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8다255648 판결
원고(수급인)가 피고(도급인)에게 분쇄기 등을 제작, 설치한 다음 2년여가 지나 피고를 상대로 도급계약상 미지급 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자 피고가 위 분쇄기 등의 하자를 주장하면서 그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채권(목적물 인도일로부터 1년이 지나 제척기간이 지남)과 미지급 대금채권과의 상계를 주장한 사안에서 민법 제495조를 유추적용해서 제척기간이 지난 도급인의 수급인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해서 수급인의 대금지급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고 본 원심이 타당하다고 본 사례입니다.
1. 인정사실
(1)
원고는
2012년 4월경 피고에게 이 사건 폐기물파쇄기와 1호 분쇄기를 제작⋅설치하기로 하고 수개월 내에 그 제작⋅설치를 마쳤다. 이후 원고는 2013년 4월경 피고 에게 2호 분쇄기를 추가로 공급하기로 하고 수개월 내에 그 제작⋅설치를 마쳤다.
(2)
원고는
2013년 6월경 피고에게 분쇄기 고정도(고정칼)와 기어오일펌프를 공급하고, 분쇄기 감속기를 수리하였다.
(3)
피고는 원고에게 이들 계약에 따른 66,100,000원의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원고가 2015. 3. 23. 피고를 상대로 위 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자, 피고는 2015. 5. 11.자 답변서를 통해서 원고에게 위 도급계약에 따른 하자담보책임을 주장하는 한편 2018. 1. 9.자 준비서면을 통해서 원고가 제작⋅설치한 이 사건 폐기물파쇄기와 1, 2호 분쇄기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을 원고의 위 미지급 대금채권과 상계한다고 주장하였다.
(4)
원고가 제작⋅설치한 1, 2호 분쇄기에는 하자가 있어 피고가 수리비를 지출하였고, 2호 분쇄기는 추가로 수리할 필요가 있다.
(5)
피고가 원고로부터 1, 2호 분쇄기를 인도받은 날부터 1년 내에 원고에게 하자 보수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다.
2. 대법원의 적용법리와
판단 - 제척기간이 지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의
허용 여부
가. 민법 제495조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이 그 완성 전에 상계할 수 있었던 것이면 그 채권자는 상계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는 당사자 쌍방의 채권이 상계적상에 있었던 경우에 당사자들은 채권⋅채무관계가 이미 정산되어 소멸하였거나 추후에 정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당사자들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다211309 판결 등 참조).
매도인이나 수급인의 담보책임을 기초로 한 매수인이나 도급인의 손해배상채권의 제척기간이 지난 경우에도 민법 제495조를 유추적용해서 매수인이나 도급인이 상대방의 채권과 상계할 수 있는지 문제된다. 매도인의 담보책임을 기초로 한 매수인의 손해배상채권 또는 수급인의 담보책임을 기초로 한 도급인의 손해배상채권이 각각 상대방의 채권과 상계적상에 있는 경우에 당사자들은 채권⋅채무관계가 이미 정산되었거나 정산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그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손해배상채권의 제척기간이 지난 경우에도 그 기간이 지나기 전에 상대방에 대한 채권⋅채무관계의 정산 소멸에 대한 신뢰를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은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의 경우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
따라서 매도인이나 수급인의 담보책임을 기초로 한 손해배상채권의 제척기간이 지난 경우에도 제척기간이 지나기 전 상대방의 채권과 상계할 수 있었던 경우에는 매수인이나 도급인은 민법 제495조를 유추적용해서 위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해서 상대방의 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판단할 수 있다.
(1)
피고가 도급인으로서 원고에 대하여 갖는 하자 보수를 갈음하는 손해배상채권은 목적물을 인도받은 날부터 1년 내에 행사하여야 하는데(민법 제670조 제1항), 위 기간 내 권리를 행사하지 않아 이미 제척기간이 지났다.
(2)
피고의 위와 같은 손해배상채권은 목적물을 인도받은 날 발생하여 제척기간이 지나기 전 원고의 대금채권과 상계적상에 있었으므로, 피고는 민법 제495조를 유추적용해서 위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해서 원고의 대금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
다.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위 법리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제척기간이 지난 도급인의 손해배상채권에 의한 상계 허용 여부, 민법 제495조의 유추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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