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5다8902 판결
1.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라는 후유장애 발생 여부
가. 감정인의 신체감정 결과는 증거방법의 하나로서 법원이 어떤 사항을 판단할 때 특별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경우에 판단의 보조수단으로 이용하는 데에 지나지 않는다. 법관은 모든 증거를 종합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특정 감정 결과에 따라 후유장해의 인정 여부를 판단할 수 있고, 이러한 판단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지 않는 한 적법하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2다70777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제1심 법원의 D병원장에 대한 마취통증의학과 신체감정촉탁 결과(이하 ’이 사건 신체감정촉탁 결과’라 한다)는 원고 A의 주관적 통증 호소뿐만 아니라 체열검사, 피부색의 비대칭성 검사 등 객관적인 검사 결과를 근거로 하고 있고,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의사가 작성한 진단서와 소견서 등으로도 뒷받침된다. 이 사건 사고 이후 원고 A에 대한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진단 무렵까지 이 사건 사고 외에 발병 원인이 될 만한 다른 요인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진료기록 등에 나타난 질병 증상과 징후 발생 • 전개의 경과와 정도, 원고 A가 이 사건 사고 바로 다음날 2 곳의 병원을 방문하여 심한 통증을 호소하고 입원치료를 받는 등의 치료 경과와 내역 등을 종합하면, 원고 A에게 이 사건 사고로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라는 후유장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이 사건 신체감정촉탁 결과 중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의 발생 여부 부분에 기초하여 원고 A에게 이 사건 사고로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라는 후유장해가 발생하였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2.
노동능력상실률 평가방법이 적정한지 여부
가. 노동능력상실률은 단순한 의학적 신체기능장애율이 아니라 피해자의 연령, 교육 정도, 종전 직업의 성질, 경력, 기능 숙련 정도, 신체기능장애 정도, 유사 직종이나 다른 직종으로 전엽할 가능성과 확률 그 밖의 사회적 · 경제적 조건을 모두 참작하여 경험칙에 따라 정한 수익상실률로서 합리적이고 객관성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0. 4. 13. 선고 89다카982 판결 대 법 원 1997. 5. 30. 선고 97다4784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이 인용한 제1심 판결 이유에 따르면, 원심은 이 사건 신체감정촉탁 결과 중 신체기능장애율 부분에 기초하여 원고 A의 노동능력상실률을 정하였다.
다.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통증을 주된 증상으로 하는 질환으로서 진단에 사용되는 기준은 수정 E 기준, F 신체장해평가지침(이하 ’F 지침’이라 한다) 제5판 기준, F 지침 제6판 기준 등 여러 기준이 있다.
(2)
F 지침 제5판 기준은 증상(환자가 호소하는 주관적 상태를 말한다)을 배제하고 징후(객관적으로 나타나는 신체의 상태를 말한다)만을 기준으로 진단한다. 총 11개의 징후 중 8개 이상을 충족하여야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를 토대로 신체기능장애율을 산정한다.
(3)
수정 E 기준은 증상과 징후를 모두 고려하여 진단한다. 그중 임상용 진단기준은 총 4개의 범주 중 3개 이상의 범주에서 각각 1 개 이상의 증상이 있고, 2개 이상의 범주에서 각각 1개 이상의 징후가 있어야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4)
F 지침 제5판 기준이 징후만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너무 엄격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이를 완화하여 F 지침 제6판 기준이 마련되었다. F 지침 제6판 기준은 징후 외에 증상도 고려한다는 점에서 수정 E 기준을 기본으로 하되, 부가적 요건이 추가되어
있고, 이를 토대로 신체기능장애율을 산정한다.
(5)
이 사건 신체감정촉탁 결과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의 발생 여부에 관해서는 수정 E 기준 중 임상용 진단기준 또는 F 지침 제6판 기준을 적용하였는데도, 그에 따른 신체가능장애율 산정에 관해서는 F 지침 제5판 기준을 적용하였다.
(6)
F 지침 제5판 기준을 적용하면 원고 A는 총 11개의징후 중 8개 이상을 충족하여야 한다는 진단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
라. 이러한 사실관계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F
지침 제5판 기준은 징후만을 기준으로 총 11개의 징후 중 8개 이상을 충족하여야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수정 E 기준 중 임상용 진단기준 또는 F 지침 제6판 기준은 징후 외에 증상도 고려하고, 징후는 총 4개의 범주 중 2개 이상의 범주에서 각각 1개 이상만 있으면 되므로 F 지침 제5판 기준보다 완화된 것이다.
이 사건 신체감정촉탁 결과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의 발생 여부에 관해서는 F 지침 제5판 기준이 아니라 수정 E 기준 중 임상용 진단기준 또는 F 지침 제6판 기준을 적용하였는데도, 그에 따른 신체기능장애율 산정에 관해서는 아무런 설명 없이 F 지침 제5판 기준을 적용하였다.
원심은 위와 같이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의 발생 여부에 관해서는 수정 E 기준 중 임상용 진단기준 또는 F 지침 제6판 기준에 따라 판단하였다. 그러나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의 발생 여부에 관하여 F 지침 제5판 기준을 적용하면 원고 A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원심은 이 사건 신체감정촉탁 결과 중 F 지침 제5판 기준을 적용한 신체기능장애율 부분에 기초하여 원고 A의 노동능력상실률을 정하였으나, 이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노동능력상실률 평가방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마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3.
기왕증 기여도의 고려 범위가 타당한지 여부
가. 교통사고 피해자의 기왕증이 사고와 경합하여 악화됨으로써 피해자에게 특정 상해의 발현 또는 치료기간의 장기화 나아가 치료종결 후 후유장해 정도의 확대라는 결과 발생에 기여한 경우에는, 기왕증이 특정 상해를 포함한 상해 전체의 결과 발생에 기여하였다고 인정되는 정도에 따라 피해자의 전체 손해 중 그에 상응한 배상액을 부담하게 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한 부담을 위하여 타당하다(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0다16237 판결, 대법원 2015. 4. 9. 선고 2014다88383, 88390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이 인용한 제1심 판결 이유와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면 원심은 원고 A의 기왕증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원고 A는 이 사건 사고 이전에 기왕증이 있었고, 기왕증이 노동능력상실률에 기여한 정도는 10%로 보아야 하므로, 이를 고려한 노동능력상실률에 따라 일실수입을 산정한다. 그러나 노동능력상실률 판단에서 기왕증 기여도와 치료비 판단에서 기왕증 기여도는 원칙적으로 서로 구별되고, 원고 A의 기왕증을 피고의 책임제한 사유로 참작한 이상 기왕치료비와 향후치료비에 관해서는 원고 A의 기왕증을 별도로 고려하지 않는다.
다.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은 원고 A의 기왕증이 노동능력상실률에 기여한 정도를 심리하였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기왕치료비와 향후치료비에 관해서도 원고 A의 기왕증이 기여한 정도를 심리할 수 있었다. 원심은 원고 A의 기왕증을 피고의 책임제한 사유로만 참작할 것이 아니라 일실수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기왕치료비와 향후치료비에 관해서도 원고 A의 기왕증이 기여한 정도를 심리한 다음 기왕증 기여도를 고려한 나머지를 손해로 인정했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이 원고 A의 기왕증을 피고의 책임제한 사유로 참작하였다는 이유로 기왕치료비와 향후치료비에 관하여 원고 A의 기왕증을 별도로 고려하지 않은 것은 기왕증 기여도의 고려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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