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2014구합50347 판결 및 서울고등법원 2014누58282 판결
1. 사실관계
A회사는 서울대학교산학협력단을 주관기관으로 하고 전자부품연구원과 A회사를 참여기관으로 하여 연구비 총 3,600,000,000원, 개발기간 2011. 5. 1.부터 2014 2. 28.까지로 하는 ‘페타스케일 컴퓨팅을 위한 상변화메모리 스토리지용 200,000급 IOPS 이상을 지원하는 파일시스템 원천 기술 개발’ 과제(이하 ‘이 사건 과제’)에대하여 산업통상자원부장관과 협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이 사건 과제 목표의 달성을 검토하기 위하여 개발된 기술을 통하여 정보가 PCM 메모리 장치에 실제 저장되는지 여부가 확인되어야 했습니다. 이를 위하여 이 사건 과제에서는 실험용 PCM FPGA 보드를 개발하는 것도 포함되었고, A회사가 위 PCM FPGA 보드를 만드는 역할을 담당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 과제에 대한 제2차년도 연차평가 결과에 따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2013. 2. 15. 이 사건 과제가 당초 계획대비 목표달성이 낮고 연구결과 수준이 미흡하다고 판단하여 산업기술혁신촉진법 제11조의2 제1항 제1호의 중단사업으로 결정하였고, 이 사건 과제 수행기관들의 각 책임자인 B교수(서울대학교산학협력단), C 책임연구원(전자부품연구우원), D(A 회사)에 대하여 3년간의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참여제한 처분을, A회사에 대하여 3년간의 국가 연구개발사업 참여제한및 2012년도 정부출연금 전액에 대한 환수처분을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위 처분은 당사자들의 이의신청을 거쳐 최종적으로 참여제한은 1년으로, 환수액은 정부출연금의 60%인 7억2천만원으로 변경되어 결정되었고, 이 사건 과제 전담기관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2013. 4. 30.자로 이를 통지하였습니다.
2. 처분에 대한 무효확인 소송의 제기와 취소소송의 제소기간
본 사건에서 특이한 점은 A회사가 환수 및 참여제한 처분에 대하여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였다는 점입니다.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에서는 처분이 위법한 경우에 바로 인용판결을 할 수 있지만, 무효확인 소송에서는 처분이 위법하다고 바로 인용판결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 위법의 정도가 중대하고 명백한 경우에만 인용판결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처분을 받은 당사자에게는 보다 유리합니다.
그런데 취소소송은 행정소송법 제20조 제1항에 따라 처분등이 있음을 안 날부터90일 이내에 제기하여야 합니다. 본 사건에서 처분을 받은 당사자에게 보다 유리한취소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한 것은 위 90일의 제소기간을 도과하였기 때문이라고 보입니다. 이에 반하여 무효의 확인소송은 제소기간에 관계없이 다툴 수 있습니다.
3. 고도의 과학기술상의 전문적 판단에 대한 대법원의 법리와 이 사건 법원의 판단
대법원의 법리에 따라면, 차세대 기술의 개발 등에 대한 판단의 경우에 있어서 고도의 과학기술상의 전문적인 판단을 요한다는 특성에 비추어 보면,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이 사건 과제의 2차년도 수행결과를 평가함에 있어서 법령과 심사기준에따라서 전문적 인력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치고 그 평가결과에 대한이의신청에 따라 재심절차까지 거쳐 그 수행결과가 극히 불량하다고 판단하였다면, 위 판단이 사실적 기초가 없다거나 사회통념상 현저히 부당하다는 등 현저히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한 것이 아닌 이상 이를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대법원 1992. 4. 24. 선고 91누6634 판결).
법원은 이 사건 과제에서는 제2차년도 개발 목표가 PCM Emulator Board의 개발완료인지 PCM FPGA Board의 개발완료인지 해석상 의문이 있는 상황에서, 그 개발 목표가 PCM FPGA Board의 개발 완료임을 전제로 이 사건 과제가 당초 사업계획서에서 목표로 한 정량적 목표를 충족하지 못하였다고 평가한 후 이를 토대로 평가위원 및 재심위원들이 만장일치로 이 사건 과제의 수행결과가 극히 불량하게 이루어졌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판단을 두고서 사실적 기초가 없다거나 사회통념상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이 사건 과제가 중단사업으로 결정된 데에 A회사에게 명백히 귀책 사유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A회사에게 법 제11조의2에서 정한 국가연구개발 사업 참여제한 조치 및 연구비 환수 처분을 내렸다 하여 그처분에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4. 정리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과제의 전담기관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평가과정이나 평가결과에 있어서 일부 부당하거나 위법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처분에 무효사유가 있다는 점까지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는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국책연구 과정에서 평가결과 및 처분의 통지가있는 경우에는 그 평가결과와 처분을 잘 분석하고 위법하거나 처분이 사유에 비하여 과도하여 부당한 경우에는 통지서를 수령한 시점에서 90일 이내에 행정소송(취소소송)을 제기하여 제소기간을 도과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할 것입니다.
정회목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