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3.
29. 선고 2018가합555404 판결
사용자가 기기를 구매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여 특정 아이패드의 구매자임을 입증하면, 아이패드 판매회사는 신의칙상 잠금해제를 해주어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아이패드에 저장된 정보가 제3자에게 유출되어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점을 고려하면, 특정 아이패드의 소유자인지 여부는 엄격하게 확인하여야 하고 소유자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자에게는 잠금해제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데, 당해 사안에서는 문제가 된 아이패드의 소유자임을 인정하기 부족하여, 원고의 잠금해제 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
1.
사실관계
가. 피고는 이 사건 아이패드를 제조·판매한 회사로서, 이 사건 아이패드에 사용자가 정한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경우에만 기기가 활성화되도록 잠금 및 잠금해제 기능을 설정하였다.
나. 피고는 사용자가 비밀번호를 잊어버린 경우 ① Apple ID 계정 페이지에서 사용자가 미리 설정해 둔 보안질문에 답을 함으로써 비밀번호를 재설정할 수 있는 절차 및 ② 사용자 본인이 기기를 구매하였다는 내용과 제품식별번호가 기재된 자료를 제출하면 피고가 이를 확인한 후 서비스센터를 통하여 잠금을 해제해 주는 절차를 각 마련해 두고 있다.
다. 피고는 이 사건 아이패드 사용설명서에 ‘Apple ID를 찾을 수 없거나 암호를 재설정할 수 없으면 계정에 접근할 수 없으며 기기를 사용하지 못하거나 다시 활성화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를 예방하려면 주기적으로 Apple ID 계정 페이지에 접속하여 계정 정보를 확인하고 업데이트해야 합니다’라고 안내하고 있고, 홈페이지에 ‘사용자는 신원을 확인한 후 Apple ID의 잠금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라고 안내하고 있다.
라. 원고는 2018년경 피고에게 이 사건 아이패드의 잠금을 해제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피고는 ① 원고가
Apple ID 및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하고, ② 이 사건 아이패드의 제품식별번호가 기재된 원고 명의의 구매영수증을 제출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하였다.
2.
법원의 판단
가. 제조물 책임법상 책임 부담 여부
1)
제조물 책임법 제1조는 “이 법은 제조물의 결함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한 제조업자 등의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함으로써 피해자 보호를 도모하고 국민생활의 안전 향상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조 제2호는 “‘결함’이란 해당 제조물에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제조상·설계상 또는 표시상의 결함이 있거나 그 밖에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가. ‘제조상의 결함’이란 제조업자가 제조물에 대하여 제조상·가공상의 주의의무를 이행하였는지에 관계없이 제조물이 원래 의도한 설계와 다르게 제조·가공됨으로써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를 말한다. 나. ‘설계상의 결함’이란 제조업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代替設計)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해당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를 말한다. 다. ‘표시상의 결함’이란 제조업자가 합리적인 설명·지시·경고 또는 그 밖의 표시를 하였더라면 해당 제조물에 의하여 발생할 수 있는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살피건대, 원고가 이 사건 아이패드의 잠금해제 비밀번호를 알지 못하여 이 사건 아이패드가 비활성화 상태가 된 것이 제조물 책임법 제2조 제2호에서 규정한 제조물의 결함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는 제조물 책임법상 제조업자로서 이 사건 아이패드에 관한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나. 계약상 의무 부담 여부
1)
매매계약상 의무
원고가 근무하였던 회사에서 2011. 12. 30. 이 사건 아이패드와 같은 기종인 아이패드 3대를 구매하여 원고를 포함한 소속 직원들에게 교부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그와 같은 인정사실만으로 원고가 이 사건 아이패드를 매수한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매매계약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2)
Apple 서비스 이용 계약상 의무
가) 피고가 제출한 Apple 미디어 서비스 이용약관에 의하면 피고는 위 약관에 동의한 소비자들과 Apple 서비스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게 되나, 원고가 위 약관에 동의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는 Apple 서비스 이용 계약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나) 설령 원고가 위 약관에 동의하였다 하더라도, 위 약관은 Apple 서비스에 관한 이용계약일 뿐 이로부터 피고가 이 사건 아이패드의 잠금 상태를 해제하여 줄 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
다. 신의칙상 의무 부담 여부
1)
신의칙상 의무의 존재
가) 피고가 이 사건 아이패드의 사용설명서 및 피고 운영 홈페이지에 ① 사용자가
Apple ID 계정 페이지를 통하여 비밀번호 재설정 절차를 거치거나(이하 ‘①절차’라고 한다), ② 사용자가 기기를 구매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면 서비스센터를 통하여 잠금을 해제해 준다고 안내하고 있으므로(이하 ‘②절차’라고 한다), 피고는 이 사건 아이패드의 점유자가 위 ① 혹은 ②절차에서 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잠금을 해제하여 줄 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한다.
나) 한편 이 사건 아이패드의 잠금해제 기능은 소유자가 아닌 제3자가 기기 내 정보에 접근하여 소유자의 개인정보를 열람하거나 취득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설계되었고, 피고가 이 사건 아이패드의 점유자가 소유자인지 여부를 확인하지 아니하고 잠금을 해제하여 줄 경우 기기에 저장된 정보가 제3자에게 유출되어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피고는 위 ①, ②절차에 따라 잠금을 해제해 줄지 여부를 결정할 때 이 사건 아이패드의 점유자가 소유자인지 여부를 엄격하게 확인하여야 하고, 소유자임이 명확하지 않은 자의 잠금해제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2)
Apple ID 계정페이지를 통한 잠금해제 절차
피고는 원고에게 ①절차를 통해 소유자임을 입증할 기회를 제공하였으나, 원고가 Apple ID와 잠금 기능 설정 당시 사용자에 의해 입력된 이메일 주소의 힌트를 기억하지 못하여 비밀번호를 재설정하지 못하였으므로, 피고는 ①절차에 따라 이 사건 아이패드의 잠금을 해제하여 줄 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3)
구매 관련 자료 확인을 통한 잠금해제 절차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원고가 제출한 증거 및 원고가 이 사건 아이패드를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아이패드의 소유자인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피고는 ②절차에 따라 이 사건 아이패드의 잠금을 해제하여 줄 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라.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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