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 2019. 3.
20. 선고 2018구합24263 판결
1. 판결의 개요
원고는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피고)가 최저가낙찰제로 실시한 활성탄 구매입찰에 참여하였는데, 입찰금액을 단가입찰로 착오하여 1,215원으로 기재하였다. 이와 달리 다른 업체들이 기재한 입찰금액은 72,174,000원, 120,813,000원, 207,108,000원에 이른다. 이에 원고가 낙찰을 포기하고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자, 피고는 원고에게 3개월간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하였다.
원고는 착오로 총액으로 기재하여야 할 입찰금액을 단가로 기재하였다가 이를 깨닫고 곧바로 낙찰포기의사를 밝히고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이고, 이와 달리 원고가 계약체결과정에서 불공정한 행위를 하여 계약의 공정성과 적정성을 해치고 계약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적을 해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2. 사실관계
가. 원고는 활성탄 제조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하는 회사이고, 피고는 전력자원의 개발 등을 사업목적으로 하는 회사로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공기관운영법’이라 한다)에서 정한 공기업이다.
나. 피고는 2018. 6. 28. 활성탄에 관하여 구매입찰공고를 하였고(이하 ‘이 사건 입찰’이라 한다), 원고를 포함한 4개 업체가 응찰하였다.
다. 위 입찰과정에서 원고 이외의 다른 3개 업체는 입찰금액을 각 72,174,000원, 120,813,000원, 207,108,000원으로 기재하였고, 원고는 입찰금액을 1,215원으로 기재하였다.
라. 피고는 2018. 7. 4. 15:00 4개 업체 중에서 원고가 가장 낮은 금액(1,215원)으로 입찰금액을 기재하였다고 보아 원고를 낙찰자로 선정하였으나, 원고는 같은 날 피고에게 “이 사건 입찰을 단가입찰로 착오하여 입찰금액을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총액 대신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단가로 잘못 기재하였다”고 알리면서 낙찰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서류를 제출하였고, 피고와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다.
마. 피고는 2018. 9. 21. 원고에게 ‘이 사건 입찰의 낙찰자로 선정되었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공기관운영법 제39조,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 제15조,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이라 한다) 제27조 제1항 제8호 (나)목, 같은 법 시행령 제76조 제1항 제2호 (가)목, 같은 법 시행규칙 제76조 [별표 2] 제16호 (가)목에 따라 2018. 10. 1.부터 2018. 12. 31.까지 3개월의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3. 법원의 판단
1)
이 사건 처분의 근거인 공공기관운영법 제39조가 부정당업자의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제도를 둔 취지는 향후 공정한 경쟁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자에 대하여 일정기간 동안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함으로써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유사한 공적 피해를 예방함과 동시에 당해 입찰 및 계약 이행의 공정성과 충실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위 제39조에서 ‘공정한 경쟁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하다’는 것은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계약당사자가 계약체결과 그 이행과정에서 불공정한 행위를 하여 계약의 공정성과 적정성을 해치고 계약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적을 해할 수 있는 자라는 것이 확실한 상태에 있는 것을 가리킨다(헌법재판소 2012. 10. 25. 선고 2011바99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2)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는 피고가 공고하는 입찰에 참여를 하는 과정에서 착오로 총액으로 기재하여야 할 입찰금액을 단가로 기재하였다가 착오사실을 깨닫고 곧바로 피고에게 낙찰포기의사를 밝히고 피고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계약체결과정에서 불공정한 행위를 하여 계약의 공정성과 적정성을 해치고 계약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적을 해할 수 있는 자라는 것이 확실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그 처분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가) 이 사건 입찰에서 정한 활성탄의 품질, 수량(156,900L), 계약기간(계약체결일부터 2018. 12. 31.까지), 원고 이외의 다른 3개 업체가 기재한 입찰금액(72,174,000원, 207,108,000원, 120,813,000원), 원고가 개찰 직후 곧바로 피고에게 낙찰포기의사를 밝힌 점 등을 감안하면 원고가 입찰금액을 1,215원으로 기재한 것은 명백한 착오에 의한 것으로 보이고, 달리 원고가 공정한 입찰경쟁을 저해하기 위하여 고의로 현저히 적은 금액으로 입찰에 참가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다.
나) 이 사건 입찰 공고문에 ‘단가계약’이라는 표현이 여러 차례 언급되어 있었고, 피고의 계약규정시행세칙 제52조에서 반복적인 조달 청구가 예상되는 물품에 대해서는 단가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 사건 입찰공고에서도 활성탄의 인도조건을 단가계약 인도지시서에 의한 분할납품으로 기재하였다. 원고는 위와 같은 공고문의 표현, 계약조건으로 인하여 이 사건 입찰을 단가입찰로 착오한 것으로 보인다.
다) 이 사건 입찰공고문에는 응찰자가 입찰금액을 기재함에 있어 참고할 만한 기초금액이나 관련 예시가 제대로 기재되어 있지 않았고, 피고 역시 ‘공고문에 단가계약으로 표기되어 피고가 공고한 입찰에 처음 참여하는 업체 입장에서 혼동할 여지가 있고 고의가 없는 단순 착오였음’을 고려하여 원고에 대한 제재기간을 절반으로 감경하고 원고의 대표자에 대한 제재는 면제하기로 하였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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