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인정하고 있는 총액주의에 의하면, 과세처분에 의하여 인정된 총세액을 뒷받침하는 처분사유는 공격방어방법에 불과하여 처분의 동일성을 해하지 아니하는 한 사실심 변론종결 시까지 새로운 처분사유를 추가하거나 변경할 수 있습니다. 이는 처분의 적법 여부의 판단시점이 처분 당시라는 것과는 구별을 요하는데, 적법 여부의 판단시점이 처분 시라고 하여 처분 당시에 존재하거나 제출되었던 자료만에 의하여 적법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이 아니라 처분 당시에 존재하던 사실상태를 기준으로 삼아 사실심 변론종결 시까지 제출된 모든 자료를 종합하여 그 처분의 위법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처분사유의 변경이 가능하더라도 국세부과의 제척기간이나 국세징수권의 소멸시효의 경과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시점은 처분사유 변경 시가 아니라 당초의 처분 시가 됩니다. 처분의 동일성 여부는 다른 처분과의 식별을 가능하게 하는 기준으로서 처분사유의 추가 변경이 가능한 범위를 정하는 기준이 될 뿐만 아니라 과세처분 취소소송 판결의 기판력은 처분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전부에 미치게 됩니다.
‘처분의 동일성’은 원칙적으로 ‘과세단위’로 구분되며, 과세단위라 하면 인적 요소로서 개인 부부 가족 단위를, 물적 요소로서 시간 장소 원천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기간과세의 경우 과세기간, 부가가치세에서의 사업장, 소득세 법인세에서의 거주자·비거주자, 국내·국외 등이 그 예이고, 원천은 소득세의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법인세, 소득세 등의 기간과세에 있어 수익이나 소득이 어느 사업연도 또는 과세연도에 귀속하는지의 점은, ① 과세시기(부과제척기간의 기산일, 조세포탈의 기수 시기)와 직결되고, ② 세법 규정의 변경 시 적용될 법령이 달라지며, ③ 종합소득세와 같은 누진세율의 구조 하에서는 적용세율 및 종합소득의 크기가 달라지게 되므로, 그 귀속시기를 오인한 처분은 그 자체로 위법하게 됩니다. 하나의 과세단위에 대한 과세처분은 하나가 된고, 나아가 적어도 실체 세액의 존부를 다투는 한 하나의 과세처분에 대하여는 하나의 소송물이 존재합니다.
판례는 과세관청이 당초의 부과처분 당시 인정한 사실의 일부에 착오나 오류가 있다 하여도 그 후 인정된 사실이 당초의 과세원인사실과 동일한 사실의 범위 내로서 과세의 기초사실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면 처분의 동일성은 유지된다고 봅니다. 처분의 동일성이 유지된다고 인정된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양도소득세 부과처분에서 양도의 상대방을 오인한 것이라 하더라도 과세원인이 된 양도자산이 동일하면 처분의 동일성은 유지됩니다. 2) 양도소득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과세관청이 당초 처분사유로 양도건물의 주택용도 이외 부분의 면적이 주택용도 부분의 면적보다 크다는 사유를 내세워 비과세대상인 주택이 아니라고 주장하다가 소송 도중 양도인이 위 건물의 양도 당시 다른 주택 1채를 더 소유하고 있어 위 요건을 못 갖추었다고 주장하더라도 처분의 동일성이 유지됩니다. 3) 증여세 부과처분에 있어서 증여자를 달리 인정하거나, 상속세에 있어서 생전 재산 처분대금에 관하여 상속세 과세가액 산입 근거규정이 달라지더라도 과세의 기초사실이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4) 법인이 손비로 계산한 것에 대하여 과세관청이 저가양도에 해당한다고 보아 부당행위계산 부인규정에 따라 손금부인하여 과세처분을 한 경우, 그 과세처분 취소소송에서 저가양도가 아니라 고가매입에 해당한다고 주장을 변경하여도 처분이 동일합니다. 5) 부동산양도를 부당행위계산부인의 대상인 저가매매로 보고 시가에 따라 당초 부과처분을 하였다가 소송 도중 실지양도가액으로 처분사유를 변경한 경우, 처분의 동일성이 인정됩니다. 6) 과세관청이 당초 이자소득으로 과세하였다가 소송 도중 대금업에 의한 사업소득에 해당한다고 처분사유를 변경한 것은 처분의 동일성이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의 처분변경에 해당합니다. 7) 대표이사에 대한 소득처분의 근거가 된 소득세법 시행령이 모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효력을 상실하여 과세관청이 쟁송 도중 그와 별도로 대표이사에게 소득이 현실적으로 귀속된 사실 및 그 소득의 종류를 주장 입증하여 과세처분의 적법성을 유지할 수 있고, 이는 처분의 동일성 범위 내의 처분사유 변경에 해당합니다.
다만, 다음의 경우는 처분의 동일성이 유지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1) 시간적 과세단위가 달라지는 경우(과세기간의 변경)에는 처분의 동일성이 유지되지 않으므로,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의 기간과세에 있어 그 귀속시기를 오인한 처분은 그 자체로서 위법하고, 소득의 귀속사업연도를 달리 주장하는 처분사유의 변경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2) 증여자를 1인으로 보고 과세처분을 하였는데 실제 증여자가 2인 또는 그 이상인 것으로 밝혀진 경우와 같이 증여자의 수에 차이가 있으면 증여자별로 복수의 과세처분이 존재하여 과세단위가 달라지는 이상 과세의 기초사실이 달라져 당초 처분의 동일성이 유지되지 않습니다. 3) 가산세와 본세는 별개의 부과처분이므로 부과고지한 본세액이 정당한 본세액을 초과한다면 부과고지한 본세와 가산세액의 합계액이 정당한 본세와 가산세액의 합계액을 초과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본세에 관한 부과처분이 정당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4) 신고불성실가산세와 납부불성실가산세는 별개의 독립된 처분이므로, 납부불성실가산세의 정당한 세액이 과세관청의 처분액을 초과하고, 그 액수와 신고불성실가산세의 정당한 세액을 합한 액수가 과세관청의 신고불성실가산세와 납부불성실가산세의 처분액을 합한 범위 내라고 하더라도 과세관청의 처분액을 초과하는 납부불성실가산세를 법원이 직권으로 인정할 수는 없습니다.
처분사유의 추가 변경은 처분의 동일성이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 허용되고 과세표준이나 세액까지 동일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므로, 법원으로서는 그 처분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는 추가·변경된 처분사유에 따라 정당한 세액을 산출하여 그 초과부분만을 취소하는 것이 분쟁의 일회성의 원칙에 비추어 바람직합니다. 따라서 소송자료에 의하여 적법하게 부과될 정당한 세액이 산출되는 때에는 그 정당한 세액을 초과하는 부분만을 취소하게 됩니다. 그러나 제출된 모든 자료에 의하여도 정당한 세액이 산출되지 않는 경우라면 부득이 과세처분 전부를 취소하게 됩니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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