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2012. 5. 16.자 2011라1853 결정
1. 사실관계
많은 중소기업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시스템반도체 기업들은 연구개발자가 설계한 반도체 설계 및 레이아웃이 바로 판매 제품(IP)과 마찬가지이므로 무엇보다도 우수한 연구개발자를 양성 또는 채용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사안에서 A회사는 반도체 집적회로 제조, 반도체 설계, 반도체 레이아웃 등을 목적으로 설립되었고 시스템반도체를
개발하여 삼성전자 등의 용역을 수행하거나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회사입니다. A회사는
아래와 같이 우수한 인재를 미리 확보하기 위하여 재학 중이 대학원생 B에게 교육실습 및 연구개발 기회와
함께 지원금도 지급하였습니다.
A회사는 2008. 5. 15. 광운대학교와 2008. 6. 16.부터 2010. 12. 31.까지를 기간으로
하여 고용계약형 소프트웨어 석사과정 지원사업 협약(‘이 사건 협약’)을
체결하였고, 이에 따라 A회사는 2008. 6. 26. 1,600만원, 2009. 2. 1. 1,200만원, 2010. 2. 26. 800만원을 광운대학교에 지급하였고, 광운대학교
석사과정 학생이었던 B는 2008. 10. 2. 이
사건 협약에 따라 졸업 후 A회사에 최소 3년 동안 근무하기로
약정하였고 광운대학교로부터 2년동안 29,991,000원을
받았습니다.
B는 2010. 9. 1. A회사에
입사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퇴사 후 1년 동안 동종업종에 대한 전직을 금지하는 것을 포함하는 영업비밀
등 보호계약(‘이 사건 전직금지약정’)도 체결하였습니다. 그런데 B는 A회사에서
시스템반도체 레이아웃 중 BACKEND 업무를 담당하던 중 2011.
5.경 삼성전자에 지원하여 2011. 6. 30. A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A회사는 2011. 7. 1. B를 퇴직처리하였습니다.
2. 법원의 판단
전직금지 청구가 인용되기 위하여는 전직금지 약정과 함께 보호할 가치가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 있어야 합니다. 이에는 부정경쟁방지법 상의
영업비밀뿐만 아니라 그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였더라도 당해 사용자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로써 근로자와 이를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이거나 고객관계나 영업상의 신용 유지도 해당합니다.
법원은 회로배치 공정은 시행착오가 많아 검토와 보완의 효율성이 중요하고, 특히 FRONTEND CHECKLIST, BACKEND CHECKLIST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A회사가 만들게 된 것이고, B는 각종 사내 교육, 세미나, 간담회와 사내 컴퓨터 망에 보관된 파일 등을 통하여 그
내용을 알 수 있는 지위에 있었고 회로배치 업무에 투입되어 5개월 간
BACKEND 업무에 종사하였으므로, 위와 같은 정보는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을 통하여 유출되지
않도록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또한 필수적인 요건은 아니지만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전직금지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법원은 이 사건 협약에 따라 A회사가 광운대학교에 3,600만원을 지원하였고, B에게 29,991,000원이 전달되었으므로 1년 동안 전직을 금지하는 대가는 지급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이 사건 전직금지 약정은 유효하다고 보았고 B에게 퇴직일인 2011. 7. 1.부터 1년이 되는 2012. 6. 30.까지 삼성전자에 취업하여 근무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3. 시사점
A회사에서 B가 맡고 있던 BACKEND 업무는 FRONTEND 팀에서 HDL등으로 시스템을 설계하고 이를 게이트레벨로 합성한 후에 이를 실제 반도체칩으로 만들기 위하여 각 구성 셀을
배치하고 연결하여(Placement and Routing) 레이아웃을 생성하는 것입니다. 이는 반도체칩을 생산하는 파운드리의 공정기술에 의한 디자인규칙과 연결선 길이에 따른 타이밍 제한 조건 등을
만족시켜야 하는 등 설계툴로 합성된 시스템을 실제 물리적인 반도체칩으로 연결하는 중요한 작업입니다.
이러한 회로배치 공정은 칩을 생산하는 파운드리에 따라 시행착오가 많고 FRONTEND에서 BACKEND의 각 단계가 진행 될수록 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하기 때문에 검토와 보완의 효율성이 중요하고 그러한 결과의 집약체인 FRONTEND CHECKLIST와 BACKEND CHECKLIST의
중요성을 인정된 것입니다. 특히 A회사의 파운드리는 삼성전자이므로 B가 삼성전자에 취업하게 되면 이러한 정보를 바로 이용할 수 있고 삼성전자에 노출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법원은 위와 같은 정보가 사용자에게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본 것입니다.
시스템반도체 업계는 여러 판매처가 있겠지만, 가장 많은 수요는 시스템반도체를 이용하여 가전제품, 휴대폰, 다른 시스템반도체 등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대기업일 것입니다. 위 사안에서는 A회사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를 사용하고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업체로 A회사의
기술자료가 삼성전자에 넘어가게 되어 삼성전자가 독자적으로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되면 A회사는 삼성전자에
대하여 비교우위 기술이 없게 되어 회사의 존립까지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위 결정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입사로부터는 10개월, 해당 업무를 맡은 후 5개월에 불과한 신입사원에 대한 1년 간의 전직금지를 인정한 것인바, 물론 보상이 따라야 하겠지만
보다 중요한 연구자에게는 전직금지 기간을 확대 적용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B는 2008. 10. 2. 이 사건 협약에 따라 졸업 후 A회사에 최소 3년 동안 근무하기로 약정한 후에 2년동안 29,991,000원을 받았으므로, A회사에서 B의 퇴사를 인정하지 않고 법원에 입사후 3년 또는 퇴직후 1년 중 더 나중에 도래하는 기간까지 전직금지를
청구하였다면 1년 이상의 상당한 기간을 인정받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보입니다.
또한 B는 처음부터 A회사가
아닌 삼성전자에 취업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경우에 A회사는
B의 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지 문제가 됩니다. 취업을 막는
금지청구 또는 가처분 신청은 먼저 보호할 가치가 있는 사용자의 이익과 같이 B가 A회사의 중요한 정보 내지는 자산을 취득 사용할 개연성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B가 A회사의 취업 전인 대학원생
시절에 이미 A회사의 업무에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고 위 사안과 같은 A회사의 중요한 정보에 접근이 가능했다는 등의 요건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경우에는 전직금지 약정이 없더라도 3년 근무 약정만으로도 전직금지
등을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건 결정은 A회사와 같은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기업이 미리 인재를 확보하고
대기업으로의 이직을 견제하여 대기업에 대하여 비교우위에 설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데에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일방적으로 사용자에 유리한 계약은 불공정 시비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사용자와 근로자가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공평한 계약이 필요할 것입니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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