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11. 16. 선고
2015가단5371443
보험금
보험금 지급 책임이 없다는 보험회사 측의 설명에 따라 보험수익자가 보험금 면책처리를 인정하고 향후 민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하는 부제소 합의를 했더라도, 분쟁의 전제 또는 기초가 되는 사실에 착오가 있었다면 그 합의를 취소할 수 있다고 판시한 사례.
(1)
관련 법리
부제소합의는 당사자가 상호 양보하여 당사자 간의 분쟁을 종지할 것을 약정하는 화해계약인데, 민법상의 화해계약을 체결한 경우 당사자는 착오를 이유로 취소하지 못하고, 다만 화해 당사자의 자격 또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는 때에 한하여 이를 취소할 수 있다. 여기서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이라 함은 분쟁의 대상이 아니라 분쟁의 전제 또는 기초가 된 사항으로서 쌍방 당사자가 예정한 것이어서 상호 양보의 내용으로 되지 않고 다툼이 없는 사실로 양해된 사항을 말한다(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3다32797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채용증거들을 종합하여 판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최◯◯이 원고의 이 사건 치료행위와 전혀 무관한 ‘심관상동맥류내의 혈전형성으로 인한 심장성 돌연사’로 사망한 점과 아울러 최◯◯의 사망경위, 이 사건 합의 당시 피고측이 원고에게 이 사건 치료행위상의 과실이 있음을 전제로 금 3억 5천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요구하는 등 이 사건 합의의 경위와 원고가 피고측에게 ‘손해배상금’으로 금110,000,000원을 지급하기로 한 합의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최◯◯의 사망이 자신의 치료행위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을 것이라고 내심 위안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맥페란을 주사할 경우 주사쇼크, 기도폐쇄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데 마침 충무병원 담당의사로부터 ‘주사로 인한 기도폐쇄 때문에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말을 들은 데다가 최◯◯이 원고로부터 진찰을 받은 지 불과 2시간만에 사망하였던 점 때문에 ‘최◯◯이 내가 주사한 맥페란의 부작용인 기도폐쇄로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였고, 특히 원고는 맥페란을 주사하면서 최◯◯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특이체질인지 여부를 미리 확인한다거나, 최◯◯의 어머니인 박◯◯에게 그와 같은 부작용에 대비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최◯◯의 사망으로 인한 민사상의 손해배상책임은 물론 나아가 형사적인 책임까지 질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결과 합의에 이르렀고, 인간적ㆍ도의적 측면만으로 이 사건과 같은 거액의 돈을 지급한다는 것은 경험칙에 현저히 반하므로, 이 사건 합의는 원고의 과실을 전제로 한 것으로서 민사상의 손해배상 책임의 존재 그 자체는 분쟁의 대상이 아니라 합의의 전제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심리미진, 채증법칙 위배, 착오로 인한 화해계약의 취소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은 없다(대법원 2001. 10. 12. 선고 2001다49326 판결).
한편,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관하여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피해자가 일정한 금액을 지급받고 그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진 때에는 그 후 그 이상의 손해가 발생하였다 하여 다시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므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과 관련하여 당사자 사이에 합의나 화해가 이루어진 경우 그 목적으로 된 사항에 관하여는 엄격하게 해석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3다19206 판결 참조).
(2)
살피건대, 이 사건 요청서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가 금번 청구한 보험금과 관련하여 면책처리되는 것에 인정하고 동의하면서 피고에 대하여 향후 민사상 책임을 묻지 아니한다고 확약하였으므로, 이는 이른바 부제소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에 해당한다.
(3)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① 민법상 전형 계약인 화해계약의 규정에 의하면, 화해계약의 착오 취소를 배제하면서도,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를 인정하고 있는 점(민법 제733조), ②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이라 함은 분쟁의 대상이 아니라 분쟁의 전제 또는 기초가 된 사항으로서, 쌍방 당사자가 예정한 것이어서 상호 양보의 내용으로 되지 않고 다툼이 없는 사실로 양해된 사항을 말한다고 할 것인바 원고가 이 사건 요청서에 서명할 , 당시, 원고는 피고의 위탁을 받은 B로부터 ‘C의 사고가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사고인 상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설명을 듣고 상해 사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로 이 사건 요청서에 서명하였으므로, C의 사고가 보험금 지급 요건인 상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은 원고, 피고가 예정한 것이어서 상호 양보의 내용으로 되지 않고 다툼이 없는 사실로 양해된 사항으로 봄이 상당한 점, ③ 그러나,
피고 측의 C의 사고가 상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설명은 아래에서 자세히 살핀 바와 같이 결과적으로 잘못된 내용에 해당하는 점, ④ 증인
B는 이 법원에서 “원고에게 금번 청구한 보험금 관련하여 그 사고는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사고가 아니고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사고에 해당되었을 때 상해보험금이 발생을 하니 그것이 안 되어 면책처리가 된다고 설명하였다.”고 진술하였는바, 이러한 B의 증언에 의하더라도, 원고는 C의 사고가 보험금 지급 요건인 상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잘못된 안내를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점, ⑤ 여기에 더하여 원고는 B로부터 원고가 피고와 사이에 새로 가입한 보험이 고지의무 위반으로 해지될 수 있다는 내용의 설명까지 들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⑥ 그로 인하여 원고는 이 사건 요청서 서명 당시 분쟁의 전제 또는 기초가 된 사항으로서 C의 사고가 상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착오를 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C의 사고가 보험금 지급의 대상이 되는 상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은 분쟁의 전제 또는 기초가 되는 사실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는 이에 관하여 착오가 있었음을 이유로 이 사건 합의를 취소할 수 있다고 할 것인데, 이와 같은 취소의 의사표시가 담긴 원고의 2017. 6. 30.자 준비서면이 피고에게 2017. 7. 3. 송달되었음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이 사건 합의는 이로써 취소되었다고 할 것이어서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고, 결국 피고의 항변은 이유 없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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