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가정법원 2019. 6.
21. 선고 2018드단213473 판결
1.
판결의 요지
설령 원고와 피고의 혼인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더라도, 파탄의 주된 책임은 병과 중혼적 사실혼관계를 맺은 원고에게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해당하여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보아, 원고의 이혼 청구를 기각한 판결입니다.
2.
사실관계
가. 원고와 피고는 1996. 8. 12. 혼인신고를 마치고 슬하에 성년 자녀 2남을 둔 법률상 부부이다.
나. 원고와 피고는 2013.경부터 별거하였는데, 원고는 2016.경 병과 결혼식을 올리고 병과 사이에 정(2016. 1. 25.생), 무(2018. 1. 3.생)를 출산하였다.
다. 피고는 2018. 10. 2. 병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위 소송에서 병은, 원고가 유부남인 사실을 알지 못하였고 자신 또한 원고로부터 기망을 당한 피해자이며, 원고와 피고가 이혼하더라도 원고와 법률상 혼인관계를 형성하려는 의사는 없다고 진술하였다.
라. 원고는 위 정과 무가 자녀로 드러나지 않도록 가족관계증명서를 위조하여 증거로 제출하였다.
마. 원고는 2018. 4.경까지는 피고에게 월 300만원 상당의 생활비를 지급하다가 2018. 5.부터는 이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3.
법원의 판단
가. 민법 제840조 제3호의 이혼사유에 관한 판단
민법 제840조 제3호 소정의 이혼사유인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라 함은 혼인관계의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참으로 가혹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폭행이나 학대 또는 모욕을 받았을 경우를 말하는바(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3므1890 판결 등 참조), 피고가 사업차 거주지를 떠나 있는 원고를 찾아오거나 생활을 살피지 않은 채 원고에게 생활비만 요구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이 사실이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가 피고로부터 위와 같은 정도의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민법 제840조 제4호의 이혼사유에 관한 판단
민법 제840조 제4호의 이혼사유인 ‘자신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라고 함은 혼인 당사자 일방의 직계존속이 상대방 배우자로부터 혼인관계의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폭행이나 학대 또는 모욕을 받았을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갑 제6호증의 기재만으로는 피고가 원고의 직계존속에게 혼인관계의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부당한 대우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다 민법 제840조 제6호의 이혼사유 및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관한 판단
(1)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설령 원고와 피고의 혼인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더라도, 파탄의 주된 책임은 병과 중혼적 사실혼관계를 맺은 원고에게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해당하여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2)
그런데,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에 따른 이혼 내지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는 물론, 나아가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과 같이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따라서 원고에게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는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3)
먼저, 피고는 이 사건에서 원고와의 혼인관계 유지 및 회복을 희망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여 원고와의 이혼을 원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2016.경 피고와 사이에 이혼의사의 합치가 있었고 피고 명의로 아파트를 매수하도록 도와줌으로써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까지 마쳤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갑 제7호증의 기재만으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2016.경 이혼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또한 원고는, 피고가 병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의 소장에서 원고와 병의 부정행위로 인해 이혼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진술한 사실이 있는바, 원고와의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는 피고의 주장은 오로지 오기 또는 보복감정에 의한 것일 뿐 피고의 진정한 의사가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갑 제9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가 위 손해배상청구 사건의 소장에 “원고와 피고가 함께 사는 기간 동안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피고가 이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원고의 부정행위 때문이었습니다.”라고 기재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는 피고가 원고와 병의 부정행위로 인해 얼마나 극심한 고통을 받았는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에 불과해 보이므로, 이를 두고 피고의 이혼의사가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드러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기에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원고는 2018. 5.경부터는 피고에게 생활비를 전혀 지급하지 않고 있는바, 원고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피고 및 자녀들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고가 병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어 피고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 또한 이유 없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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