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18. 7.
24. 선고 2015가합207255, 2016가합203199 판결
1. 사실관계
가. 피고는 게임 관련 사업, 소프트웨어 관련 사업 등을 목적으로 2012. 1. 6. 설립된 회사로서 ‘D’ 모바일 야구게임(이하 ‘이 사건 피고 야구게임’이라고 한다)을 제작 · 출시하여 운영하고 있는 회사이다.
나. 원고 A는 2012. 1.경 피고에 입사하여 2012. 12.경까지 개발본부장(이사)으로, 2013. 1.경부터 2013. 12.경까지는 개발본부장(상무이사)으로, 2014. 1.경부터 2014. 6.경까지는 서버스본부장(상무이사)으로, 2014. 7.경부터 2014. 8. 20.경 퇴직하기 전까지는 알앤디본부장(상무이사)으로 각 근무하였다.
다. 피고는 2012. 9. 24. 경 스톤브릿지다지탈콘텐츠전문투자조합과
2010 KIF-미래에셋 IT 전문투자조합(이하 ‘이 사건 투자자들’이라고 한다)의 투자를 유치하였고, 그 과정에서 원고 A는 근속 및 경업금지 확약서를 작성하여 피고에게 제출하였다(이하 ‘이 사건 경업금지확약’이라고 한다).
라. 피고는 2013. 4.경 이 사건 피고 야구게임을 출시하였다.
마. 원고 A가 퇴직할 무렵인 2014. 8. 27. 작성하여 피고에게 제출한 퇴사자 보안서약서에는 부정경쟁방지 몇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금지에 관한 약정내용이 담겨 있다(이하 ‘이 사건 퇴사자 보안서약’이라고 한다).
바. 원고 A는 2014. 8. 20.경 퇴직한 후, 2015. 1. 7. 온라인모바일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을 목적으로 원고 주식회사 B(이하 ‘원고 회사’라고 한다)를 설립하여 대표이사로 취업하였고, 피고의 피용자였다가 퇴사한 E, F, G, H, I를 2015. 1.경부터 2016. 6.경 사이에 고용한 후 2016. 6. 30.경 “J” 모바일 야구게임(이하 ‘이 사건 원고 야구게임’이라고 한다)을 구글 플랫폼에 출시하였다.
2. 법원의 판단
가. 이 사건 경엽금지확약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1)
이 사건 경업금지 확약의 효력
가) 이 사장 경업금지확약의 민법 제103조 위반 여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경업금지약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하며, 이와 갈은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에 관한 판단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 제한의 기간 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말하는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라 함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이라 한다) 제2조 제2호에 정한 ‘영업비밀’뿐만 아니라 그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였더라도 당해 사용자만이 가지고 있는 자식 또는 정보로서 근로자와 이를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이거나 고객관계나 영업상의 신용의 유지도 이에 해당한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등 참조).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고려하면, 이 사건 경업금지확약이 헌법상 보장된 원고 A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볼 수 없어 이 사건 경업금지확약이 만법 제103조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화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볼 수 없다.
(1)
원고 A는 피고의 개발본부장, 서비스본부장, 알앤디본부장으로 근무하였던 자로 피고의 기술 및 영업 부분의 주요 정보를 쉽게 지득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 피고는 위와 같은 원고 A의 지위를 고려하여 이 사건 경업금지확약을 체결하였다.
(2)
피고는 이 사건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받아 이 사건 피고 야구게임을 개발하여 출시하였으므로, 이 사건 피고 야구게임이 피고의 주된 수입원이 되고, 아 사건 투자자들의 투자가치를 보호할 이익이 있으며, 원고 A는 피고의 임원이었다. 원고 A가 피고 근무 중 피고의 기술이나 영업정보 등을 지득하여 경쟁업체에 알릴 수 없도록 피고는 시스템경비계약을 체결하여 피고의 사무실을 관리하는 등으로 위 정보의 보안유지를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3)
이 사건 경업금지확약상 경업금지 대상은 ‘피고의 경쟁사’ 또는 ‘경쟁제품을 판매하거나 제공하는 등 행위’이고, 그 기간은 ‘2년’으로 그 범위가 다소 넓은 것으로 볼 여지도 있으나, 한편, 이 사건 피고 야구게임과 같은 모바일 야구게임의 시장상황, 모바일 야구게임 업데어트의 주기 및 게임 개발에 따른 예상 이익 향유기간, 관련 시장에서의 피고의 위치, 원고 A의 퇴사 전 지위, 경업이 금지된 영업이 경쟁사에 고용되거나 경쟁제품의 제조, 판매 등이 금지되는 것으로 그 범위가 한정된 점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면, 경업금지 기간 및 그 제한되는 업종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고 보기는 어렵다.
(4)
원고 A는 피고 대표이사의 강요에 의하여 비자발적으로 사임서를 작성하고 피고를 퇴사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오히려 원고 A가 사임서를 작성하여 피고에게 제출한 점, 피고는 원고 A에게 원고 A가 사임서를 제출한 이후로 3개월 동안 월급 상당 금액을 지급하고, 원고 A가 사용하던 노트북을 회수하지 아니하고, 원고 A가 이용하던 차량을 적정한 가격에 매도한 점 등 원고 A가 자발적 의사에 의하여 피고를 퇴사한 것으로 볼만한 정황이 있다. 또한 원고 A는 퇴사할 무렵 이 사건 퇴사자 보안서약서를 작성하여 피고에게 제출하였는데, 그와 같은 과정에 원고 A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할 만한 회유나 강압이 있었다는 증거가 없다.
(5)
원고 A는 급여로 2012년에는 월6,666,670원씩을 지급받았고, 2013년에는 월7,333,330원씩을 지급받았으며, 2014년에는 월8,333,330원씩을 지급받았다. 또한 원고 A는 2014. 8.경 피고에서 퇴사하였음에도 3개월간 월급을 더 지급받았다. 위와 같은 원고 A의 지위, 근무기간 및 월 급여의 액수 등을 고려할 때, 경업금지 약정에 대한 충분한 대가가 지급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경업금지확약이 무효라고 보기는 어렵다.
나) 이 사건 경업금지확약의 민법 제107조 제1항의 비진의표시 해당 여부
비진의 의사표시에 있어서의 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므로, 표의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는 그것을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 의사표시를 하였을 경우에는 이를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비진의 의사표시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6. 12.
20. 선고 95누16059 판결 참조).
피고가 이 사건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이 사건 투자자들의 요구에 따라 원고 A로부터 이 사건 경업금지확약서를 교부받았다고 볼 수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피고 역시도 이 사건 피고 야구게임으로 인한 수익창출을 유지하고 피고의 임원 또는 직원이 경쟁사에 들어가거나 경쟁제품을 판매하여서는 피고의 수익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원고 A와 사이에 이 사건 경업금지확약을 체결한 것이고, 원고 A도 이 사건 경업금지확약을 체결할 당시에는 피고가 투자자들로부터 이 사건 피고 야구게임의 개발을 위한 투자를 받기 위하여 경업금지 약정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이 사건 경업금지확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이를 두고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비진의 의사표시라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경업금지확약이 민법 제107조 제1항에 따른 비진의 의사표사에 해당하여 무효라는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이 사건 경업금지확약의 약관규제법 위반 여부
(1)
이 사건 경업금지 확약이 약관에 해당하는지 여부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다수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 일정한 형식에 의하여 미리 계약서를 마련하여 두였다가 어느 한 상대방에게 이를 제시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도 그 상대방과 사이에 특정 조항에 관하여 개별적인 교섭(또는 흥정)을 거침으로써 상대방이 자신의 이익을 조정할 기회를 가졌다면, 그 특정 조항은 약관규제법의 규율대상이 아닌 개별약정이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때 개별적인 교섭이 있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비록 그 교섭의 결과가 반드시 특정 조항의 내용을 변경하는 형태로 나타나야 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적어도 계약의 상대방이 그 특정 조항을 미리 마련한 당사자와 사이에 거의 대등한 지위에서 당해 특정 조항에 대하여 충분한 검토와 고려를 한 뒤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그 내용을 변경할 가능성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다16950 판결 참조).
피고는 이 사건 경업금지확약을 체결하면서 당사자 이름, 주소, 주민등록번호를 제외한 나머지 계약내용은 부동문자로 인쇄되어 있는 ‘근속 및 경업금지 확약서 양식’을 미리 준비하였고, 위 계약서 제2항에 경업금지의무부과에 관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사실, 피고는 피고의 임원들로부터 동일한 양식의 근속 및 경업금지 확약서를 사용하여 경업금지확약을 체결한 사실, 이 사건 경업금지확약서는 공란으로 된 당사자 성명, 주소, 주민등록번호란을 각 수기로 기재해 넣는 방법으로 작성된 사실이 인정되고 피고가 원고 A와 이 사건 경업금지확약을 체결하면서 위 경업금지의무부과 조항에 대하여 개별적인 교섭을 거침으로써 원고 A가 자신의 이익을 조정할 기회를 가졌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경업금지확약은 약관으로서의 성질을 가진다고 할 것이다.
(2)
이 사건 경업금지 확약이 무효인지 여부
약관규제법 제6조 제1항, 제2항 제1호에 따라 약관조항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조항’이라는 이유로 무효라고 하기 위해서는, 약관 조항이 고객에게 다소 불이익하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약관 작성자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여 계약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하여 형평에 어긋나는 약관조항을 작성사용함으로써 건전한 거래질서를 훼손하는 등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3다214864
판결).
이 사건 피고 야구게임과 같이 투자자를 모집하여 게임을 개발하여 출시하는 경우 피고에서 근무하고 있던 임원들이 피고에서 퇴사한 직후 동종의 게임을 제작하여 출시하는 행위를 예방함으로써 안정적으로 이 사건 피고 야구게임을 운영할 수 있게 되는 점, 이 사건 경업금지확약에서 경업금지기간을 피고에서 퇴사한 후 2년간 경쟁사에 취업하거나 경쟁제품을 출시하지 못하도록 정한 것이어서 경업금지 의무를 부담하는 기간이 한정되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경업금지확약 중 경업금지의무를 부과하는 조항이 원고 A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하여 형평에 어긋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위 조항이 약관규제법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볼 수 없다.
2)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 A가 퇴사 후 2년 이내에 경쟁사인 원고 회사를 설립하여 대표이사로 취임하고, 이 사건 피고 야구게임의 경쟁제품인 이 사건 원고들 야구게임을 제작하여 출시하였으므로, 원고 A는 유효한 이 사건 경업금지확약을 위반하였는바, 원고 A는 피고에게 이 사건 경업금지확약 위반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3)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구체적인 손해의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매우 어려운 경우에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의하여 인정되는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배상 액수로 정할 수 있다(민사소송볍 제 202조의 2).
살피건대, 원고 A가 이 사건 원고들 야구게임을 제작하면서 피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177,163,507원 상당의 게임제작 비용을 절감하는 이익을 얻고, 위 이익액이 피고의 손해액으로 추정된다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 다만,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모바일 야구게임을 이용하는 게임이용자들은 그 수가 대체적오로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 A가 원고 회사를 설립하여 피고가 출시한 이 사건 피고 야구게임의 경쟁제품인 이 사건 원고들 야구게임을 출시함으로써 기존 야구게임 이용자들 또는 신규 야구게임 이용자들의 일부가 이 사건 피고 야구게임이 아닌 이 사건 원고들 야구게임을 구매하여 이용하였을 것으로서 피고의 이 사건 피고 야구게임 운영에 매출 감소를 초래하였을 것으로 봄이 경험칙에 상당한 점, 피고는 원고 A가 퇴사할 때 이 사건 경업금지확약에 따라 경쟁사에 입사하거나 경쟁제품을 제작하지 아니할 것으로 예상하여 3개월분의 월급인 24,999,990원(= 월8,333,330원 x 3개월)을 지급한 것으로 보이는 점, 위와 같이 원고 A의 이 사건 경업금지 확약 위반으로 인해 피고가 입은 구체적 손해의 액수를 산정하는 것은 사안의 성질상 어려운 점 등 이 사건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원고 A가 피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손해배상의 액수를 20,000,000원으로 정한다.
4)
소결론
따라서 원고 A는 피고에게 위 손해배상금 2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 A가 원고 회사를 설립하여 이 사건 경업금지확약을 위반한 날 이후로서 피고가 구하는 바에 따른 2016. 4. 18.부터 원고 A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선고일인 2018. 7. 24.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짜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원고 A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경업금지확약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는 위 금원을 초과하여서는 존재 하지 아니하고, 피고가 이를 다투고 있는 이상 원고 A가 그 확인을 구할 이익도 있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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