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 2016. 9.
30. 선고 2016구합20410 판결
1. 사실관계
가. 원고의 신분
원고는 1989. 3. 29. C 전기공학과 전임강사로 임용되어 2000. 4. 1.부터 전기공학과 교수로 재직하였다.
나. 감사원의 이 사건 비위행위 적발 및 징계요구
감사원은 2014. 9. 15.부터 2014. 10. 17.까지 ‘국가 R&D 참E 관리실태 감사’를 실시하고, 2015. 5. 12. 원고가 별지1 기재와 같이 ‘민간기업에 취업하여 소속 기업으로부터 인건비를 지급받고 있는 사람을 참E으로 부당등록하여 연구비를 지급받고, 참E의 인건비 등 연구비를 공동관리하면서 개인적으로 주식투자에 사용하였다(이하 ‘이 사건 비위행위’라 한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한 중징계(파면)를 요구하였다.
다. F 교육공무원 일반징계위원회의 해임 의결 및 피고의 처분
1)
F 교육공무원 일반징계위원회는
2015. 7. 20. 이 사건 비위행위가 국가공무원법 제56조(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 [별표] 징계기준 1.의 사.항 ‘그 밖의 성실의무 위반’에 해당하며,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고의성이 있는 경우’라고 보아, 원고의 재직 중 공적사항(2005. 10. 14.자 대통령 근정포장)을 감안하여 국가공무원법 제78조 제1항 제2호,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 제4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해임으로 의결하였다.
2)
피고는
2015. 8. 17. 원고에 대하여 위 의결 결과에 따라 해임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라. 불복절차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2015. 9. 18.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하였으나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2015. 11. 11. 이를 기각하였다.
2. 법원의 판단
가. 징계사유 관련 주장에 관한 판단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이 사건 인건비 관리규정의 내용을 알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심지어 원고는 위 규정의 내용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징계사유가 충분히 인정된다. 이를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고,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1)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 한다) 제12조 제5항 관련 [별표 2] “연구개발비 비목별 계상기준”에서는 원 소속기관으로부터 인건비를 지급받는 G의 경우 인건비를 지급하지 않고, 학생인건비는 연구책임자가 공동관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공동관리금지규정을 둔 취지는, ① 연구책임자인 교수와 G인 학생은 특수한 관계에 있어 교수가 공동관리라는 명분 하에 학생들에게 인건비에 대한 처분 권한을 요구할 시 학생들은 현실적으로 이를 거절할 수 없으므로, 이를 금지하는 규정을 두어 학생들이 자신의 노동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고, ② 교수들이 공동관리하던 인건비를 개인적으로 유용하던 폐단을 방지하기 위한 데에 있다.
또한 공동관리 금지규정은 오래 전부터 시행되어 그 내용이 연구 업계에 있어서 널리 알려져 있고, 연구책임자에게 연구비 집행관련 유의사항을 교육하거나 관련 지침 내지 부당사례를 전파할 때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F 산학협력단에서는 매년 사업비 부적정 사례집을 발간하여 교수들에게 배포하고, 과제 시작 시 교수 또는 전담G에게 전문기관의 사업비 운영규정을 메일로 보내고 있다.
그런데 원고는 1991년 F 조교수에 임용되어 20년 이상 연구책임자로서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이 사건 규정 등에 따라 연구비를 신청하여 왔고, 연구비 관련 규정을 숙지하지 않으면 인건비 등 연구비 계상 기준 등을 알 수 없어 연구비를 산정․신청할 수 없으므로, 오랜 기간 연구책임자로서 연구과제를 수행하여 온 원고로서는 당연히 위와 같은 규정을 알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고, 이러한 규정을 알지 못하였다는 원고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2)
설령 원고의 주장처럼 원고가 인건비 관리규정에 대하여 제대로 알지 못하였다고 가정하더라도,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을 위반하고 참E 부당 등록 및 연구비 부당 지급, 인건비 일괄관리 및 부당 집행한 사실, 특히 참E의 통장과 현금카드를 이용하여 해당 연구비를 개인주식투자에 사용하고 감사원 감사 직후 창업 및 지분 배정한 사실” 등을 인정하여 국가공무원법 제56조 성실의무를 위반하였다는 것인바, 원고는 인건비 관리규정에 대하여 알지 못하면서도 F 산학협력단이 배포한 연구비사용 및 집행매뉴얼 책자, 관련 교육이나 공문 등에 아무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 되므로, 이는 20년 이상 수많은 연구과제를 수행한 연구책임자로서 성실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하다.
3)
원고는 참E들의 인건비를 벤처창업을 위하여 주식투자하는 것에 대하여 참E들로부터 동의를 받았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주장도 하였다. 그러나 모든 참E들로부터 사전에 개별적으로 동의를 받은 것이 아니라는 점은 원고 본인도 인정하고 있고, 원고의 진술에 따르더라도 H 등 선임 G에게 인건비 사용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고 H가 다른 참E에게 이를 전달할 것으로 막연히 기대하였다는 것에 불과한 점, 참E이었던 I, 양주란 등은 본인 명의의 연구비 통장 계좌에 입금된 돈으로 주식투자에 사용된 사실을 감사원 감사를 받을 때 알았다고 진술한 점(위 G들이 한 진술의 일관성 및 진술 내용이 금융자료 등 다른 증거와 부합하는 정도를 종합하면 이들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고, 원고의 주장과 같이 이들이 학위과정이 늦게 끝나 원고에게 불만을 품고 불리한 진술을 하였다는 취지의 원고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원고가 지도교수로 있는 연구실에서 학위 과정에 있는 참E들로서는 본인 인건비의 처분에 대한 원고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일 뿐만 아니라, 원고 스스로도 “지도교수가 벤처사업을 구상중이고 같이 하자고 하면 조직생활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동참하는 것이 맞지, 제가 가르치는 학생 중에서 나는 싫습니다 하면서 동의하지 않으면 내 밑에 있으면 안되죠”라고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인건비 공동관리에 대하여 참E들의 동의를 받았다는 취지의 원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고, 설령 일부 동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를 자발적인 동의라고 볼 수 없다.
4)
원고는 벤처창업에 대비하려고 주식투자의 형태로 인건비를 보관한 것에 불과할 뿐 인건비를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벤처창업 자금준비의 일환으로 주식투자를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서 일반적인 경험칙에 반하고, 원고는 2010년 이후 감사원의 감사를 받을 때까지 4년이 지나도록 벤처 창업에 대하여 아이템 선정이나 참여 인원, 지분배분 등에 관하여 아무것도 확정된 바 없이 구체적인 준비를 하지 않다가 감사원의 조사 직후 F로부터 사전겸직허가도 받지 않은 채 급히 주식회사 네오센서솔루션을 창업한 경위에 비추어 보면, 위 조사에서 적발된 인건비 공동관리 금지 규정 위반 사실을 무마하기 위하여 서둘러 벤처창업을 기획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
이에 더하여, F 산학협력단에서 참E들의 계좌로 입금한 인건비를 원고 본인이 직접 또는 참E에게 지시하여 현금 또는 수표로 인출한 후 원고 개인의 금융계좌에 입금하였다가(참E의 계좌에서 원고의 계좌로 직접 송금하지 않은 것은 금융거래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원고의 처나 아들의 금융계좌로 송금하거나, 원고가 미국 또는 일본으로 출국하였던 날 공항에서 현금으로 출금한 점(위와 같이 출금한 금원은 원고가 사적으로 사용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사용된 원고의 계좌에는 위 인건비뿐만 아니라 원고가 상속 또는 증여받은 금원도 참E의 계좌를 통하여 입금된 적이 있어 위 계좌는 원고가 사적으로 사용한 금융계좌로 보이는 점, 원고는 주식회사 네오센서솔루션의 창업 이후에도 학생들의 인건비에서 얼마를 모아 창업한 것인지 알지 못하다가 나중에서야 이를 계산한 자료를 제출하였는데, 이와 같이 벤처창업 전에 주주들의 지분 비율이 정해지지 못했던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참E들의 인건비를 공동관리한다는 명목 하에 이를 사적으로 유용한 사실도 넉넉히 인정되고, 원고가 주식회사 네오센서솔루션의 창업 과정에서 참E들의 인건비를 계산하여 동액 상당을 반환한 것은 사후적인 사정에 불과하여 위 사실인정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나. 징계재량권 관련 주장에 관한 판단
1)
공무원인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고, 다만 징계권자가 그 재량권의 행사로서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을 위법한 것이라 할 것이며,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수행직무의 특성,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행정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에 그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2두6620 판결 등 참조).
2)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인정한 이 사건 비위행위의 내용, 정도, 양태 및 관계법령, 변론 전체의 취지로부터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비위행위를 그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본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① 이 사건 비위행위는 원고가 고도의 도덕성과 청렴성이 요구되는 국립대 교수의 지위에 있으면서, 다년간 국가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참E을 부당등록하고, 참E의 인건비로 지급된 연구비를 관계 규정에 반하여 공동으로 관리한 것이고, 원고는 위와 같이 공동으로 관리한 인건비를 가족의 계좌로 이체하거나 주식투자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였으며, 그 금액은 무려 2억 4,000만 원 정도에 이른다. 비위 정도가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고, 고의성도 충분히 인정된다.
② 원고는 감사원의 감사로 이 사건 비위사실이 밝혀지자, 인건비 사용에 대해 참E들의 사전 동의를 받았다는 등으로 변명하면서 지도교수라는 우월적 지위에서 여러 명의 참E들에게 그와 같은 진술을 유도하였고, 그에 관한 사후동의서를 제출받았으며, 비위 사실을 무마시키기 위하여 급히 벤처창업을 기획하면서 회의록을 위조하기도 하였다.
③ 원고는 이 사건 비위사실과 같이 참E을 허위등록하고 그 인건비를 공동관리하여 인건비를 편취하고, 실제로 연구기자재를 구입하지 않았으면서도 구입 증빙서류로 세금계산서 등을 첨부하여 연구비를 편취하였다는 범죄사실에 대하여, 2016. 6. 2. 징역 1년 6월 및 집행유예 3년의 형을 선고받았는데(대구지방법원 2015고단2748), 위 형사사건 제6회 공판기일(2016. 5. 12.)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자백하였다. 그러나 원고의 자백 경위 및 그 진술 내용, 형사판결의 선고 후 이 사건 재판에서 다시 비위 사실을 부인하는 등의 태도에 비추어 보면, 위 자백이 진정한 반성과 참회에서 비롯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④ 원고가 참E들의 인건비를 개인적으로 유용한 바 없다는 주장은 앞서 인정한 사실에 반하여 받아들일 수 없고, 이 사건 비위행위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모두 사실로 인정되는 이상, 원고가 사후에 위 인건비를 F 산학협력단에 모두 반납하였다거나 한국산업기술평가원의 자체검증 또는 외부 회계법인을 통한 감사에서 불인정금액이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비위행위의 정도가 가볍다고 볼 수는 없으며, 원고의 학문적 업적 등은 이미 상훈관계에서 고려되어 ‘파면’에서 ‘해임’으로의 감경이 이루어졌다.
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연구책임자인 교수가 공동관리라는 미명 하에 G인 학생들의 노동의 대가인 인건비를 빼앗고 이를 부정사용하는 학계의 뿌리 깊은 폐습을 없애기 위하여 인건비 관리규정을 두었고, 원고는 위와 같은 내용을 잘 알고 있음에도 이를 태연히 위반하였다. 설령 원고가 세계적인 석학이라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법무시적인 태도에 대하여는 그에 상응하는 엄격한 제재를 하여야 할 것이고, 이는 위 폐습의 발본색원을 위하여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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