한 유리 그 자체의 색채와 광택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 사건 원고 제품들과 이 사건 피고 제품들은 각 구성 부분(지지대, 유리판)의 색채 및 광택뿐만 아니라 제품 전체로서의 배색의 조화도 매우 유사하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법원은 제품 발매 시기 등으로 보아 피고의 모방의사 및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하여 피고상품은 원고제품의 상품형태를 모방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2.
디자인 등록이 없어도 부정경쟁방지법상 보호대상
부경법 제2조 제1호 자목 부정경쟁행위
타인이 제작한 상품의 형태(형상·모양·색채·광택 또는 이들을 결합한 것을 말하며, 시제품 또는 상품소개서상의 형태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를 모방한 상품을 양도·대여 또는 이를 위한 전시를 하거나 수입·수출하는 행위. 다만, 다음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는 제외한다.
(1)
상품의 시제품 제작 등 상품의 형태가 갖추어진 날부터 3년이 지난 상품의 형태를 모방한 상품을 양도·대여 또는 이를 위한 전시를 하거나 수입·수출하는 행위
(2)
타인이 제작한 상품과 동종의 상품(동종의 상품이 없는 경우에는 그 상품과 기능 및 효용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품을 말한다)이 통상적으로 가지는 형태를 모방한 상품을 양도·대여 또는 이를 위한 전시를 하거나 수입·수출하는 행위
3.
피고의 손해배상 책임 및 손해배상액 산정의 문제
가.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제1항의 적용 여부
원고는 피고가 2010. 9.부터 2012. 12.까지 이 사건 피고 제품들을 판매한 수량은 약 327,513개이고, 이 사건 원고 제품들의 단위수량당 이익액은 8,406.8원이므로 손해액은 2,753,336,288원(=327,513개 x 8,406.8원)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즉, 약27억5천만원에 이르는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가 2010. 9.부터 2012. 12.까지 이 사건 피고 제품들을 327,513개를 판매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단위수량당 이익액도 원고 제품의 도매가에서 생산원가만을 뺀 금액으로서 영업비나 관리비 등이 포함되어 있어 이를 순수한 단위수량당 이익액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아,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제1항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제5항 적용
그 다음 법원은 곧바로 다음과 같은 제5항의 재량에 의한 손해액 산정으로 넘어갔습니다. 부경법제14조의2 제5항 – “법원은 부정경쟁행위, 제3조의2제1항이나 제2항을 위반한 행위 또는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관한 소송에서 손해가 발생된 것은 인정되나 그 손해액을 입증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해당 사실의 성질상 극히 곤란한 경우에는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기초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
법원은 먼저 i) 이 사건 원고 제1, 2제품의 도매가는 13,000원, 생산비용은 6,818.5원, 이 사건 원고 제3, 4제품의 도매가는 20,500원, 생산비용은 9,868원이므로, 이 사건 원고 제1, 2제품의 단위수량당 이익액은 최대 6,181.5원이고, 제3, 4제품은 최대 10,632원이며, 이를 평균하면 최대 8,406원인 점, ii) 위 8,406원에는 이 사건 원고 제품들의 판매를 위한 영업미, 관리비, 광고비 등이 포함되어 있는 점, iii) 피고가 2010. 9.경부터 2012. 4.경까지 이 사건 피고 제품들은 37,975개 판매하여 446,035,598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주장하나, 피고가 부천세무서에 신고한 같은 기간의 매출액 3,691,611,749원의 12%에 불과하므로 피고의 실제 판매량은 더 많은 제품을 판매한 것으로 보이는 점(피고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이 사건 피고 제품들의 판매 비중은 63%에 달함) 등의 사실을 인정하였습니다.
법원은 위의 인정 사실에 의하며 2009. 5.경부터 2012. 4.경까지 3년간 입은 손해액에 대하여, 단위수량당 이익액을 앞서 본 최대 단위수량당 이익액의 평균인 8,406원의 약 40% 상당액인 3,500원으로 보고 판매수량은 피고가 주장하는 37,975개보다 많은 약 5만개로 보아, 원고의 손해액을 1억7,500만원(= 3,500원 x 5만개)로 정하였습니다.
4.
손해액 산정에서의 시사점
법원이 손해배상액 산정시 가장 자주 적용하는 법조는 위 제5항입니다. 즉, 손해액 산정을 법원 재량으로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상품 하나의 수익을 증거로 산출된 이익 평균값의 약 40%에 해당하는 액수로 하고, 수량도 침해자 주장의 수량보다는 많지만 원고가 판매수량으로 주장한 수량의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값을 판매수량으로 정하여, 양자를 곱한 값을 원고 손해액으로 판결하였습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재판부의 판단을 뒷받침하는 어떤 객관적 근거나 증거도 없다는 점입니다. 지식재산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생각합니다. 결국 실무적으로는 이와 같은 소송상 문제점과 판결의 경향을 충분히 감안하여 재판부 심증형성에 도움이 될 정황 증거를 빠짐없이 제출하고 재판부를 충분히 설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할 것입니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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