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법원 2019. 6. 21.
선고 2019고합22, 2019고합75 판결
1.
판결의 요지
피고인 A는 의사가 아니고, 피고인 B는 의사인데,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실제 병원 개설 및 운영은 A가 하고, B는 A로부터 월급을 받는 조건으로 울산 남구에 한 사무장 병원을 설립한 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를 청구하여 약 10억 원 상당을 편취하고, A는 따로 약 1억 5,700만 원 가량을 횡령하였다는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하면서 의사인 B의 관여·가담행위가 없었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편취가 불가능했을 것이고, B의 의료법위반행위는 개설자 명의가 B에서 다른 의료재단으로 변경된 2011. 11. 8.경에야 종료되었는데 이 사건 공소는 그로부터 7년 전에 제기되어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보아 피고인 B의 사기 범행 공모사실 부인 및 의료법위반 공소시효 완성 주장을 배척하고 피고인들에게 각 집행유예형을 선고한 판결입니다. 피고인 A에게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 피고인 B에게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습니다.
2.
범죄사실
가. 2019고합22
(1)
피고인들의 공동범행
피고인들은 피고인 A가 의사 등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의사인 피고인 B 명의로 2010. 7.
22.경 울산 남구에서 개설한 ‘○○전문병원’이 의사 등이 아닌 자가 개설한 의료기관인 사실을 숨기고 피해자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를 청구하여 지급받기로 공모하였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 등 그 법률에 정하여진 요양기관이 아니면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2010. 8. 6.경부터 2011. 11.
24.경까지 위 ‘○○전문병원’에서, 사실은 ‘○○전문병원’이 위와 같이 피고인 A가 실질적으로 개설하여 운영하는 곳임에도 마치 피고인 B가 정상적으로 개설하여 운영하면서 의료행위를 실시한 것처럼 피해자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2010. 8.
27.부터
2011. 12. 13.까지 총 80회에 걸쳐 합계 1,027,632,700원을 요양급여 명목으로 피고인 B 명의의 경남은행 계좌(560-07-***2370)로 지급받았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피해자를 기망하여 피해자로부터 합계 1,027,632,700원을 교부받았다.
(2)
피고인 A
피고인은 피해자 의료법인 ■■의료재단이 2011. 11. 8. 개설한 ‘○○전문병원’의 총괄이사로서 위 병원의 행정 및 자금관리 업무에 종사하여 왔다. 피고인은 2012. 2. 1.경 알 수 없는 장소에서, 피해자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지급받은 요양급여, 환자들로부터 지급받은 진료비 등의 자금을 업무상 보관하던 중, 피해자 명의의 경남은행 계좌(560-07-***3087)에서 520만 원을 현금으로 인출한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2017. 12. 5.경까지 총 42회에 걸쳐 피해자 명의의 경남은행 각 계좌로부터 합계 157,153,330원을 현금으로 인출하거나 피고인 명의의 경남은행 각 계좌로 이체하여 피고인의 카드대금결제, 대출원리금상환, 생활비 등 개인적인 용도에 임의로 사용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업무상 보관 중인 피해자의 재물을 횡령하였다.
나. 2019고합75
누구든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나 조산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의료법인, 비영리법인, 준정부기관, 지방의료원,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하 ‘의사 등’이라고 한다)에 해당하는 자가 아니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 피고인 A는 의사 등이 아니고, 피고인 B는 의사이다. 피고인들은 2010. 7.경 피고인 A가 병원 개설 비용을 마련하여 의료기관 개설에 필요한 의료시설, 인력관리, 환자 유치, 약품 조달, 각종 비품 구입, 병원 시설관리 등 실질적으로 병원을 운영하는 역할을 맡고, 피고인 B는 피고인 A로부터 월급을 받는 조건으로 자신의 명의로 병원 개설신고를 하고, 환자들을 진료하는 역할을 맡아 병원을 개설하기로 모의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인 A는 울산 남구에 있는 피고인 A의 장인 C 소유인 ‘△△빌딩’의 3층부터 7층(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을 피고인 B 명의로 임차한 후, 이 사건 건물 3층에 원무 행정실, 병원장 진료실, 약국, 병실을, 4층 내지 6층에 병실을, 7층에 직원용 식당 등의 시설을 갖추고, 2010. 7. 22.경 피고인 B 명의로 ‘○○전문병원’이라는 상호로 의료기관 개설신고를 한 다음, 피고인 B 명의의 경남은행 계좌(560-07-***2370,
560-21-***9933)를 관리하며 수입 및 지출 관리, 운영자금 조달, 인력 및 시설관리, 약품 조달, 각종 비품 구입 등 위 개설일로부터 2011. 11. 7.경까지 ‘○○전문병원’의 운영을 총괄하고, 피고인 B는 ‘○○전문병원’을 찾아온 환자들을 상대로 진료행위를 하고 피고인 A로부터 급여 명목으로 매월 800만 원을 받았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피고인 A가 의사 등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B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였다.
3.
법원의 판단
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에 대하여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각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
B는 자신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을 허락하고 병원 수입․지출과 관련된 예금 계좌의 개설이나 통장을 제공하는 등 피고인 A의 병원 개설․운영에 적극 협조하는 한편, 약 1년 4개월가량 자신의 명의로 된 병원에서 진료함으로써, 형식적으로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의 외관 창출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점, ②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자신의 명의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고, 위 공단으로부터 자신 명의의 계좌로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점, ③ 피고인
B는 의사로서 20년 이상 일했고, 수사기관에서 ‘○○전문병원이 사무장 병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어렴풋이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한 점으로 볼 때,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급받는 요양급여비용이 의료기관의 주된 수입원 중 하나이고, 이를 지급받기 위해서는 의료인이 정상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해야 함을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점, ④ 피고인
B의 이러한 가담행위가 없었다면 비의료인인 피고인 A가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B는 피고인 A와 위와 같은 편취행위를 기능적으로 분담하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범행에 공모·가담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 B 및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의료법위반의 점에 관한 공소시효 완성주장에 대하여
(1)
관련 법리
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2호, 제33조 제2항에 의하여 금지되는 의료기관 개설행위는, 비의료인이 그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하므로(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09도2629 판결 등 참조),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행위는 계속범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어서 비의료인이 운영주체인 의료기관의 개설 상태가 계속되는 한 범죄행위가 종료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구체적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각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
A가
2010. 7. 22. 피고인 B 명의로 ○○전문병원을 개설한 후 위 병원을 운영하다가 2011. 11. 초순경 의료법인 ■■의료재단(이하, ■■의료재단)에 위 병원을 양도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2011. 11. 8. ○○전문병원 개설자의 명의가 피고인 B에서 ■■의료재단으로 변경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이 피고인 B의 명의로 ○○전문병원을 개설하고 운영을 계속한 2011. 11. 7.까지는 피고인 B에 대한 의료법위반 부분에 대한 공소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 할 것이고, 이 부분 공소는 그로부터 7년이 경과하기 전인 2018. 11. 5. 제기되었으므로, 공소시효가 완성되었음을 전제로 한 피고인 B 및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법원의 양형
가. 피고인들의 공통정상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들이 피고인 B의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약 10억 원 상당의 요양급여를 편취하였다는 것이다. 개인적 영리를 최우선 목적으로 할 개연성이 다분한 비의료인이 운영하는 병원은 허위 또는 과잉 진료, 투자금의 회수를 위한 의료기관 운영의 왜곡 등으로 국민건강에 위험을 초래하거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정건전성을 해할 위험성이 크고, 그로 인한 피해는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전가된다는 점에서 비난가능성도 크다. 피고인들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
다만, 환자들에 대한 의료행위는 자격증이 있는 의료인들에 의하여 이루어졌고, 환자들에 대한 의료행위 자체에는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편취액의 상당 부분은 직원의 월급 등 병원 운영비로 사용되어 피고인들이 실제로 얻은 이익은 편취액보다 적을 것으로 보이는 점 및 그 밖에 피고인들의 연령,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 범행의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 요소를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나. 피고인 A
피고인은 앞서 본 범죄 이외에도 피해자 ■■의료재단에서 행정 및 자금업무를 담당하며 약 1억 5천만 원 상당 금액을 횡령하였는 것이다. 피고인의 횡령금액이 적지 않고 범행의 동기 등에 비추어 죄질이 좋지 않다. 다만,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당초 의료법인을 설립하여 병원을 개설하려고 하였다가 의료법인 설립이 보류되자 피고인 B의 명의로 병원을 개설하게 된 점, 피해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환수조치에 따라 2억 원을 납부하였고, 피고인 B 부담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대하여 매년 2,500만 원을 변제하기로 하는 내용의 납부이행각서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한 점, 피해자 ■■의료재단에 4,000만 원을 변제하였고, 매년 1,500만 원을 변제하기로 합의하여, 피해자 ■■의료재단이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아니하는 의사를 표시한 점, 2004년, 2010년 음주운전으로 각 벌금형을 받은 이외에 별다른 전과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
다. 피고인 B
일부 범행을 부인하며 진정으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아무런 전과 없는 초범인 점, 피해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환수조치에 따라 556,365,695원을 납부한 점, 피고인 A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이 사건 각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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