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방법원 2017. 11.
23. 선고 2016노3479 판결
피고인은 명의신탁으로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자 그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하면서 위조된 각서를 재판부에 제출하여 승소판결을 받으려 하였으나 각서 명의인이 위조를 다투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는 사기미수죄 등으로 기소되었습니다. 이에 대하여 1심에서는 피고인에게 사기미수죄를 인정하였으나, 항소심에서는 소송사기죄에서 말하는 소송에 행정소송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하여 무죄판결을 한 사안입니다.
1. 사실관계
피고인은 2013. 7. 내지 9.경 김해시 T에 있는 피고인의 집에서 아들 U으로 하여금 워드프로세서로 ‘각서, 김해시 H(답 4,438㎡), J(답
2,672㎡),
M(답
2,433㎡) 번지상 부동산 매매 건에 대하여 발생하는 양도소득세 등 모든 비용을 각서인(F)이 부담(납부)하겠음을 확약합니다. 2013. 07. 12. 위 각서인 F(인) A 귀하’라고 기재한 용지를 출력하게 한 후 위 각서를 E에게 교부하면서 각서에 임의로 F의 도장을 찍어올 것을 지시하고, E는 G 사무실에서 F의 승낙을 받지 아니한 채 경리직원인 V로부터 F의 도장을 받아 위 각서의 F 이름 옆에 F의 도장을 날인하였다. 이로써 피고인과 E는 공모하여 행사할 목적으로 권한 없이 권리의무에 관한 사문서인 F 명의의 각서를 위조하였다.
피고인은 2014. 5. 7.경 창원시 성산구 창이대로에 있는 창원지방법원에서 김해시장을 상대로 과징금 부과처분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함에 있어 그 위조 사실을 모르는 법원 담당자에게 위와 같아 위조한 F 명의 각서를 마치 진정하게 성립한 것처럼 입증자료로 제출하여 이를 행사하고, 이와 같이 법원 재판부를 기망하여 승소판결올 받아 과징금 부과처분을 면하려고 하였으나 위 F가 피고보조참가를 하여 위 각서의 위조를 주장하며 다투는 바람에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
2. 법원의 판단
- 소송사기
가. 소송사기는 법원을 가망하여 자기에게 유리한 판결을 얻고 이에 기하여 상대방으로부터 재물 혹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소송사기죄의 위 소송이 재산권상의 소에 한정되는지, 비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소도 포함하는지 또는 행정소송은 어떠한지 뚜렷한 선례가 없어 문제된다. 기존 판례(대법원 1997. 7. 22.
선고 96도2422)는 주로 민사소송(독촉절차 포함)이나 강제집행(경매 포함)절차에 관한 것으로, 이 사건과 같이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이 이에 포함되는지 명확하지 않다.
나. 사기죄의 보호법익은 개인적 법익 중 재산권이다. 그렇다면 사기적 행위에 의하여 국가적·사회적 법익이 침해된 경우 사기죄가 성립하는가. 예컨대, 가망수단에 의하여 탈세를 하거나 등기관에게 불상당한 표준가격을 신고하여 등록세를 면한 경우 등에서 문제 되는데, 이러한 경우 사기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설이다.
다. 일본에서는 1896년 명치시대 판결(대심원 1896. 12. 5.) 이래 통설·판례가 소송사기를 사기죄로 인정해 오고 있다. 이에 대하여 소송사기를 과연 통상의 사기죄와 같이 취급해도 좋은지 의문을 제기하는 학설도 아직 많다. 경제거래상의 재산이전을 기조로 하여 구성되고 있는 사기죄가 국가적·강제적인 제도를 이용하는 소송사가에도 해당된다고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하는 근본문제에 이른다. 이러한 범죄유형에는 ‘소송적 진실의무위반에 의한 재판기관의 악용’아라는 새로운 구성요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독일의 학설이 주목 받고 있다. 한편, 일본의 판례와 학설 역시 대체로 소송사기 죄의 성부에 판하여 민사소송을 전제로 논리전개를 하고 있다.
라. 소송사기죄에서 말하는 소송에 행정소송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명백한 선례는 아직 없다. 그러나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1) 사기죄의 보호법익은 개인의 재산권이라는 점(지방자치단체가 부과한 과징금은 개인적 재산권에 해당하지 않고, 사경제 주체로서의 작용이라고 보기도 어려움), (2) 소송사기죄는 일반의 사기죄와 그 구조를 매우 달리하므로 소송사기죄의 성립을 인정함에 있어서는 매우 신중하여야 한다는 점 등의 관점에서, 소송사기죄에서 말하는 소송에는 행정소송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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