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 2018. 11.
9. 선고 2017가합110787 판결
1. 사실관계
가. 원고는 신용위험평가분석 · 신용위험관리 ·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등 전자상거래 관련 기술자문,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유통과 수출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나. 피고는 2003. 1. 14. 컨설팅 본부의 이사로 원고에 입사하여 2009. 9. 13.까지 재직하였고, 2013. 10. 14. 재입사하여 컨설팅 본부의 상무이사 겸 최고정보보호책임자로 재직하다가, 2017. 4. 28. 사직하였으며, 2017. 6. 1. 소프트웨어 솔루션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엠씨아이엑스페리온 주식회사(‘이 사건 경쟁회사’)에 입사하였다.
다. 원고와 피고가 체결한 연봉계약서, 피고가 사직한 2017. 4. 28. 작성한 서약서, 영업비밀유지 서약서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15 년 작성
연봉계약서
7.
비밀유지 및 손해배상
(1)
“을”(피고)은 재직 중 또는 퇴직 후 “갑”(원고) 또는 “갑”의 파트너사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업에 관여할 수 없으며, “갑”의 동의가 없는 한 “갑”의 영업과 관련된 타 회사의 임직원이 될 수 없다.
(2)
“을”은 업무마 관련하여 지즉한 “갑” 또는 “갑”의 협력사 및 고객사의 사업상의 비밀정보, know-how 등을 임의로 보유하거나 활용할 수 없으며, 일 위반할 시에는 모든 인사상 처분을 수용하고 민, 형사상의 책임을 진다. 임의로 활용된 정보가 비공식적 경로를 통한 단순 참고 목적이거나 활용된 정보로 인해 직접적인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면책되지 아니한다.
|
서약서
1.
C 관련 자료, 소프트웨어 및 기타 관련 사항 일체
본인(피고)이 취득한 C의 자료는 본인이 원고의 직원으로서 취득한 자료이며 업무상 외의 목적으로는 활용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본인은 제반 자료에 대해 고용 기간 중 회사의 허락 없이 어떤 정보도 회사 외부로 유출한 사실이 없으며, 본항의 자료에 대해 사직일을 기준으로 보유자료 일체를 회사에 반납 또는 삭제하고 자료의 중요성의 경중을 떠나 어떠한 내용에 대해서도 향후 보유하지 않을 것임과 보안을 유지 것임을 확인합니다. 기타 협력사 정보도 본항을 준용합니다.
2.
관련 자료, 소트프웨어 및 기타 관련 사항 일체
본인이 취득한 경영계획, 프로젝트 관련 자료, 작업 산출물 및 기타 일체의 자료는 직원의 자격으로 취득한 자료이며 업무상 외의 목적으로는 활용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본인은 제반 자료에 대해 고용 기간 중 회사의 허락 없이 어떤 정보도 회사 외부로 유출한 사실이 없으며, 본 항의 자료에 대해 사직일을 기준으로 보유자료 일체를 회사에 반납 또는 삭제하고 자료의 중요성의 경중을 떠나 어떠한 내용에 대해서도 향후 보유하지 않을 것임과 보안을 유지할 것임을 확인합니다.
3.
고객사 관련 자료, 소프트웨어 및 기타 관련 사항 일체
본인이 취득한 고객사의 각종 자료 및 데이터는 본인이 직원의 자격으로 취득한 자료이며 업무상 외의 목적으로는 활용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본인은 제반 자료에 대해 고용기간 중 회사의 허락 없이 어떤 정보도 회사 외부로 유출 한 사실이 없으며, 본 항의 자료에 대해 사직일을 기준으로 보유자료 일체를 회사에 반납 또는 삭제하고 자료의 중요성의 경중을 떠나 어떠한 내용에 대해서도 향후 보윻지 않을 것임과 보안을 유지할 것임을 확인합니다.
|
영업비밀유지 서약서
본인(피고)은 퇴직 후 귀사의 영업비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준수할 것을 엄숙히 서약합니다.
1.
재직기간 중 지득한 회사의 영업비밀을 퇴직 후 회사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유출 또는 공개하지 않으며 부정한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2.
회사 재직 시 지득한 영업비밀을 가지고 창업을 하거나 경쟁회사에 전직 또는 동업을 하지 않겠습니다.
|
2. 전직금지 약정의
효력 유무에
대한 법원의
판단
가. 관련 법리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경업금지약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하며, 이와 같은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에 관한 판단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 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말하는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라 함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 정한 ‘영업비밀’뿐만 아니라 그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였더라도 당해 사용자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로서 근로자와 이를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이거나 고객관계나 영업상의 신용의 유지도 이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은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1)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피고는 재입사 후 최고정보보호책임자로 근무하였고, 피고가 사용한 PC에 하나카드 제안서 취합본, 제안서, 견적서, 계약서, 파트너사인 C 관련 자료(‘이 사건 각 정보’) 등이 들어 있는 사실은 있다. 그러나 이 사건 각 정보 중 C 관련 자료는 이미 동종업계 전반에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던 것으로, 설령 일부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지 않은 정보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입수하는데 그다지 많은 비용과 노력을 요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견적서, 제안서, 계약서가 피고가 사용한 PC에 보관되어 있었음은 인정되나 위 각 정보가 저장된 파일, 문서들을 그 팀내에서 작성된 다른 파일, 문서들과 구별하여 특정한 장소에 비밀로 표시하여 분류, 관리하였다거나 그에 이르지 않더라도 암호를 걸어두어 피고 등 일정한 직급 이상의 임직원들만 접근하도록 통제함으로써 일정한 권한을 가진 자 외에는 그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등의 방법으로 판리하였다고 보이지 않는다. 피고가 현재 이 사건 각 정보를 문서 혹은 파일 등의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으므로 그 업무처리 과정에서 이 사건 각 정보의 대략적인 내용만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어 이를 머리 속에 기억하고 있을 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사건 각 정보의 내용과 양, 그 구체성의 정도, 경제적 가치, 업무담당자의 경험, 능력 등에 의존하는 경향이 큰 신용솔루션 분야와 특성과 그 밖에 원고는 그가 시행하고 있는 인적, 물적 조직의 관리방법, 노하우, 판매영업전략 등이 다른 동종업체와 구별되는 장점을 가진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는 점을 더하면, 이 사건 각 정보는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에 의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거나 그 보호가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에 해당한다.
2)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피고는 퇴사 전 약 3년간 최고정보보호책임자로 근무하였고, 상무이사로서 원고가 추진하는 업무 대부분에 결재권자로서 서명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앞서 보았듯 이 사건 각 정보가 보호자치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만이 가진 보호할 가치가 있는 정보에 접근하여 이를 이 사건 경쟁회사로 반출하였다거나 활용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으며, 오히려 원고의 대표자가 피고에 대하여 평가한 업적부문평정을 보면, 피고가 최고정보보호책임자로서 정보의 통합, 보안, 활용의 체계를 구축하지 못하였음을 지적한 바 있다.
3)
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전직금지약정의 특성상 전직금지의 대상이 되는 직종, 지역 등을 다소 추상적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고 하지만, 이 사건 전직금지 약정을 살펴보면 ‘원고의 영업과 관련된 타 회사’, ‘경쟁회사’라고만 표현하고 있어 피고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높다(피고는 이 사건 경쟁회사가 원고와 경쟁 관계에 있는 동종업체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또한 피고의 전직이 제한되는 기간, 지역적 범위에 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다만 원고는 사직 후 2년 동안의 전직금지를 구하고 있다).
4)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피고는 2009년 9월경 퇴직할 당시 6,600만원의 연봉을 받았고, 그로부터 4년 후 재입사한 2013년 10월경 퇴직 전 연봉에서 600만원이 인상된 7,200만 원의 연봉을 지급받기로 하였으며, 2017년 4월 사직할 때까지 그 연봉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그러나 위와 갈이 인상된 연봉이 다른 근로자에게 지급된 연봉 수준과 비교할 때 특별히 전직금지에 대한 대가를 추가로 지급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피고는 신용솔루션 업무 분야에서 약 15년간 근무하였는데 원고에 재입사하면서 전직금지에 대한 대가로서 재직 중 급여 외 추가로 보상을 받았다거나 사직 후 기한의 정함 없이 전직이 금지된데 대한 보상을 받았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
5)
근로자의 퇴직 경위
피고는 2017. 2. 28. 원고의 대표자에게 3월 중 사직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고, 원고의 대표자는 사직에 대한 아쉬움을 표시하면서 기존에 맡은 업무를 마치고 인수인계를 위해 사직 시기를 조율하도톡 요청하였다. 이후 원고의 대표자는 D, E에게 피고로부터 인수인계를 받도록 지시하였고, 피고의 사직 시기를 4월말 또는 5월말로 하는 방안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피고는 2017년 4월말 업무 인수인계를 마치고 앞서 보았듯 서약서와 영업비밀유지 서약서를 각 작성한바, 원고의 대표자와 피고 사이에 사직 시기를 2017. 4. 28.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보인다. 특별히 피고의 퇴직 과정에서 피고의 귀책사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경쟁회사로 이직할 목적으로 퇴직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6)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쉽게 다른 직종으로 전직할 수 있는 기술이나 지식을 갖지 못한 피용자 등은 종전의 직장 등에서 습득한 기술이나 지식을 이용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할 경우 그 생계에 상당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은 사실상 피고가 동종 업계에 종사할 수 없도록 하여 피고에게 주는 부담이 상당이 크다.
다. 소결론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받아들이지 않는다(설령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이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은 원고가 사용자로서 가지는 이익의 보호가치의 정도, 전직금지에 대한 대가가 지급되지 않은 점, 전직금지로 인해 피고가 입는 생활상 불이익 등을 고려하면, 제한기간은 1년을 봄이 타당하고, 이 사건 변론종결일 현재 피고가 퇴직한 때로부터 1년이 경과하였음은 명백하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도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정회목 변호사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