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 2019. 5. 23. 선고 2018나314910 판결
1. 판결의 요지
원고는 ‘○○
글로벌’이라는 상호로 사업자등록을 마친 피고를 ‘공급받는자’로 하여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였음에도, 피고가 물품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고에게 물품대금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증거를 종합하면 피고는 명의를 빌려달라는 김○○의 요청에 따라 명의만을 빌려주었으므로 물품공급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가 사업자등록 명의만을 김○○에게 대여하였다고 하더라도 상법 제24조에 따라 명의대여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는 거래 전 과정에서 피고를 만난 적이 전혀 없고 연락을 한 적도 없는 점, 원고는 김○○를 ‘사장님’이라고 호칭하면서 물품거래와 관련하여 김○○와 연락한 점, 원고는 사업자 명의가 김○○가 아니라 피고로 되어 있는 것에 관하여, 김○○와 피고가 부부관계라고 생각하여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만 주장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김○○가 피고로부터 사업자등록 명의를 차용하였음을 알고 있었거나 이를 알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중과실이 있었으므로, 피고의 명의대여자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
2. 사실관계 및
주장
가. 원고는 ‘●●●’이라는 상호로 부품제조업 등을 하는 사람이고, 피고는 ‘○○
글로벌’이라는 상호로 사업자등록을 마친 사람이다.
나. 원고는 공급받는 자를 피고(상호 ○○
글로벌)로 하여 2017. 1. 21. 공급가액 9,480,000원인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2017. 2. 9. 공급가액 11,640,000원인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2017. 5. 30. 공급가액 1,680,000원인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하였다.
다. 원고의 주장
원고는 미용용품 등의 물품(이하 ‘이 사건 물품’이라 한다)을 공급하고 피고로부터 위 물품대금 중 13,448,820원을 지급받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물품대금 13,448,82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설령 피고가 단순히 사업자등록 명의만을 김◎◎에게 대여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자기 명의로 된 사업자등록의 상호를 타인에게 사용하도록 허락한 이상 상법 제24조에 따라 명의대여자 책임이 인정되므로, 위 물품대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라. 피고의 주장
피고 앞으로 사업자등록이 되어 있는 ‘○○
글로벌’은 김◎◎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업체로서 원고와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는 김◎◎이다. 원고는 김◎◎과 구두로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하고 김◎◎에게 물품을 납품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물품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3. 법원의 판단
가. 피고가 물품공급계약의 당사자인지 여부
피고가 ‘○○
글로벌‘이라는 상호로 사업자등록을 마친 사실, 원고가 공급받는 자를 피고로 하여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사실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는 김◎◎의 요청으로 이 사건 물품을 공급하였고, 김◎◎과의 교섭을 통해 구두로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하였을 뿐인 점, ② 원고는 이 사건 물품 거래 과정에서 김◎◎과만 연락을 하였고 피고와는 연락을 주고받은 적이 없는 점, ③ 피고는 명의를 빌려달라는 김◎◎의 요청으로 자신 앞으로 사업자등록을 마치기는 하였으나 영업에 관여한 바가 전혀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의 당사자는 피고가 아니라 김◎◎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의 당사자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피고가 명의대여자로서 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
타인에게 자기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하여 영업을 할 것을 허락한 자는 자기를 영업주로 오인하여 거래한 제3자에 대하여 그 타인과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이 있고(상법 제24조), 상법 제24조의 규정에 의한 명의대여자의 책임은 명의자를 영업주로 오인하여 거래한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거래 상대방이 명의대여사실을 알았거나 모른 데 대하여 중대한 과실이 있는 때에는 책임을 지지 않는바, 이때 거래의 상대방이 위와 같이 명의대여사실을 알았거나 모른 데 대한 중대한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면책을 주장하는 명의대여자가 입증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2001. 4. 13. 선고 2000다10512 판결 참조).
피고는 김◎◎에게 자신의 명의로 된 ‘○○
글로벌’ 상호를 사용하여 영업을 할 것을 허락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으나, 원고가 위와 같은 명의대여사실을 알았거나 모른 데 중과실이 있다고 항변하므로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는 이 사건 거래 시작 당시나 이 사건 거래기간 동안 피고를 만난 적이 없고 연락을 한 적도 없는 점, ② 원고는 김◎◎을 ‘사장님’이라고 호칭하면서 이 사건 물품거래와 관련하여 김◎◎과 카카오톡 메시지, 이메일 등을 주고 받았던 점, ③ 원고는 계좌 명의나 사업자명의가 김◎◎이 아닌 피고로 되어 있는 것과 관련하여, 김◎◎과 피고가 부부관계라고 생각하여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는 김◎◎이 피고로부터 사업자등록 명의를 차용하여 이 사건 물품을 공급받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설령 이를 몰랐다고 하더라도 사업자등록 명의가 피고로 되어 있는 것에 대해 김◎◎에게 확인을 하는 등 약간의 주의만 기울였다면 위 명의대여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명의대여사실을 모른 데 중과실이 있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 있어 결국 원고의 명의대여자책임 주장은 이유 없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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