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4두6135 판결
1.
지식경제부 고시인 ‘신·재생에너지이용 발전전력의 기준가격 지침’ 제13조 제4항이 구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났는지 여부(소극) 및 법규명령으로서 효력을 가지는지 여부(적극)
가. 법률의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의 규정이 모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났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당해 특정 조항뿐 아니라 모법의 입법 취지와 관련 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살펴서 판단하여야 하고, 법률의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의 내용이 모법의 해석상 가능한 것을 명시하거나 모법 조항의 취지를 구체화하기 위한 것이라면 모법의 규율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모법이 이에 관하여 직접 위임하는 규정을 두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무효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3. 5. 9. 선고 2011두19789 판결 등 참조).
한편 어떤 법령이 특정 행정기관에 그 법령 내용의 구체적 사항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면서도 그 권한행사의 구체적인 절차나 방법을 정하고 있지 않은 관계로 수임 행정기관이 고시로 그 법령의 내용이 될 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경우, 그 고시는 당해 법률과 그 시행령의 위임한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한 그와 결합하여 대외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으로서 효력을 가진다(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1두8420 판결 등 참조).
나. 구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2010. 4. 12. 법률 제1025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신재생에너지법’이라고 한다) 제17조 제1항은 지식경제부장관은 신·재생에너지발전에 의하여 공급되는 전기의 발전원별로 기준가격을 정하는 경우에는 이를 고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2항은 신·재생에너지발전에 의하여 공급한 전기의 전력거래가격(전기사업법 제33조의 규정에 의한 전력거래가격을 말한다)이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고시한 기준가격보다 낮은 경우에는 당해 전기를 공급한 신·재생에너지발전사업자에 대하여 기준가격과 전력거래가격과의 차액(이하 ‘발전차액’이라고 한다)을 전기사업법 제48조의 규정에 의한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우선적으로 지원한다고 규정하며, 제3항은 지식경제부장관은 제1항의 규정에 따라 기준가격을 고시하는 때에는 발전차액을 지원하는 기간을 포함하여 고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식경제부장관은 신·재생에너지이용 발전전력의 기준가격 지침(2009. 4. 29. 지식경제부 고시 제2009-96호, 이하 ‘이 사건 고시’라고 한다)을 두어, 신재생에너지법 제17조 제1항과 제3항에서 명시적으로 고시로 정하도록 한 ‘발전원별 기준가격’과 ‘발전차액을 지원하는 기간’뿐 아니라, 기준가격의 적용대상이 되는 신·재생에너지발전 전원과 사업자에 대한 지원기준, 발전차액의 지원절차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그중 제13조는, 연간 기준가격 적용설비로 선정받기 위한 사업자는 전기사업법 제7조에 의해 발전사업허가를 얻고 전기사업법 제61조에 의한 공사계획인가(또는 신고)를 마친 후 ‘기준가격 적용 대상설비 설치의향서’를 총괄관리기관(피고)의 장에게 제출하여야 하고(제1항), 총괄관리기관의 장은 설치의향서가 제출된 순서대로 서류의 진위 여부를 검토하여 적합한 경우 ‘연간 기준가격 적용설비 접수증’을 발급하며(제2항), 연간 기준가격 적용설비 접수증을 받은 사업자는 7일 이내에 공사착공을 증명하는 서류(공사계약서 등)를 제출하여야 연간 기준가격 적용설비로 선정되고(제3항), 연간 기준가격 적용설비로 선정된 태양광발전사업자는 연간 기준가격 적용설비 선정 통보를 받은 후 3개월 이내에 공사를 완료하고 전기사업법 제63조에 의한 사용 전 검사를 받아 발전차액지원설비 설치확인신청을 완료하여야 하고, 위 기간 내에 발전차액지원설비 설치확인신청을 완료하지 못하면 연간 기준가격 적용설비 선정이 취소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4항).
다. 이 사건 선정취소처분의 근거가 된 이 사건 고시 제13조 제4항(이하 ‘이 사건 고시규정’이라고 한다)이 신재생에너지법에서 위임하지 않은 사항을 정한 것인지에 대하여 본다.
앞서 본 법리를 기초로 살피건대, ① 신재생에너지법 제1조는 신·재생에너지의 기술개발·이용·보급 촉진을 그 목적의 하나로 삼고 있고, 신재생에너지법 제17조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시키고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태양광 등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의하여 공급한 전기의 전력거래가격이 고시된 기준가격보다 낮은 경우에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에게 그 차액을 지원하여 주는 ‘발전차액 지원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점, ② 신재생에너지법은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발전차액을 지원받은 경우 등에 그 지원의 중단(제18조)과 벌칙(제34조)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을 뿐, 발전차액 지원제도와 관련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발전차액의 지원과 관련한 절차와 기준 등 구체적인 사항은 하위법령에서 정할 것을 예정하고 있는 점, ③ 발전차액 지원과 같은 급부행정의 영역에서는 그 지원대상의 선정과 취소, 지원의 기준과 범위 등에 관하여 행정청에 폭넓은 재량이 부여되어 있고, 한정된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집행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발전차액 지원대상과 지원범위를 합리적으로 규율할 필요가 있는 점, ④ 신재생에너지법 제27조 제1항, 제31조 제1항, 구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시행령(2010. 9. 17. 대통령령 제2238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7조 제3호, 제29조에 의하면, 지식경제부장관은 신·재생에너지의 이용과 보급을 전문적이고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피고가 신·재생에너지의 이용과 보급사업의 지원·관리 등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위 규정들은 신재생에너지법 제17조와 함께 이 사건 고시에서 정하고 있는 총괄관리기관(피고), 발전차액의 지원과 관련된 절차, 지원의 범위와 규모, 지원대상의 선정 등에 관한 위임 근거가 될 수 있는 점, ⑤ 신재생에너지법의 위임에 따라 피고가 이 사건 고시 제13조에서 정한 연간 기준가격 적용설비 선정에 관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이상, 그 선정을 취소하는 업무도 피고의 업무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고, 이 사건 고시규정은 이를 규정하고 있는 점 등 신재생에너지법에서 발전차액 지원제도를 마련한 취지와 관련 법령 조항의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보면, 연간 기준가격 설비 선정 통보 후 3개월 이내에 발전차액 지원설비 설치확인신청을 완료하지 못한 경우 연간 기준가격 적용설비 선정을 취소하도록 한 이 사건 고시규정이 신재생에너지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고시규정은 신재생에너지법과 결합하여 대외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으로서 효력을 가진다고 할 것이다.
라. 원심은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이 사건 고시규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피고가 한 이 사건 선정취소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위임입법의 범위와 한계에 관한 법리, 기준가격 적용설비 선정 취소권한의 주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마. 그리고 이 사건 고시규정 중 ‘해당 기간 이내에 설치확인신청을 완료하지 못하였을 경우’라고 함은 ‘설치확인신청 자체를 하지 않은 경우’뿐 아니라, ‘설치확인신청을 하였으나 그 신청에 하자가 있는 경우’도 해당된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바. 1) 원고들은 상고이유로, 전기사업법령상 3,000킬로와트 이하의 발전시설의 허가, 설치 등에 관한 권한은 지식경제부장관이 시·도지사에게 위임하였으므로, 이 사건 고시는 3,000킬로와트를 초과하는 발전시설에 대하여만 적용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법과 전기사업법은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달리하는 별개의 법률이고, 발전차액 지원제도는 신재생에너지법 제17조에서 특별히 마련한 제도로 전기사업법과는 무관하므로, 전기사업법의 권한 위임에 관한 규정이 발전차액 지원제도에 관한 신재생에너지법과 이 사건 고시에 우선하여 적용된다고 할 수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2)
이 사건 고시규정에 따른 발전차액지원설비 설치기간은 신재생에너지법의 발전차액을 지원받기 위해 단기간 내에 위 설비를 설치할 것을 정한 기간이라는 점에서 전기사업법에 따른 발전사업 허가를 하면서 부여한 준비기간과는 그 개념과 취지가 다르다. 따라서 이 사건 고시규정에 따른 기간이 지나더라도 전기사업법상의 기간 내에 위 설비를 설치하면 발전차액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상고이유 주장 역시 이유 없다.
2.
수익적 행정처분의 하자가 당사자의 사실은폐나 기타 부정한 방법에 의한 신청행위 때문인 경우, 행정청이 처분에 관한 신뢰이익을 고려하여야 하는지 여부(소극)
가. 행정행위를 한 처분청은 그 행위에 하자가 있는 경우 별도의 법적 근거가 없더라도 스스로 이를 취소할 수 있고, 다만 수익적 행정처분을 취소할 때에는 이를 취소하여야 할 공익상의 필요와 그 취소로 인하여 당사자가 입게 될 기득권과 신뢰보호, 법률생활 안정의 침해 등 불이익을 비교·교량한 후 공익상의 필요가 당사자가 입을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강한 경우에 한하여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수익적 행정처분의 하자가 당사자의 사실은폐나 기타 부정한 방법에 의한 신청행위 때문이라면, 당사자는 처분에 관한 신뢰이익을 원용할 수 없음은 물론 행정청이 이를 고려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도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09두14934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① 소외인에 의한 ‘사용 전 검사’ 당시 이 사건 발전설비가 완공되지 못하여, 연간 기준가격 적용설비 선정통보 후 3개월 이내에 공사의 ‘완료’를 요하는 이 사건 고시규정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었던 점, ② 그럼에도 원고들과 시공업자는 소외인에게 부정한 부탁을 하여 이 사건 검사필증을 교부받은 점, ③ 이 사건 발전소가 가동되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다는 이유로 그 선정을 취소하지 않는다면 이는 일종의 편법을 용인하는 것으로서 장기적으로 발전소 등의 부실로 이어져 재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점, ④ 만약 소외인이 ‘사용 전 검사’ 당시 원고들과 시공업자의 부정한 부탁을 받고도 불합격처분을 하였더라면 원고들 외의 다른 후순위 사업자들이 발전차액 지원금을 교부받았을 것인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가 이 사건 선정취소처분을 하면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선행처분의 하자를 이유로 후행처분을 다툴 수 있는지 여부
가. 선행행위와 후행행위가 서로 독립하여 각각 별개의 법률효과를 목적으로 하는 때에는 선행행위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선행행위의 하자를 이유로 후행행위의 효력을 다툴 수 없다(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1두5422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선행처분인 검사필증 무효 통지처분은 한국전기안전공사가 전기설비의 설치공사 후 사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검사 합격처분을 취소하는 처분인 반면, 이 사건 선정취소처분은 피고가 발전차액을 지원받을 수 있는 근거인 발전차액 지원적용설비 선정처분을 취소하는 처분으로, 후행처분이 선행처분을 전제로 하지만, 양 처분은 주체와 내용이 다르고, 별개의 법률효과를 발생하는 독립된 행정처분이므로, 원고들은 선행처분이 당연무효가 아닌 이상 그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후행처분인 이 사건 선정취소처분의 효력을 다툴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하자의 승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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