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최종제품의 생산자는 제3자로부터 많은 부품을 공급받아 최종제품을 생산하여 소비자에게판매하게 됩니다. 그런데 일부 부품에 하자가 발생하여 그 하자 보수 이외에 추가적인 손해, 이른바 확대된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손해배상 책임과 그 범위에 대하여 논란이 있습니다. 부품공급자는 자신의 부품에 하자가 있다면 하자 없는 부품을 다시 공급하는 선에서 손해배상을 마무리하길 원할 것이고, 최종제품의 생산자는 해당 부품의 하자로 인하여 최종제품이 사용할 수없게 되고 해당 부품의 교환이 어려울 경우에 최종제품 전체를 폐기해야 하는 등의 확대된 손해의 전부를 배상받길 원하게 됩니다. 다음의 사례는 일부 부품의 하자와 확대된 손해에 대한 책임관계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 내용으로 부품 공급자와 최종제품 생산자가 모두 참고하여야 할것입니다(대법원 1997. 5. 7. 선고 96다39455 판결).
농기계 등의 제조 및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A(매수인)는 산업용실리콘, 고무, 열기기 부품 등을 제조판매하는 B(매도인)로부터 1994. 9.경 커플링(coupling) 8백개를 개당 1000원에공급받았고, 이를 부품으로 이용하여 농업용난로를 제작하여 판매하였습니다. 소비자인 C는1994. 10.경 A로부터 난로를 구입하여 비닐하우스에 설치하고 가동했으나, 해당 난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농작물에 냉해피해를 입었고 이에 대하여 같은 달 중순경 A로부터 1천만원의 손해배상을 받았습니다. 소비자 D도 A로부터 구입한 농업용난로의 작동불량으로 발생한 냉해에 대하여 1천5백만원의 손해배상을 받았습니다.
커플링은 버너의 모터와 오일펌프를 연결하는 모터의 동력을 충격 없이 오일펌프에 전달하는동력전달장치입니다. 모터의 축과 오일펌프의 축에 결합되는 양쪽 끝 부분은 특수금속을 사용하여 원형으로 제작하고, 그 사이의 샤프트 부분은 모터와 오일펌프의 회전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탄성체를 넣어 제작하는데, 원형금속 부분은 모터의 회전력을 샤프트를 거쳐 100% 오일펌프로 전달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그 내부가 완전한 원형의 빈공간으로 되어 있지 않고 반달모양의 마구리(멈치라고도 함)가 형성되어 있어서, 양쪽 마구리 부분이 각각 모터의 축 및 오일펌프 축의 각 홈(반달모양으로 깎인 부분)과 맞물리게 되어 커플링이 헛돌지 않고 모터의 축 및오일펌프의 축과 일체가 되어 회전하게 되며, 그 때 특수금속으로 제작한 원형 부분에 끼워지는샤프트의 탄성에 의하여 모터회전으로 발생하는 충격이 샤프트 부분에 흡수하게 됩니다.
그런데 냉해사고를 일으킨 난로의 버너부분을 분해한 결과 마구리 부분이 마모되어 오일펌프의축과 커플링이 헛도는 현상이 발생했음이 판명되었고 이로 인하여 오일펌프에 동력이 전달되지아니하여 오일이 분사되지 아니함으로써 위 농업용 난로가 가동되지 않았고, 위와 같이 마구리부분이 마모된 원인은 커플링의 샤프트 부분이 모터의 회전충격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함으로써마구리 부분에 과도한 부하가 걸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커플링의 샤프트 부분의 탄성체에 사용되는 재료로는 크게 플라스틱과 고무의 두 가지가 있는데, 플라스틱은 강인성과 내구성이 뛰어난 대신 내한성(耐寒性)이 약하고, 고무는 플라스틱보다 강인성과 내구성은 떨어지지만 내한성이 뛰어나고, 샤프트에 내한성이 없으면 온도가 낮을수록 경도(硬度)가 높아져 샤프트가 탄성을 상실하게 되고 그에 따라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도떨어지는바, 플라스틱으로 만든 샤프트라도 그 재료의 배합 비율이나 첨가제의 종류에 따라 내한성이 달라지고, 고무제품이라도 내구성과 강인성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여러 가지 특수합성고무가 개발되어 있는 실정이므로, 사용목적에 따라서는 플라스틱이 고무보다 더 나은 경우도 있는 등, 커플링의 용도를 떠나서는 하자의 유무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B는 개당 1,000원인 'D/K 커플링' 외에, 특수고무로 제작한 개당 2,000원 내지 3,500원상당의 커플링도 판매하고 있었으며, 1994년도에 약 18,000개 정도의 'D/K 커플링'을 제작·판매하였으나 내한성이 문제된 경우로는 이 사건 농업용 난로에 사용된 2개뿐이었고, 이 사건농작물 냉해 피해가 발생한 날의 기온이 다른 날에 비하여 유난히 낮았습니다.
법원은 위와 같은 사정을 인용하여 이 사건 'D/K 커플링' 2개가 플라스틱을 주된 재료로 하여제작한 커플링의 샤프트가 통상 갖추어야 할 품질이나 성능조차 갖추지 못한 것이었다고는 볼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하자 있는 커플링을 공급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기 위하여는, A가 B에게 농업용 난로가 사용될 환경을 설명하면서 그 환경에 충분히 견딜 수 있는 내한성 있는 커플링의 공급을 요구한 데 대하여, B가 이 사건 'D/K 커플링'이 그러한 품질과 성능을 갖춘 제품이라는 점을 명시적으로나 묵시적으로 보증하고 공급하였다는 사실이 인정되어야만 할것이고, 특히 이 사건과 같이 매매목적물의 하자로 인하여 확대손해 내지 2차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매도인에게 그 확대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지우기 위하여는 채무의 내용으로 된하자 없는 목적물을 인도하지 못한 의무위반사실 외에 그러한 의무위반에 대하여 매도인에게귀책사유가 인정될 수 있어야만 할 것이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 해 동안 커플링을 사용하여 농업용 난로의 버너를 제작하여 온 A가, 커플링의 재질에 따라 그 등급과 가격 및 용도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는 보기 어려울 터인데, A는 1988.경 B로부터 처음 커플링을 공급받을 당시에 B가 어떠한 품질과 성능을 보장하였는지에 관하여 아무런 주장·입증을 하지 않으면서, 단지 그 동안의 거래관행에 따라 품명과수량만으로 구두로 발주하여 이 사건 'D/K 커플링'을 공급받아 왔다고 자인하고 있고, A측 증인 X가 이 사건 커플링을 냉해용으로 공급받은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증언하고 있으며, 그 밖에 이 사건 커플링에 대하여 B가 A에게 어떠한 품질과 성능을 보증하였는지에 관한 자료를 발견할 수가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공급한 부품이 통상의 품질이나 성능을 갖추고 있는 경우, 나아가 내한성이라는 특수한 품질이나 성능을 갖추고 있지 못하여 하자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기위하여는,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완제품이 사용될 환경을 설명하면서 그 환경에 충분히 견딜 수있는 내한성 있는 부품의 공급을 요구한 데 대하여, 매도인이 부품이 그러한 품질과 성능을 갖춘 제품이라는 점을 명시적으로나 묵시적으로 보증하고 공급하였다는 사실이 인정되어야만 할것이고, 특히 매매목적물의 하자로 인하여 확대손해 내지 2차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매도인에게 그 확대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지우기 위하여는 채무의 내용으로 된 하자 없는 목적물을 인도하지 못한 의무위반사실 외에 그러한 의무위반에 대하여 매도인에게 귀책사유가 인정될 수 있어야만 합니다. 따라서 여러 해 동안 완제품을 생산한 매수인이 부품의 재질에 따라 그등급과 가격 및 용도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부품의 품질과 성능에 대하여 언급하지아니한 채 거래관행에 따라 품명과 수량만을 구두로 발주하고 부품을 공급받아 사용하였고, 또한 그 부품에 대하여 매도인이 어떠한 품질과 성능을 보증하였다고 할 수 없는 경우에는 매도인의 귀책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할 것입니다.
부품 생산자와 최종제품 생산자 간에 부품의 하자 및 그에 따른 확대된 손해, 특별손해가 있는경우에 위와 같이 확대된 손해에 대하여 부품 생산자의 귀책 사유가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것입니다. 특히 분쟁 중에 있거나 분쟁의 위험이 있는 부품 생산자들은 위와 같은 법리를 숙지하고 협의 또는 협상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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